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한샘초 인근 보행로 확보 공사···채무제로 기조로 난항

한샘초 네거리 인근 300m, 보행로 구분 안 돼 안전 우려
사업 구간에서만 지난 3년 동안 어린이 교통사고 10건
채무제로 기조에 예산 확보 난항···대구시 사업 기간 연장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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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구시는 초등학생이 여럿 모여 있는 달서구 대천동 한샘초 인근 보행로 확장 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0년 지방채를 발행해 40억 원을 마련한 이후 추가 사업비 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에는 채무 미발행 기조가 강화되면서 인근 학생들의 보행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다.

대구시는 달서구 대천동(445-6번지 일원) ‘한샘초등학교~현대 아이파크 도로 확장’ 사업을 통해 약 300m 길이 도로 폭을 15m에서 20m로 확장하고, 보행로를 조성하려고 했다. 사업비는 149억 원으로 2019년 용역비용 1억 원이 편성됐고, 2020년 40억 원이 사업비로 마련됐다. 사업은 올해 12월 완료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구시는 2021년부터 예산 마련을 하지 않았고, 올 하반기엔 사업을 2025년 12월까지로 미룬다는 고시를 할 예정이다.

사업지 주변은 2015년경부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젊은 부부가 거주 세대가 많아졌고, 그에 따라 반경 500m 이내에 한샘초를 비롯해 한솔초, 용천초 등 초등학교 3곳, 달서가족도서관, 유천장난감도서관 등이 조성되어서 어린이 보행 인구가 많다. 사업이 예정지인 월배쌍용예가아파트 맞은편은 도로와 보행로의 구분이 불명확한데, 이곳으론 상가와 학원 등이 밀집해 보행 인구도 몰리는 곳이어서 사고도 잦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사업지 주변 반경 500m 안에서 보행 중이거나 자전거를 타던 어린이가 피해를 입은 교통사고만 22건 발생했다. 22건 중 10건은 한샘초 앞 네거리에서 사업구간을 거쳐 아이파크 아파트 앞 네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현장에서도 안전펜스 조차 설치되지 않은 보행로 구간이 사고 위험이 커 보였다. 바닥을 붉게 칠해 보행로로 구분하고, 군데군데 고무 볼라드를 설치하긴 했지만, 바로 옆으로 적지 않은 차량이 주행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인근을 지나던 김세라(44, 유천동) 씨는 “여기 바로 도서관이 있어서 자주 이 길을 지나가는데, 보행로와 찻길이 구분되지 않아서 사고가 생길 까봐 걱정된다. 아이 혼자 갈 때는 맞은편 길로 다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개선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형섭(38, 대천동) 씨도 “바로 옆 아파트에 살아서 자주 다니는 길인데 정식 인도가 아니어서 되도록이면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며 “달서구에서 보행로 공사를 한다는 말도 있던데 빨리 개선이 되면 안심될 것 같다”고 말했다.

▲ 26일 찾은 한샘초 네거리 인근 도로. 보행로가 찻길과 구분되어 있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한쪽 보행로에는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맞은편에는 고무 볼라드에 불과해 안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가 당초 올해 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올해 예산이 하나도 편성되지 못해 사업이 연기됐다. 달서구는 우선 보상이 끝난 일부 구간이라도 임시 보행로 공사를 하기로 했다.

주민들 입장에선 사업이 서둘러 마무리되어야 하겠지만, 홍준표 시장 취임 후 대구시는 채무발행을 죄악시하고 있어 예산 마련은 더 어렵다. 김장관 달서구의원(국민의힘, 진천동·유천동)은 “2년 전 일부 예산이 들어가고, 올해 하나도 예산이 안 나왔다. 토지 매입만 하면 금방 공사가 될 수 있는데 대구시가 일종의 긴축 재정을 하느라, 또 간접자본 투자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달서구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안전 사고 우려 민원이 이어지자 다음달 중으로 보상이 끝난 일부 구간(약 100m)에 U자형 볼라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달서구는 공사비 7,000만 원을 확보했다.

달서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안전 사고 민원이 있어서 8월에 임시 보행로 설치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정식 보행로는 대구시 사업을 통해 이뤄질 부분이라 이중으로 예산이 들어가기는 어려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라며 “대구시가 사업이 잘 추진되면 굳이 구에서 임시 포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교통국 도로과 관계자는 “공사 추진 상 문제는 아니고, 도로과에서 예산을 요구해도 우선순위 문제 등으로 예산부서에서 삭감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저희도 예산 확보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긴축재정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