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王국 1년] 1-1. “페이스북 글 쓰는 건 10분” 정말일까?

① <홍준표의 페이스북 실록>
> 하루 1.07회 쓰고, 평균 3.18회 수정하며,
> 수정 포함하면···작성 완료까지 평균 197.6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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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벌써 페이스북에 쓴 글로 엮은 책만 3권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도 어느 정치인보다 많은 구독자를 자랑한다. 홍 시장은 2018년 페이스북을 엮어 두 번째로 펴낸 책 서문을 통해 페이스북에 열심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페이스북을 일기처럼 매일 쓰는 것은 국민과의 직접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권 언론의 편향성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트위터 하나로 반 트럼프 진영의 모든 언론을 상대 합니다. 이제 우리도 그런 시대가 도래했음을 곧 알게 될 겁니다. (중략) 매일 같이 일기처럼 쓰는 페이스북은 내 인생의 기록이자 내 생각을 정리하여 후대에 남기는 개인 실록입니다”

‘편향된 언론’에 대응해 직접 시민과 소통하고, 그 스스로 인생의 기록이자 실록으로서 후대에 남기고자 함이라는 설명이다. 뉴스민은 그의 ‘실록’에서 시장으로서 1년치 기록을 살펴, ‘대구시장 홍준표’의 1년을 분석한다.

1-1. “페이스북 글 쓰는 건 10분” 정말일까?
1-2. 페이스북 정치, 시장보단 당 상임고문?
1-3. ‘언론의 편향성’에 맞서는(?) ‘페이스북 투쟁’

하루 1.07회 쓰고, 평균 3.18회 수정하며,
수정 포함하면…작성 완료까지 평균 197.6분 소요

“‘지방 행정에 전념하라’ 그 이야길 하는데, 사실 페이스북에 글 쓰는 건 10분입니다.”

지난 4월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홍 시장의 항변이다.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자, 김기현 대표가 “지방행정에 전념하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10분’.

지난 1년치 홍 시장의 페이스북 글을 살펴보면, ‘10분’이면 된다는 그의 주장은 반만 맞는 말이다. 페이스북은 최대 한 달 동안 게시물(‘실록’)의 시간대별 수정 내역까지 공개한다. 뉴스민은 지난 4월 15일부터 홍 시장 페이스북 게시물 모니터링을 시작해서 3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게시물 119건의 시간대별 수정 내역을 확보했다. 지난 1년치 ‘실록’ 중 30.4%에 해당한다. 3월 16일 이전 ‘실록’은 시간대별 수정 내역은 확인할 수 없지만, 수정 횟수와 날짜는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그의 ‘실록’ 작성 패턴을 살폈다.

홍 시장이 연간 작성한 ‘실록’은 모두 392건이다. 이중 302건(77.0%)을 적어도 1회 수정했다. 수정 실록은 평균 3.18회 수정했고, 최대 13회까지도 고쳤다. 수정은 작성 후 짧으면 몇 초 안에도 이뤄졌고, 길면 몇 시간 뒤까지도 이어졌다. 첫 작성 후 거듭 살피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첫 작성 후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심한 경우엔 날을 넘겨서까지 수정을 이어간 경우도 21건 확인된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 동안 홍준표 시장이 작성한 페이스북 글은 모두 392건이고, 그중 302건을 1회 이상 수정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실록’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성남FC 후원금 문제로 이재명 대표가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받은 것을 두고 “같은 잣대면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시장 등도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응한 실록이다. 같은 날 오후 2시 39분 첫 작성된 이날 ‘실록’은 다음날까지 수정이 이어지면서 12회 고쳐졌다.

수정을 거치면서 처음 587자였던 실록은 769자까지 늘어났다. ‘수백억’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성남FC 모금액은 178억 원으로 구체화됐고,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나를 잡기 위해 1년 이상 경남지사 시절 수행했던 모든 사업을 깡그리 재조사를 다 해도 돈 1원 한 장 나온 게 없어서 모두 내사 종결된 일이 있었다. 양산에 가서 한번 물어보시라”는 내용이 더해졌다.

수정시각이 확인되는 지난 3.5개월치 ‘실록’ 119건만 따로 살펴보면, 좀 더 구체적인 실록 작성 패턴이 확인된다. 이 기간 작성된 것 중 94건(79.0%)이 1회 이상 수정됐고, 건당 평균 3.71회 수정했다. 수정을 포함해 작성이 완료되는데는 평균 197.6분이 소요됐다.

▲수정시각까지 확인되는 페이스북 119건을 분석해보면, 첫 작성 후 수정 완료까지 평균 197.6분이 걸렸다.

여러 번 수정된 실록은 첫 작성 후 사실상 실록 수정에 더 신경을 쏟은 걸로 봐도 될 정도로 잦은 수정 패턴이 확인된다. 수정이 잦을수록 작성 완료까지 드는 시간은 늘어난다. 94건 중 72건(76.6%)은 2회 이상 수정했고, 수정을 포함해 작성 완료까지 들이는 시간은 평균 234.1분이다. 5회 이상 수정한 건 31건(33.0%) 수준으로 줄지만, 작성 완료까지 들이는 시간은 293.5분까지 는다.

1년치 실록 중 가장 많이 수정된 실록이 이 기간에 작성됐는데, 지난달 14일 ‘험지 출마’ 문제를 두고 하태경 국회의원(국민의힘)을 비판한 실록이다. 발단은 역시 홍 시장의 페이스북이다. 전날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측근들이 험지에 출마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하 의원이 같은 날 저녁 방송에 출연해 “홍 시장님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하 의원 발언이 알려지자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4일 오전 11시 9분 장문으로 자신의 정치 역경을 설명하고 하 의원을 비난했다. 첫 작성 후 13회에 걸쳐 수정이 이뤄졌는데, 11시 12분, 15분, 18분, 23분, 25분, 29분, 12시 8분, 9분까지, 한 시간 동안에만 8회 수정했고, 이후에도 3시 33분, 40분, 42분, 4시 30분, 7시 33분 등 5회 더 수정했다. 첫 작성에는 10분이 걸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지막 시각을 기준으로 8시간 24분 동안 실록 작성에 공을 들인 셈이다. 대구시가 공개하고 있는 홍 시장 일정표를 보면 이날 홍 시장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성남FC 논쟁에 대응한 것과 마찬가지로 첫 작성글은 415자였지만 마지막 작성은 782자까지 늘어났다. 내용이 늘면서 “임명직이나 다름없는 국회의원”이라는 표현이나 “나는 지도부에 충고할 자격이 차고 넘친다”, “요즘은 시간이 많아 거지 같은 논평도 받아 준다”는 표현 등이 덧붙으면서 비판의 디테일이 추가됐다.

하루 평균 1회꼴로 쓰긴 하지만, 하루 동안 2회 이상 쓰는 날도 99일(27.1%) 확인된다.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실록을 남길 날은 지난달 23일이다. 대구경찰청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위해 대구시청을 압수수색을 한 날이다. 이날 홍 시장은 실록 7건을 남겼다. 작성 후 삭제한 1건을 포함하면 8건으로 늘어난다.

이날 오전 8시 54분,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조치를 옹호하는 실록을 처음 남긴 것을 제외하면 모두 압수수색에 나선 대구경찰을 비난하는 실록이다. 비난은 9시 2분부터 시작돼 거의 하루 종일 이뤄졌다. 6건은 최소 2회에 9회까지 수정됐고, 수정시각을 고려하면 이날 홍 시장이 실록 작성을 마친 시각은 밤 8시 29분이다. 오전 9시 2분부터 밤 8시 29분까지 그는 실록 작성 또는 수정을 위해 36회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약 20분에 1회 꼴이다.

▲지난달 23일 경찰이 대구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날 홍 시장은 7개 실록을 남겼고, 각 2~9회 수정했다. 작성과 수정을 위해 20분에 1회 꼴로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