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하던 노숙인 시설서 성추행 목사···아들이 대표 이어받아

대구 남구 한 노숙인 시설···남구청, "위법사항은 확인 안 돼"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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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운영하는 노숙인 시설에서 거주 지적장애인을 성추행한 뒤 대표직을 잃었으나, 그 아들이 시설 대표를 이어가 논란이다. 대구 남구청은 아들이 대표를 맡는 과정에 위법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남구 S 노숙인 시설 대표 A 씨는 서구에서 운영하던 다른 노숙인 시설에서 거주하던 지적장애인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 등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선고 이후 항소하지 않아 1심을 끝으로 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A 씨는 대구에서 서구 시설 외에도 남구 S 시설의 대표를 맡아 운영 중이었다. 취업제한 탓에 A 씨는 S 시설을 운영할 자격이 없게 됐다. 선고 이후인 지난 6월, A 씨는 S 시설 대표에서 물러났으나 A 씨 아들이 대표를 이어받았다.

대구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사실상 사유물처럼 ‘세습’한 것이라고 보고 시설 자체를 폐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4일 오전 11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단체는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폐쇄를 요구했다.

▲4일 오전 11시 남구청 앞에서 성추행 목사가 운영했던 노숙인 거주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자기가 운영하던 시설 대표를 사임하면서 아들이 대표를 이어받았다. 이른바 세습”이라며 “연간 수억 원대 혈세가 지원되는 시설을 이런 식으로 세습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합당한가. 복지기관인지 개인 사유물인지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승무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는 “성추행으로 문제가 된 대표가 사임하고 아들이 그대로 이어받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문제고, 시설의 운영에 개입할 우려도 있어 현실적으로도 문제”라며 “징역형 확정판결이 나고도 곧바로 대표 자격을 취소하지 않은 남구청의 잘못도 있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지난 6월 시설 측으로부터 대표자 교체 신고를 받고 대표자 선임 과정과 A 씨 아들의 대표 자격 여부 등을 검토했으나 결격사유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A 씨의 징역형 판결 사실 자체는 당시 확인하지 못했으며, 징역형 사실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대표자 교체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