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경남 복사품이 되어버린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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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어디서 본 장면인데?”

지난 1년, ‘홍준표표’ 대구 시정을 되돌아보면, 이 말을 몇 번 했는지를 세어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 11일 자못 엄중하게 정책토론청구 서명부에서 ‘무더기’ 불법허위서명이 드러났다던 언론 브리핑은 그 중간 결산 정도로 봐도 될 듯하다. 대구시는 7,310명이 참여한 8건의 정책토론청구 서명부에서 명의 모용 의심 5명을 발견했고, 중복서명, 기재오류, 주소지 불일치 등도 다수 확인됐다는 이유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같은 장면이 2015년 9월 경남에서도 연출됐다. 홍 시장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진주의료원 폐쇄 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가 추진됐다. 2015년 7월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 필요한 14만여 명의 주민 서명부가 경남도에 제출됐고, 경남도는 두 달여 간의 검증 끝에 서명부에서 위·변조를 발견했다며 경찰 고발에 나섰다. 실제로 위·변조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계자 중 일부가 사법처리 됐다. 이때의 기억이 홍 시장에겐 ‘좋은 추억’으로 남은 건지, 대구에서도 서명부 검증과 고발이 복사, 붙여넣어졌다.

이뿐인가.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도정을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하더니, 도지사 취임 후에 ‘도정개혁단’을 만들었다. 대구시장에 나서면서도 ‘시정이 침체되고, 피폐하고, 무산안일’하다며 ‘시정혁신단’을 만들었다. 경남에서나 대구에서나 빚은 그의 적이다. 경남도에서 ‘채무제로’ 달성을 자랑한 홍 시장은 대구에서도 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골프에는 진심이라, 경남에서도 대구에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당하게 골프치라는 훈시를 내놓는다.

경남도를 인수한 후 재정정검단을 포함해 한시기구를 만들려다가 행정안전부 반대에 부딪힌 것도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그땐 3개 중 1개밖에 관철시키지 못했다면 이번엔 행안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뜻을 관철시켰다는 점이다. 창원시와 경남마산로봇랜드 사업 추진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나 안 해’를 시전했듯이, 달서구와 신청사 건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나 안 해’를 시전했다. 이 모든 것이 경남에선 경남 미래 50년을 위함이었고, 대구에선 대구 미래 50년을 위함이라고 말하는 것도 판박이다.

경남을 복사해 붙여놓은 대구의 미래는, 경남의 오늘을 보면 알 수 있다. 폐쇄된 진주의료원은 부활이 추진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서명 위조를 문제삼던 경상남도의 도지사 비서실 공무원이나 지사의 측근들이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위조로 처벌되는가 하면, 채무제로는 ‘허구’였다는 지적이 쉬지 않고 뒤따르고, 채무제로 달성 기념식수는 세 번이나 말라 죽었단다. 경남마산로봇랜드는 민간기업이 1,600억 원 가량을 ‘먹튀’했고, 후임 도지사는 그 책임이 홍준표와 김경수 전임 도정에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시장님은 당당하다. 내가 맺어 놓은 계약대로 했으면 로봇랜드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빚 내선 절대 신청사 같은 건 안 짓는다’고 하며, 시민 서명을 받아 청구한 정책토론은 ‘떼법’이고, 제2 대구의료원 건립 추진 따위는 손쉽게 무위로 돌려버린다.

그렇게 대구가 경남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