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7월 1일 20R 대구FC vs 수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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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러 동반 출정한 수원삼성 블루윙즈 원정 응원단의 절규에 가까운 함성이 경기 시작전부터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1일(일) 저녁 7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라운드 홈경기에 최원권 감독은 가용 가능한 주력을 총 동원했다. 7라운드 이후 13경기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오승훈에게 장갑을 맡겼다. 부상으로 울산전을 건너뛴 홍정운도 복귀했다. 조진우, 김진혁과 쓰리백을 구축했다. 홍철, 이진용, 이용래, 황재원으로 구성된 중원은 대구가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이었다. 퇴장으로 결장한 에드가의 빈자리는 바셀루스, 세징야, 고재현이 분담했다.

홈팬들 앞에서 연패를 당하고 싶지 않은 대구는 검은색 3rd 유니폼으로 결의를 표했다. 첫 포문은 세징야가 열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날린 슛이었다. 발목 힘이 빠지기 전이었다. 수원도 간결한 빌드업으로 반격했다. 단숨에 우리 골에어리어에 진입했다. 아코스티가 멍군을 불렀다.

물러설 곳 없는 꼴찌팀의 공세는 생각보다 진득했다. 선제 실점을 피하고 싶었던 김병수 감독은 닥공보다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지킬 것을 요구한 듯 했다. 검증된 선수들인 고승범, 이기제, 김보경이 믿음에 부응했다. 조진우, 황재원이 카드로 공세를 막았다.

20분 골에어리어와 인접한 지역에서 프리킥을 허용했다. 관중석에 정적이 감돌았다. 장신 수비수들이 눈을 감지 않지 않았고, 위기를 모면했다. 35분 우리 진영에서 다시 한 번 프리킥을 허용했다. 고승범이 키커로 나섰다. 옆에 있던 이기제와 예상 못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수비진이 임기응변으로 공세를 차단했다.

주중 FA컵을 치르고 온 팀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수원 선수들은 활력이 있었다. 같은 쓰리백 전형을 구축했지만 전개 방식은 달랐다. 수원은 우세한 허리힘을 밑천 삼아 빌드업으로 골을 노렸다. 허리의 열세를 인정한 대구는 중원을 건너뛰는 전술이었다. 복잡한 빌드업을 무시하고 단번에 공격진에게 연결하는 롱볼 전술이었다. 골키퍼와 센터백들의 킥은 평균 비거리 50m를 초과했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보고 싶은 홈팬들의 눈높이는 고려하지 않은 듯 했다.

전반 막바지 용병들이 역습을 주도했다. 골임을 직감한 홈팬들의 두 손이 가슴 근처에 도달했다. 세징야와 바셀루스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볼터치는 언어 소통만큼 매끄럽지 못했다. 곧이어 국내파들도 공중전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다르지 않았다. 아쉬움 가득한 전반이 종료됐다.

후반 체력 싸움이 시작됐다. 대구는 변화가 없었다. 수원은 두 자리를 교체했다. 전방의 공격진 안병준과 김주찬을 불러냈다. 볼 간수 능력이 좋은 명준제와 유제호를 투입했다.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효과가 나타났다. 5분도 채 되기 전에 고승범과 김보경이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완벽한 실점임을 직감했을 때 오승훈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선방했다. 놀란 가슴의 심박수가 잦아들 때쯤 수원의 거듭된 공세를 홍정운이 파울로 차단했다. 직접 골로 연결되기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수비벽을 넘긴 볼이 골키퍼 정면이었다. 펀칭으로 쳐낸 공이 부메랑처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수도 팬들도 망연자실했다. 오승훈이 펀칭한 공이 조진우의 허벅지를 맞고 골문으로 되돌아왔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오승훈이 수습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소요된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곧바로 공격진을 보강했다. 근육 피로를 호소한 이용래를 쉬게 하고 이근호를 투입해서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10분 후에는 장성원과 케이타를 동시에 기용했다. 이진용과 바셀루스가 축구화를 벗었다. 종료 10분 전 이근호를 박세진으로 교체했다. 고작 25분 만에 교체된 이근호는 어깨가 처졌다. 안타까운 팬들은 박수로 위로했다.

7경기 만에 승리를 목전에 둔 수원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구단에 대한 자부심이 우리 선수들보다 우월한 수원의 국내파 선수들은 가진 기량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우리 문전에서 주고받는 세밀한 패스는 우리가 보지 못한 고급 스킬이었다. 훈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역량이었다.

▲[사진=대구FC 페이스북]

동점이 다급한 최원권 감독이 사용한 응급처방은 김진혁 올리기였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처방이지만 간혹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김진혁을 향해 좌우에서 볼이 올라갔다. 기성용이 없는 롱볼 전술은 한계가 있었다. 발로 배달하는 축구공으로 문 앞 도착을 기대하기엔 무리였다. 박세진이 들어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세징야와 중앙 침투가 가능해졌다. 프리킥을 유도했고, 코너킥도 얻었다. 우리의 기세에 수원이 주춤하던 순간 장성원이 우측면을 돌파했다. 오른발 인사이드에 감긴 볼이 문전을 향했다. 수비진을 떨치고 쇄도하던 세징야 머리에 닿았다. 종료 1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만들었다. 고성동이 들썩였다. 자리에 앉아있는 관중은 없었다. 박수와 환호가 진동했다.

추가 시간은 5분이었다. 승리를 확신하고 경기장을 찾은 12,175명의 홈팬들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접지 않았다. 주중 FA컵을 치르고 온 수원 선수들은 승점 3점은 놓쳤지만 1점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추가 시간 쉼 없이 수원을 다그쳤지만 추가골은 없었다. 대구는 두 골을 넣고 1대1로 비겼다. 관중석은 매진이었지만 그라운드엔 세징야만 보였다.

지친 상대에게 시원한 한 판을 기대했던 홈팬들은 갈증 해소를 위해 인근 맥주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테이블을 넘어오는 소리는 동일했다. “허약한 허리힘으로는 상대를 넘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