[#053/054] 대구시 정보 비공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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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일수록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게 중요해진 요즘이다. 법률에 따라 정보공개제도도 운영한다. 시일이 좀 걸리긴 해도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고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정보공개제도를 꽤 많이 애용한다. 여러 자료를 받아서 분석하거나 확인해서 기사 쓰는 걸 즐긴다. 굳이 옛날처럼 술 먹으며 사람을 사귀지 않아도 시간과 공을 들이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술 먹으며 사람 사귀는 것도 중요하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 대구시를 취재하면서는 더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 홍 시장 취임 후 대구시는 각종 정보의 공개를 꽤 자주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보공개법이 있지만, 법은 타당한 근거 없이 정보를 비공개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안은 두지 않는다. 청구인에게 이의신청권만 부여해뒀을 뿐이다.

대구시처럼 작정하고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면, 정보공개까지는 참 지난한 시간이 걸린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의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3년이 넘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다.

홍 시장 취임 직후부터 대구시는 특활비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법무부와 검찰처럼 민감 정보 공개에 빗장을 걸고 있다. 민간 정보란 ‘시장님 심기를 거스르는 정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해 보이긴 한다. 홍 시장이 취임하면서 새로 산 관사 관련 정보를 공개요청 했을 때, 이를 거부한 게 그 시그널로 보인다. 비공개 근거가 ‘사생활’이라고 했을 때, 웃음이 나왔지만, 1년 정도 대구시를 겪으며 그 의미를 명확히 알게 된다.

뉴스민은 지난해 11월 대구시의 비공개 결정에 대응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설마 한 해 100억 원에 가까운 검찰 특활비 만큼 시간이 걸리겠느냐 싶지만,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진다면 적어도 1,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대구시로선 ‘시장님이 좋아하지 않을’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결정이다.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소송을 제기하는 개인도 많지 않을 것이니, 버티면 ‘장땡’이다 싶을 것 같기도 하다.

뉴스민도 비용이 부담이긴 하다. 그래서 최근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은 비용보다 시간이 문제다. 시간이 들더라도 홍준표 대구시정의 ‘못된 버티기’엔 대응을 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행정심판을 청구한 정보는 모두 3건이다. 2건은 홍 시장이 강하게 옹호한 골프대회와 관련한 정보이고, 다른 1건은 홍 시장 등이 이용한 관용차량 운행일지다.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면서 내세운 대구시의 이유라는 건 ‘사생활’, ‘경영상, 영업상 비밀’, ‘내부검토’ 등이다. 검찰 특활비도 공개하라고 한 대법원이 고작 시장의 관사운영비, 관용차량운행일지 비공개를 허용할까 싶지만, 버티겠다는 대구시의 뜻을 존중한다. 대신 공개 결정 이후의 책임은 홍 시장을 비롯해 그 결정을 수용한 공직자 개개인이 함께 져야 할 것이다.

칼럼을 마무리하는데, 또, 대구시가 정보를 비공개했다는 결과가 회신 됐다. 행정심판 신청서를 또 하나 써야 할 것 같다. 나도 시간은 많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