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7월 11일 22R 대구FC vs 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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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21라운드 승리팀은 3팀뿐이었다. 리그 우승이 유력한 울산과 K리그 5연패 기록을 앞세워 21세기 최고 명문팀으로 등극한 전북이다. 제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대구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리그 5위의 성적으로 기분 좋게 22라운드를 맞이했다.

11일(화) 저녁 7시 DGB대구은행파크로 강원fc를 불렀다. 강원은 11경기째 승리가 없다. 승점 14점으로 11위다. 강등 전쟁을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마지막 남은 불씨를 살리기 위해선 이번 경기 승리가 우리보다 절실했다.

홍정운이 부상으로 결장한 센터백 자리는 지난 경기 제 몫을 다한 김강산이 두 경기 연속 출장했다. 징계를 받았던 에드가도 전방에 복귀했다. 고재현은 한 발 뒤로 배치됐다.

선발 라인업에서 무게가 달랐다. 대구는 5골 이상의 골잡이가 3명이나 출전했지만 강원은 02년생 신예 박상혁이 3골로 팀 내 최다 골잡이였다. 대구의 넘버4 급이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소나기가 내렸다. 최원권 감독은 그동안 등한시했던 점유율까지 염두에 둔듯했다. 김강산의 빌드업이 돋보였다. 차단에 주력하던 수비에 익숙한 홈팬들에게 걷어낸 공이 빌드업이 되는 고급 스킬을 선보였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우리 공격수를 보고 뛰어올랐다.

막다른 골목에 갇힌 강원의 반격도 범상치 않았다. 김영빈이 세징야를 파울로 차단하며 공격의 물꼬를 막았다. 첫 번째 유효슛은 강원의 몫이었다. 15분경이었다.

19분 세징야가 파울을 유도했다. 현란한 몸놀림에 강원 수비수의 발이 자동 반응했다. 세징야 존이었지만 윤정환 감독 부임 후 단단해진 강원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연승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세징야는 3선까지 내려와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파트너는 김강산이었다. 좀처럼 수비수와 볼을 주고받지 않는 세징야도 김강산에게는 믿고 공을 건넸다.

31분 네 명의 우리 선수가 팬들의 눈을 정화시키는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골로 연결하진 못했지만,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승리가 간절한 강원 골키퍼 이광연은 연신 골에리어 밖까지 진출하여 자기 선수들을 독려했다. 강원의 공세를 차단하느라 황재원은 경고까지 감수했다. 선취골이 간절했던 양 팀은 토너먼트대회 결승만큼 치열한 전반을 마쳤다.

운동장의 조명이 소등됐다. 새로운 용병 벨툴라의 입단식이 하프타임에 거행됐다. 브라질 U-17대표 출신으로 브라질과 포르투갈 1부 리그를 경험한 2000년생 유망주다. 주 무기인 볼배급 영상을 소개했다. 중원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후반이 시작됐다. 부임 후 승리가 없는 윤정환 감독은 골잡이를 박상혁에서 이정협으로 교체했다. 강원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공세가 이어졌다. 홍철이 분위기를 바꿨다. 에드가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타이밍이 아쉬웠다. 곧이어 세징야가 쇄도하던 바셀루스 발밑으로 공을 밀었고 에드가 머리까지 전달했지만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최전방 용병 3인방이 합을 맞춘 것으로 만족했다. 세징야가 다시 한번 바셀루스에게 맞춤 패스를 했지만 골키퍼 정면이었다.

최원권 감독이 머리를 쓸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용래가 준비했다. 후반 21분 바셀루스를 불러들였다. 고재현을 전진 배치했다. 후반 23분 윤정환 감독도 유인수와 김대우를 투입했다. 이정협과 양현준이 호흡을 맞추었다. 위협적인 슛이었다.

후반 28분 이진용과 홍철이 아웃되고 장성원과 박세진이 들어왔다. 지난 경기 오른쪽에서 뛰었던 장성원이 이번에는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사진=대구 FC페이스북]

장성원이 시동을 걸었다. 후반 41분경이었다. 왼쪽을 돌파한 후 크로스를 올렸다. 자리를 선점한 에드가 머리에 닿았다. 완벽한 골이었다. 강원 선수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직전 중원에서 펼쳐졌던 자리싸움 과정을 어필했다. VAR을 거치면서 파울이 인정됐다. 에드가도 장성원도 선수들도 7,929명의 팬들도 한숨을 쉬었다. 눈앞에서 승점 2점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추가 시간 동안 양 감독은 승점 1점보다 3점을 원했지만, 전반에 내린 장맛비에 체력이 소진된 선수들을 독려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관광버스 한 대도 채우지 못한 강원 응원단의 애절함이 통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만큼 우리 선수들은 야박하지 않았다. 한 템포를 쉬었다. 이어지는 주말 광주 원정은 자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