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저널리즘스쿨] 대구지역소멸현장보고서, 남은 사람 떠난 사람

대구 지역민 100명을 만나다
정주민 의견수렴과 그에 맞는 사업추진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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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경북협의회, 성서공동체FM과 8월 12일부터 30일까지 ‘2023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진행했습니다. 17명의 청년들이 6팀을 꾸려 지역 문제를 탐색해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최우수상은 권규인, 심순경, 정진원의 <산안법 사각지대 아파트 청소노동자를 만나다>, 우수은 박규선, 이윤호, 황민혜의 <“나를 믿어주세요” 내 삶을 찾는 도전, 탈시설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선정됐습니다. 아쉽게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김지효, 이학선, 이현수의 <발달장애를 ‘얼마나’ 아시나요? 어머니들의 생생한 이야기>, 김민진, 김현영, 정휘의 <사각지대가 가린 사각지대;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노숙인의 ‘정신건강’>, 박대성, 이동민의 <남은 사람 떠난 사람>, 김소윤, 서한희, 최미란의 <우리 교육은 건강한가요?>도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 모색을 위해 노력한 보도입니다. 뉴스민은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제작한 결과물을 제출본 그대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는 대구 남구와 서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정부는 일자리창출, 청년이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등 다양한 인구활력 증진사업에 사용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한 대응을 앞두고 있다. 남구는 대표적으로 앞산 모노레일 설치, 서구는 키즈맘센터 건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 지역 소멸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까? 그리고 현재 그에 대응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대구 서구, 남구 지역민들의 시선에서 들어보았다.

취재 첫날, 대구 서구 비산동을 찾았다. 미로 같은 골목과 단독주택으로만 이루어진 이 마을은 벽화와 꽃으로 꾸며져 있다. 바로 달성토성마을이다. 아름다운 골목정원은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항상 꼽힌다. 그러나 이곳도 인구소멸의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전체 인구가 지난 7월 기준 8600명 선인데 이중 30%가 65세 고령층이다.

▲김태순 씨

비산2.3동 주민이자 달성토성마을다락방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는 김태순씨는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까, 아무래도 최근에 뭐 이렇게 일을 하려 해도 젊은 사람들이 좀 있어야 하는데‘라며 젊은 사람들이 떠난 마을의 상황을 들려주었다.

인터뷰내내 ‘나는 몰라’를 되내이면서도 의견을 피력하는 태순씨. 그러다 최근 아파트 재개발 미분양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한다. ‘아파트는 지금 우리 솔직히 말해 인구가 많이 줄잖아요. 그리고 지금 아파트가 너무 많다.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정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하다. 나는 몰라.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내 생각은 그래.’

빈집이나 오래된 주거지역에 대해서 재개발을 통해서 아파트만이 대안이 아니라 기존 정주민에 대한 환경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어가자는 의견이다. 다른 주민들의 의견에서도 주로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 두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젊은 층에게도 노인 일자리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자는 의견과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입장과 아파트가 무의미하다는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아파트 건설 대신 현재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젊은 층이 쉽게 임대할 수 있게 하자는 절충안도 있었다.

이튿날, 대구 서구에서 가장 많은 시내, 시외버스 왕래가 많은 북부시외버스터미널로 가보았다. 예천, 의성 노선을 오가는 남상용 시외버스기사는 ‘코로나 이전하고 비교했을 때 승객감소가 3분의 2이상 줄었다.’ 말했다. 미용업을 35년 동안 해오고 있는 유순아씨를 만나 갔을 때 사장님과 반려견만이 있었다. ‘예전엔 월 150도 했는데 지금은 50만원도 겨우 벌 정도로 이 일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힘들다. 진짜 힘들다. 오죽하면 내가 불 꺼놓고 누워서 있겠나’라는 말을 전했다.

지역소멸의 또 다른 척도는 학생 수 감소를 통해 체감하는 듯했다. 서구 비산 1동 원고개마을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우화주씨도 마찬가지다. ‘여기 바로 옆 비봉초등학교라고 있는데 그 학교 규모가 꽤 되거든요. 근데 지금 1학년이 5명’이라며 ‘일상적인 소통을 하는 데는 별로 그런게 와닿지는 않는데, 수치적으로 마을에 있는 학생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역소멸의 대안으로 실제 원고개마을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주었다. 마을 공유 공간이 생기면서 그 공간을 본인들이 관리하고, 임대료 없이 쓸 수 있는 조건으로 제안을 했고, 그 청년들이 지금 마을에 와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층은 일자리 문제 때문에 지역을 빠져나가지만, 서은주씨는 타지에서 남구로 이사했다. 서은주씨는 단독주택 때문에 남구로 이사했다고 한다.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를 지어야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단독주택이 이사하고 싶은 이유로 작용할 수도 있다.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남구는 앞산이 가까이 있으니까 집에서 조금만 걸어도 자연을 만날 수 있고, 또 동네를 다니면서 쉽게 산책할 수 있고 교통이 굉장히 편해서 지하철도 다니고 대구 시내 어떤 곳이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말하며 그간 남구에서 살아오면서 좋았던 점을 소개했다. 고령층이 많은 남구에 대학병원이 많아 노령층이 거주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가장 고민이 많을 예비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대구 남구에 위치한 대구교육대학교를 찾았다. 박영인, 손성빈 씨는 공통적인 고민이 생각외로 ‘임용고시 합격’이었다.

‘발령대기를 몇 년을 하더라도 우선 합격을 먼저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대구쪽에 선생님이 되시면 정착할 의향에 대해 묻자 ’대구에 살지는 모르겠는데 경북에서 시험을 치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대구에 정원이 적다보니.. 나중에는 대구에 돌아 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 서구, 남구의 지역소멸대응기금으로 진행 예정인 사업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사업 실효성이나 지역소멸, 인구감소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앞산 케이블카 야외 헬스장에서 만난 남구 주민 정장희씨는 ‘앞산은 관광자원이지 모노레일을 설치한다고해서 인구유입의 대안으로 제시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미진 씨

대구 한 공기업에 다니는 서미진씨는 ‘젊은 부부들은 달성군이나 도시 외곽의 신도시에 주거하고 있는데 키즈맘센터 하나만 보고 서구로 이주하지 않는다’ 말했다.

현재의 지역소멸,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직관적인 말도 덧붙였다. ‘대구에 계속 남고 싶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주는 것이 크다’며 ‘지역에 있으려면 여기 있어도 내가 잘 먹고 잘 살만한 곳이어야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집값이나 편의시설이 많다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역민과 청년층을 인터뷰한 결과, 20대 청년층이 지역에 정착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어난 지역이 주는 안락함 또는 익숙함 때문에 남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자리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잡았거나, 일자리를 구할 예정인 청년들은 ‘문화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수도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러 문화시설을 지역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기성세대는 문화시설에 대해 청년층보다 덜 주목했다. 남구에서 페인트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넷플릭스 이런게 발달돼서 그런건 괜찮다”라고 말했다. 청년층이 축제, 공연, 헬스장 등의 문화생활 전반을 ‘문화시설’로 생각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영화와 같은 좁은 범위로 생각하는 듯했다.

일자리, 주거, 문화 세 요소가 주로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 유치, 공간 대여를 통한 청년 창업 활성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주거 문제는 재개발 규제 완화 및 아파트 건설 의견이 많았다.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청년층에게 임대해 주자는 의견도 있었다. 문화시설은 주로 청년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는 치맥축제, 오페라하우스 등의 일부 문화생활 기회가 있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각종 축제와 문화공간이 활성화된 것에 대비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다양한 문화생활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감소 지역소멸의 시대, 수도권 중심의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일정기간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정주민의 생활밀착형 인프라 마련과 지속적인 의견수렴을 통한 관심이 필요해보인다.

‘2023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 참가자 박대성, 이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