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우리는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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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따른 갈등과 차별은 우리 사회에서 항상 대두되는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이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자리 잡은 인식으로 시작된 문제이기도 하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가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남성과 여성의 역할 중요도를 어디에다 둘 것인가에 따라 그에 따른 차별과 갈등은 항상 존재해 왔다.

원시시대에는 어머니가 중심이 되어 모계 혈통을 이어 나가는 모계 사회가 주였던 부족들도 존재하였으나, 사냥, 전쟁 등 남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남성 위주의 사회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 현대에도 갈등과 차별이 존재한다. 여기서 필자는 생명과학적 접근을 통해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생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컷의 생식세포인 정자는 호르몬(FSH, LH, testosterone 등)의 자극에 의해 정소에 존재하는 정원줄기세포로부터 생산되며 이를 정자형성과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 동안 정원줄기세포는 몇 번의 체세포 분열과정을 겪게 된다.

이후 2번의 감수 분열을 통해 최종적으로 염색체 수가 반으로 줄어 있는 반수체 형태인 정자로 형성된다. 암컷의 생식세포인 난자는 정자와 마찬가지로 호르몬에 의해 미성숙 난포의 성숙이 유도되며 이후 대난포로 발달되면 배란이 이루어진다. 이때 배란된 난자는 정자와 같이 완전한 감수분열이 이루어진 상태로 배란 되진 않으며, 제2감수분열이 중간에 멈춰진 상태로 배란이 이루어진다.

체외로 사정된 정자는 아직은 완벽히 수정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난관의 중반부에서 난자를 만나기까지 정자는 암컷의 생식기도내 다양한 화학물질에 의해 자극을 받게 되며 이에 따라 다양한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를 ‘수정능력획득’이라고 한다. 이 과정 동안 운동성의 과활성화가 이루어지며 수정능력획득 후 첨체반응이라는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

이때 정자에서 난자의 제일 바깥에 위치하는 막(투명대)을 융해할 수 있는 효소가 방출되며 이를 통해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때 난자에서는 일시적으로 멈추어진 제2감수분열이 완성되고 정자의 핵(n)과 난자의 핵(n)의 융합이 이루어지게 되며 비로소 수정란(2n)이 된다. 이후 지속적인 체세포분열이 이루어지게 되며 배반포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정란 내부의 세포괴는 모체의 자궁에 착상하게 된다.

발생학적으로 인간의 경우 수정란 이후부터 각 조직과 기관들이 형성되는 8주까지를 배아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우리는 착상 후 발생이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 남성과 여성의 생식 기관 발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신초기 태아의 생식기관은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관으로 발달할 수 있는 볼프관과 뮐러관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때 생식기의 구조 역시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나 Y염색체의 유무에 따라 더 정확히는 Y염색체의 ‘sry’유전자의 발현 여부에 따라 8주차 이후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는 고유한 해부학적 구조로 발달하게 된다. 남성은 이 ‘sry’ 유전자가 발현됨에 따라 볼프관으로부터 정소, 부정소, 부생식선 등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여성의 경우 ‘sry’ 유전자 발현이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뮐러관으로부터 난소와 자궁 등의 여성 생식기관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이후 태아는 모체에서 일정 기간 발달이 이루어지고 최종적으로 분만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배아단계까지 동일한 형태로 발달되다가 특정 유전자에 의해 성별이 구분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포유동물은 하등동물과 다르게 감수분열을 통해 만들어진 서로 다른 생식세포의 융합을 통해 자손을 생산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것일까?

필자는 아마도 이는 진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지구상에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유전형질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감수분열을 통한 생식세포의 생산과 이들 생식세포를 통한 새로운 개체의 발생이 아마도 고등동물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남성과 여성의 중요도는 모두에게 있다. 다시 말해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은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문제는 잘못된 현상임이 분명하다. 앞서 살펴보았듯 생식학 및 발생학적 관점으로 볼 때 우리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갈등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성별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생명 현상에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새로운 생명은 남성과 여성 생식세포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조장하기보다는 배려와 존중을 통한 화합을 이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화는 비단 인간만이 아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생명 존엄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약 2억 5,000만 년 전 유인원과 인류의 공동 조상으로 추정되는 ‘드리오피테쿠스’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성별의 조화를 이루며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 맞게 진화해 왔다. 앞으로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을 뛰어넘어 우리 인류가 어떠한 조화를 통해 미래를 맞이해야 할 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우성 경북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