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② ‘이영렬 돈봉투 만찬 당사자’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특활비 월급처럼 고정지급

대구지방검찰청 특수활동비 2017년 9월~2019년 9월 분석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시절 고정지급 흔적 발견
노승권, 2017년 돈봉투 만찬 일원으로 100만 원 받아
연말·임기말 몰아쓰기 흔적도···대검 ‘13월의 돈잔치’와 시기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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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450만 원.

대구지방검찰청이 쓴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증빙자료를 보면, 같은 날 같은 금액으로 시작해 같은 금액으로 끝나는 고정지출 패턴이 확인된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 사이 쓴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증빙자료는 모두 같은 금액으로 시작한다. 시작만 같은 건 아니다. 450만 원을 포함한 9건이 같은 날 집행됐는데(2017.9월 제외), 금액과 지출 순서가 매달 일치한다. 2017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는 450만 원, 90만 원, 50만 원, 30만 원, 40만 원, 135만 원, 25만 원, 20만 원, 10만 원 순으로 이어지고, 2018년 1월부터 6월 사이, 6개월 동안에는 450만 원, 70만 원, 35만 원, 20만 원, 30만 원, 100만 원, 20만 원, 15만 원, 10만 원 순으로 이어진다. 마치 매월 공과금이 빠져나가듯 규칙적인 특활비 고정지출이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 사이 대구지검 특활비 지출 내역에선 매달 공과금 빠져나가듯 규칙적인 내역이 확인된다.

영수장 한 장만 남긴 채 같은 날 같은 금액의 현금으로 전달된 이 특활비가 누군가에게 정기적으로 고정 지급된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 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기밀 수사에 쓰도록 돼 있는 특활비 예산 목적을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급 패턴이다. 대구지검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특활비를 고정 지급했는지, 관련 정보를 모두 가렸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450만 원 고정지급’ 패턴은 2018년 6월 이후 뚝 끊어지는데, 이때 대구지방검찰청 지검장이 교체됐다.

2017년 9월~2018년 6월 이어지는 ‘450만 원 정기지급’ 패턴
2018년 6월, 노승권→박윤해 지검장 교체
노승권은 ‘2017년 돈 봉투 만찬 사건’ 일원

교체 전까지 지검장은 노승권.

▲노승권 전 대구지방검찰청장

그는 2017년 4월 이른바 ‘이영렬 돈 봉투 만찬 사건’ 참석자 중 한 명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였던 노승권 전 지검장은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 소속이었다. 그해 4월 2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노 전 지검장을 포함한 특수본 검사 6명과 함께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지검장은 안 국장과 함께 나온 검찰국 검사 2명에게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돌렸고, 안 국장은 노 전 지검장을 포함한 특수본 검사들에게 현금 70~100만 원이 든 봉투를 나눠줬다. 특수본 검사 중 가장 상급자였던 노 전 지검장은 가장 많은 100만 원 돈 봉투를 받았다.

노 전 지검장이 받은 돈의 출처가 바로 특활비였다. 기밀 수사 업무에 써야 하는 특활비를 검찰 간부 격려금으로 유용한 이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나서 감찰을 지시했고, 검찰은 특활비 집행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개선 방안이 나온 후에도 특활비 오남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노 전 지검장의 지급 방식에서도 여전히 특활비 사용 취지를 무색케하는 ‘정기지급’ 방식이 확인된 셈이다.

노 전 지검장 퇴임 후인 2018년 7월부터는 ‘450만 원 고정지급’ 패턴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또 다른 정기지급 패턴이 나타난다. 매달 한 날 동시에 6~8명에게 적으면 145만 원, 많으면 325만 원을 정기적으로 나눠줬다. 6~8명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7월 이후 보이는 정기지급 패턴은 ‘450만 원 고정지급’과 달리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덜해 실제 기밀 수사에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에 비해 ‘450만 원 고정지급’은 긴 기간(10개월), 일관적인 지급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진짜 기밀 수사에 썼는지 의문이 짙어진다.

다시 설명하면,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 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기밀 수사에 쓰도록 돼 있는 특활비 예산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노 전 지검장이 재임하던 10개월 동안 대구지검에서는 공교롭게도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이 필요한 기밀 수사를 했다는 뜻이 된다.

2년치 대구지검 특활비 중 62.8% 노승권 임기 중 사용
후임 박윤해 지검장 대비 80% 더 많은 집행 내역
노승권, 연말·임기 말 몰아쓰기 흔적도 발견
2017년 12월은 대검찰청 ‘13월의 돈잔치’ 의혹

지난달 28일 <뉴스민>은 대구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지출내역 및 증빙자료를 1차로 수령했다. 이중 특활비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치 지출내역기록부와 현금 수령증 등 702장이다. 이 기간 대구지검은 약 4억 2,270만 원을 특활비로 썼다. 연간 2억 꼴이다.

4억 2,270만 원 중 약 2억 6,544만 원(62.8%)은 노 전 지검장의 전체 임기 중 10개월치 사용 내역이다. 노 전 지검장 재임 기간 사용된 특활비는 후임 박윤해 지검장(2018.6~2019.7) 재임 기간에 사용된 약 1억 4,645만 원을과 비교해 80% 가량 더 많고, 연말 몰아쓰기와 지검장 퇴임 전 몰아쓰기 정황도 발견된다.

▲노승권 전 지검장 임기 중 2017년 12월과 2018년 6월에 유독 많은 특활비 집행 현황이 확인된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사용된 특활비를 월별로 보면 2017년 12월에 약 6,336만 원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됐다. 그다음으로 2018년 6월이 약 4,114만 원으로 뒤를 잇는다. 그 뒤는 2018년 4월(약 2,613만 원), 2018년 2월(약 2,534만 원), 2018년 1월(약 2,112만 원) 순이다. 2017년 10월엔 약 1,792만 원이 쓰여 가장 적다.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된 2017년 12월 사용 현황을 보면, 12월 1일 ‘450만 원 고정지급’으로 850만 원이 9명에게 나눠진 후 4일부터 13일까지 적게는 20만 원, 많으면 300만 원이 16차례(1,819만 원) 집행된다. 이때까지 쓴 특활비만 놓고 보면 다른 달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2월 21일부터 지급 규모가 커진다. 그날 1명에게 1,317만 원이 집행되고, 엿새 뒤인 27일에는 하루에 20명에게 모두 2,090만 9,120원이 지급됐다. 200만 원 3명, 100만 원 11명, 50만 원 5명 차등 지급됐고, 1명이 140만 9,120원을 받았다.

대구지검에서 연말에 20명에게 수천만 원을 지급한 시기는 대검찰청이 전국 검찰청에 한 달에 두 번 특활비를 내려보낸 시점과 일치한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2월 대검찰청은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4억 1,000만 원을 전국 63개 검찰청에 차등 지급했다. <뉴스타파>는 이를 두고 검찰이 연말 국고 환수를 앞두고 남은 특활비를 나눠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3월의 돈잔치’ 같은 대검의 특활비 지급 바로 다음 날인 27일에 대구지검에선 2,000만 원 가량이 20명에게 건네진 것이 확인된다. 2017년 12월 27일 대구지검이 20명에게 나눠준 특활비 2,000여만 원의 출처가 대검이 연말에 각 검찰청에 일제히 보낸 4억 1,000만 원 중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7년 12월 검찰이 국고 반환을 앞두고 남은 특활비 나눠먹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시점에, 노승권 전 지검장은 20명에게 2,000여만 원을 나눠주었다.

2018년 6월은 노 전 지검장 임기가 종료되는 6월 21일까지와 이후로 나눠 살펴보면 노 전 지검장의 임기말 몰아쓰기 의혹이 짙어진다. 2018년 6월 한 달에 대구지검이 쓴 특활비 4,114만 원 중 대부분인 약 3,966만 원이 6월 21일까지 사용됐기 때문이다. 6월 1일 ‘450만 원 고정지급’을 시작해 750만 원이 9명에게 지급된 후, 19일부터 지급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19일은 고위 검사 인사가 발표된 날이다. 이날 1,000만 원 1명을 포함해 4명에게 1,460만 원이 나갔고, 20일엔 390만 원이 9명에게 지급됐다. 21일에도 500만 원 1명을 포함해 5명에게 975만 원이 지급됐다. 인사 발표 후 임기 마지막 날 까지 사흘 새 2,825만 원이 사용된거다. 6월 전체 집행액 중 68.7%에 해당한다.

반면, 6월 21일 이후 특활비 집행액은 6월 25일과 28일 2차례 148만 3,960원에 불과하다. 지출내역기록부상엔 6월 21일에 집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수령증은 6월 25일자로 적혀 있는 50만 원을 빼면, 6월 집행분의 대부분을 노 전 지검장이 집행했다. 노 전 지검장이 기밀 수사와 관련없이 퇴임 전에 특활비를 몰아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450만 원 고정지급 패턴, 연말과 퇴임 전 몰아쓰기 의혹과 관련해 노 전 지검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선 “내용을 알지 못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고, 문자메시지를 통한 질의에는 “특수활동비는 검찰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사용, 집행되어지고 있으며 매년 그 사용내역을 내부감찰을 통해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직재직 중에 있었던 업무내용을 사인으로서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아니하니, 더 궁금한 내용은 검찰에 정식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