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습지에서 ‘맹꽁이 찾기’ 나선 사람들, “맹꽁이가 중요한 이유는”

제9회 생명사랑 환경축제, 맹꽁이야~ 놀자
생물다양성 탐사 나선 참가자들,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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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는 굉장히 조심성이 많고, 사람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해요. 근데 또 재밌는 게 뭐냐면 사람 주변에 살기를 좋아해요. 사람이 경작하는 밭이나 개방된 수면, 공기가 들어오는 하늘 같은 트인 공간도 적당히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대명유수지)는 어때요? 데크가 이렇게 있고, 아무렇게나 우거진 숲은 너무 단조롭죠. 이런 환경에선 맹꽁이가 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이들의 입장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진 거죠.

김대호 와일드 아크 연구원은 ‘맹꽁이 찾기’가 사실 어려울 거라 봤다. 9일 대구 달성군 달성습지 생태학습장 일대에서 열린 ‘제9회 생명사랑 환경축제, 맹꽁이야~ 놀자’ 축제에서 생물다양성 탐사(바이오블리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가한 시민들은 양서류·파충류를 비롯해 식물·곤충·조류·포유류·어류 6개 분류군에 대해 그룹별로 생태 전문가들과 달성습지의 생물종을 조사하고 기록했다. 자연관찰 애플리케이션인 ‘네이처링’을 통해 탐사 기록이 이뤄졌다.

▲ 9일 대구 달성군 달성습지 생태학습장 일대에서 열린 ‘제9회 생명사랑 환경축제, 맹꽁이야~ 놀자’ 축제에서 생물다양성 탐사(바이오블리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양서·파충류’ 그룹 전문가로 나선 김대호 연구원은 탐사 대원 6명과 생태학습장부터 시작해 대명유수지의 데크를 따라 걸어 나오며 파충류와 양서류를 찾았다. 파충류와 양서류의 생태와 특징 등을 설명하던 김 연구원은 “맹꽁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조성된 공간이다. 맹꽁이가 살면, 산란지도 있어야겠지만 먹이 활동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나 동면 하는 곳도 있어야 한다”며 “이곳엔 그냥 습지만 덩그러니 있다. 처음엔 맹꽁이가 있었겠지만 결국 자연히 감소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박장원(27) 씨도 ‘맹꽁이 찾기’가 어려운 생태학습장을 둘러보면서 “맹꽁이 생태체험학습장이 지자체가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씨는 “인간 위주의 편리성과 접근성이 아니라 생태계를 이해하는 생태 감수성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생태감수성을 기르는 환경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탐사에 활용한 네이처링 앱을 평소에도 자주 들여다 본다. 박 씨는 “같은 생물이 이 동네에서, 저 동네에서 발견되는 모습도 그렇다”면서 “보다 보면 서식지가 사라지는 모습에 좌절감도 느낄 때도 있다. 반면 희망을 발견할 때도 있는데, 맹꽁이를 찾아 기록하며 그 서식지를 지키려는 외국인을 보면서 그랬다”고 휴대폰 화면을 들어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과거 여러 차례 생물다양성 탐사에 참여했던, ‘양서·파충류’ 그룹 준전문가 서말희 씨는 “맹꽁이를 발견하기 좋은 시간대가 밤이라 예전에는 늦은 시간대에 탐사를 했다, 그때 ‘맹맹’ 하는 맹꽁이를 소리라도 만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 씨의 안내에 따라 대명유수지 깊숙한 곳 들어오니 비닐을 깔아 만든 물웅덩이가 있었다. 참개구리와 무당개구리 몇 마리가 대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개구리 덕분에 기록할 것이 생긴 탐사대원들 손이 바빠졌다. 대원들은 카메라에 개구리를 담고, 앱에 이름을 입력했다.

황색빛이 나는 갈색에 검은색 무늬가 보이는 참개구리와 새까만 등과 대비되는 빨간색 배가 인상적인 무당개구리는 누구에게나 ‘구면’이다. 김대호 연구원은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다 보니 강원도 쪽으로 가면 무당개구리 등이 더 초록색”이라며 “양서류가 20종 정도에 불과한데도 사실 연구가 많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이날 웅덩이에 발견한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올챙이가 같은 종류 일수도 있고, 다른 종류 일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탐사 도중 발견한 참개구리
▲ 크기가 다른 모습의 올챙이
▲ 어린 줄장지뱀을 탐사대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탐사대원들이 오전 탐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작은 줄장지뱀도 운좋게 만났다. 누런빛의 줄장지뱀은 몸통 보다 긴꼬리를 가지고 있다. 줄장지뱀은 금방이라도 꼬리를 끊고 도망 갈듯 보였다. 탐사대원 중 누군가 “얘도 꼬리가 쉽게 재생되냐”고 물었고, 김 연구원은 “무한으로 다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정도 재생이 된다. 그런데 올해 부화된 것으로 보이는 어린 개체고,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서 만약에 꼬리를 끊으면 쉽게 재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자주 접하면서 생태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정경연(40대) 씨도 김대호 연구원에게 양서류와 파충류의 생태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했다. 정 씨는 “맹꽁이를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아쉽다”며 “맹꽁이 서식지도 그냥 보기에 잘 꾸며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은데, 초심자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종 분포 모델을 연구하는 대학원생(계명대 환경과학과 경관생태학 분야) 이원철(27) 씨는 “관심 주제 영역이라 직접 현장에 나와보고 싶어서 오게 됐다. 제 분야는 조사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지점이나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생물종이) 움직이고, 분포할 수 있는 지를 조사한다”면서, “양서류가 변화에 민감하고 또 다른 종과 관계성을 고려할 때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서 제 연구에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대호 연구원은 탐사를 통해 사람들이 맹꽁이를 통해 생태다양성의 가치를 느끼길 기대했다.

맹꽁이와 같은 양서류들이 산다는 것은 자연적으로 먹이 사슬이 형성된다는 것인데요. 반대로 이들이 없으면 다양성이 그만큼 줄어들고 생태가 단순화 된다는 거겠죠. 특히 이런 탐사가 중요한 이유는 생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알아야 제대로 관찰할 수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또 이런 것들이 눈에 보여야 애정이 생깁니다. 애정이 생겨야 환경과 생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편, 이날 축제는 대구환경교육센터(이사장 권덕기)가 주관하고, 대구시 주최, 대구교육청 후원으로 이뤄졌다. 습지보호지역인 달성습지의 가치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생물다양성 탐사 외에도 릴레이 투어, 체험부스 등도 진행됐다.

▲ ‘양서·파충류’ 그룹 탐사 대원들이 달성습지 생태학습장부터 시작해 대명유수지의 데크를 따라 쭉 걸어 나오며 맹꽁이 등 양서류와 파충류를 찾고 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