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⑤ 특수활동비는 화수분?···투명성 확보한다는 대책도 유명무실

안동지청에서만 공개된 ‘특수활동비 실행예산서’
2017년 9월 마련된 ‘투명성 확보’ 방안이지만
예산 편성권 없는 검찰청에서, 초과된 집행 설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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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2017년 이영렬 돈봉투 만찬 파동 이후 검찰은 자체적으로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사실상 기존의 지침과 법률을 지키라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방안에는 집행 방법 개선책으로 ‘실행예산서’ 작성도 포함됐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한 요식행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뉴스민이 검증을 맡은 대구·경북 검찰청 중 안동지청이 유일하게 해당 자료를 공개했는데, 계획서가 형식적으로 작성·관리된 정황이 확인된다.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특활비 집행내역과 증빙자료 482장을 공개했다. 이중 64장은 월별로 작성된 ‘특수활동비 집행계획(실행예산서)’ 문서다. 이 문서는 2017년 9월 대검찰청이 마련해 각 지방검찰청으로 내려보낸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작성됐다.

당시 개선 방안에는 ‘집행방법 개선으로 투명성 확보’를 한다는 목적으로 “자체 특수활동비 집행계획 수립 시 총액으로 계상된 특수활동비의 내역을 구체화·세분화한 ‘실행예산서’를 작성해 목적에 맞게 집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전까진 총액으로 뭉뚱그려 작성하던 예산명세서를 구체화·세분화해서 작성하는 ‘실행예산서’로 변경해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안동지청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482장 중 64장은 실행예산서 자료다.

실제 안동지청이 공개한 해당 문서를 보면, 지청장 결재 서명 아래 ▲특수활동비 사용 필요성 ▲특수활동비 예상 소요액 ▲소요예상액 산출근거 등이 작성됐다. 예상 소요액란에는 월별로 2~6가지 명목으로 나눠서 수십만 원씩 배분했고, 산출근거는 “매월 소요분 발생시 수시 집행으로 처리”라는 설명이 매월 동일하게 기재됐다.

실행예산서와 영수증 등에 기재된 집행 명목과 집행 사유를 가린 채 공개된 자료만 놓고는 이것이 계획대로 집행됐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안동지청의 특활비 집행은 예산서를 기준으로 보면 ‘화수분’ 같은 집행이 이뤄져 예산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18년부터 작성된 예산서는 월간 적으면 61만 원, 많으면 359만 원을 소요예상액으로 산출했고, 예산서 기준으로 연간 소요예상액은 2018년 2,330만 원, 2019년 1,680만 원, 2020년 1,012만 원, 2021년 1,793만 원, 2022년 1,200만 원이다. 그런데 2021년과 2022년은 1만 원 단위까지 예산과 집행이 일치하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많게는 1,000만 원이나 예산을 초과한 특활비가 집행됐다. 차이는 2018년 1,602만 원, 2019년 110만여 원, 2020년 200만여 원이다.

▲실행예산서가 작성된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예산서와 실집행금 간에 최대 1,600만 원이 넘는 차이가 나지만 추가 예산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예산 편성권 없는 검찰에서 화수분처럼 늘어난 특활비다.

예산서 기준보다 더 많은 재정을 쓴 셈인데, 늘어난 재정에 대한 예산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통상적인 정부 예산은 사전에 마련한 예산안을 기준으로 집행하고, 예산안 보다 더 쓰거나 덜 쓰게 되면 추가경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검찰의 경우 독립적인 예산 편성권이 없어 추가 경정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활비 정보공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검찰이 내놓은 준비서면에 따르면 각 검찰청의 예산은 분기별로 법무부 장관이 청별로 세목 등 사용 용도를 특정해서 재배정하고, 각 청은 배정 받은 예산을 지정된 목적에 따라 지출하게 된다. 특활비도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배분된다면, 월 단위의 예산과 집행 차이는 발생할 수도 있지만, 연 단위의 차이가 발생하는 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특활비가 ‘자체 증식’하는 게 아니라면, 예산서와 상관없는 추가적인 특활비가 사용된다는 의미가 된다. 혹시 늘어난 특활비 명목의 추가 예산서가 있을 수 있지만, 안동지청 관계자는 보유 중인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예산서 작성 도입 목표가 ‘집행방법 개선으로 투명성 확보’에 있다면 그만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예산이 사용됐다는 의미가 된다.

안동지청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뉴스민의 거듭된 질의에 “답변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대답만 반복했고, 안동지청 공보검사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해 답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