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참사 빗대 “도로점용 불가” 언급 홍준표···학계선 “집회 보장이 단체장 의무”

대구퀴어축제 조직위, '국가 폭력,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던진 질문'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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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퀴어축제와 관련해 지자체의 도로점용 허가권이 병존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도로점용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공물인 도로는 여러 규율이 작용하는 곳으로 공물의 사용과 관련해 도로관리청은 자의적인 사용 배제가 아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함을 전제로 행사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홍 시장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시가 법제처에 의뢰한 유권해석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홍 시장은 “(법제처는) 구체적 분쟁 사안은 해석을 회피했다”며 “경찰서장 권한과 지자체 권한이 병존한다고 유권해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주 오송지역 지하도 침수 사고도 경찰의 사고 예방 도로 차단 의무 위반과 청주시의 도로 위험관리 의무 위반이 경합되어 발생했다”며 “신고만으로 도로점거가 허용된다는 대구경찰청장 논리는 문정권하의 과잉 집회 관리 논리”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이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홍 시장이 유권해석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호도하고 있으며, 오송 참사를 빗대 표현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인권팀장은 “단체장의 권한을 이야기하면서 오송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퀴어축제의 경우 적법한 집회를 보호하려는 경찰에 맞서서 집회 장소를 통과하는 버스 운행을 강행하려 해 시민을 위험에 빠트리려 한 홍 시장이 할 말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은 헌법상 권리인 집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집회와 교통을 양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19일 오후 4시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국가 폭력,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던진 질문’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제인권규범으로 살펴본 집회 장소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와 행정의 책임에 대해 발표했다. 이외에도 박재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 중구지부장, 조수미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서창호 인권팀장이 토론했다.

▲지난 19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에서 홍준표 시장의 대구퀴어 축제 제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도로 관리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관련해, 기관의 ‘공물관리권’이 인정되지만, 이는 법률상의 권한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동석 교수는 “공물(중앙대로) 사용은 자유 사용이 원칙이므로 누구든지 사용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공물관리권은 법률 또는 조례에 따라 인정되는 권한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함을 전제로 하므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집회 개최는 원칙상 광장과 도로 등 대중이 접근할 수 있거나 접근해야 하는 모든 장소에서 수행할 수 있다. 집회는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없는 벽지로 밀려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공물관리권은 오히려 인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행사돼야 한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대구시 행태는 적반하장의 전형으로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이라며 “아주 예외적으로 축제가 대구 도심 교통 일체를 장시간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축제 개최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소중한 권리이고, 집회로 인해 소음이나 영업에 어느 정도 불편이 있다 하더라도 인정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퀴어문화축제 본질은 성소수자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회 과정에서 주변에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 하더라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홍 시장이 도로점용허가를 안 받았다고 하는데, 대구 조례부터 법, 시행령을 다 찾아봐도 퀴어문화축제를 열려면 도로점거를 받아야 한다고 볼 근거 조항이 없다”며 “도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의 집회의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는 대구시장 권한 밖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