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7月호]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는 단순한 갈등이 아닌, 국가 차원의 혐오 양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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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구성원이 모여 다양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 풍선을 들고 경북대 본관 앞에서부터 캠퍼스 북문까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행진을 진행했다. ‘이슬람 혐오에 반대하는 경대인’의 행진에 함께한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육주원 교수는 경북대민주화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의 일원으로 2021년 3월부터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정식명칭: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 건축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대현동 주민들이 사원 건립 공사 현장 앞에 돼지 머리를 게시하고 수육 파티와 바비큐 파티를 하는 등 갈등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몇 년간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까지 오게 된 경위와 해결 방안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보기 위해 6월 27일 연구실에서 육주원 교수를 만났다.

-2021년도부터 시작된 경북대 서문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에 대한 간단한 배경 설명을 부탁한다.

“무슬림 학생들이 기도드릴 장소가 마땅히 없어서 오랫동안 여러 방면으로 공간을 물색했다. 기숙사, 동아리방, 옥상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다섯 번을 기도드려야 하니 여건상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주축이 돼 십시일반 돈을 모아 공간을 마련했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육 교수는 공사 진행 전까지는 해당 사항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무슬림 학생들이 대부분 이공계 석박사생들이나 포닥(박사후연구원)인 데다 사회대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그동안 경북대의 무슬림 학생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한다.

“공사 중지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현동 주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해서다. 기회가 된다면 탄원서를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탄원서에 적힌 문장들이 인종적 편견과 공포에 기반해서 작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무섭다, 우리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당한다.’ 이런 식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공사 등이 시작되어서 시끄럽다고 할 때는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 해당 문제를 해결해달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그게 무섭다거나 공포스럽다거나 동네가 슬럼화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

육 교수는 주민들의 탄원서를 받고 난 후 북구청의 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보통 탄원서가 들어가면 지자체나 책임 기관이 상황을 파악하면서 이쪽 얘기도 들어보고 저쪽 얘기도 들어보는 등의 현장 조사도 나가야 한다. 그런데 탄원서가 접수된 그날 바로 공사 중지가 됐다. 일반적인 행정 속도를 생각했을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개인이 일상에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과 책임 있는 국가 기관이 그 편견을 승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편견에서 비롯된 공포가 마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승인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본인들이 승인한 공사를 주민 민원 때문에 거꾸로 뒤집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후 경북대 민교협 몇몇 교수들이 대현동 주민들과 무슬림 학생들을 모두 만나보고 서로 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협의 테이블을 만들어 보려 노력했다고 한다. 공사를 할 때 주의점이나 학생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나누려고 만든 자리였지만 결국 협의는 결렬됐다. 육 교수는 주민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주장인 ‘소음’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사실 소음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무슨 종교든 큰 소리를 내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무슬림 학생들이 기도 시간에 종을 울리는 것도 아니고, 방 안에서 기도를 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보다 더 시끄러울 일은 없다. 그래도 그곳이 주택가 골목이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동이 잦고 하면 주민분들이 느끼기에 소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편 사항을 완화하기 위해 방안을 논의해 보고, 상호 협의할 수 있다. 무슨 공사든지 소음 때문에 문제가 제기되면 건설하는 쪽과 기존의 주민이 금전적 보상이나 방음벽 설치 등의 대책을 내놓고는 하는데, 그게 현재까지도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주민들이 ‘우리는 어떠한 다른 조치도 필요 없고 그냥 나가라’고 얘기를 하니 이건 어떤 방식으로든 협의가 가능한 조건이 아니다.”

공사가 중지된 2월 이후 무슬림 학생들이 북구청을 상대로 건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도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소송을 걸 수 있는 기한이 있다. 무슬림 학생들이 그 기한 전까지 어떻게든 협의를 해보려고 했다.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라 편지도 써서 전달해 보고, 같은 마을에 살면서 이 문제를 잘 풀 수 있게끔 노력해 봤는데 잘 안됐다. 결국에는 가처분 중지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북구청을 상대로 행정명령을 중지해 달라고 무슬림 사원 건축주들이 소송을 했고 북구청은 자신들이 행정소송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재산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기 땅에서 허가받고 집을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행정과 제도의 부실함에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가처분 소송으로 북구청이 지고 공사를 시작해도 된다는 허가가 나왔다.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이슬람 사원)는 다시금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 주민들이 물리적으로 공사 진행을 막기 시작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갔다. 큰 집회를 열기 시작하고 차를 가져와서 공사 입구를 막는 등 물리적인 방해가 이어졌다. 사실상 위법인 행위들을 경찰이 적극적으로 막았어야 했다는 게 육 교수의 주장이다.

“경찰 같은 공무원들은 법원의 판결이 이행될 수 있도록 법을 집행하고 주민들을 계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그런데 경찰이 초기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상황을 그대로 두려는 듯한 소극적인 대응들만 보였다. 경찰의 방관과 북구청의 외면을 뒷배 삼아 반대 주민들의 물리적인 방해가 더욱 거세졌다. 이후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 여러 인권 단체에서 ‘제도적인 인종주의이며 혐오 양산이다’라며 항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상급 기관에 제소가 되는 등 미디어가 사건을 주목하게 되면서 국제적인 쟁점이 되자, 경찰과 구청이 태도를 바꿨다. 대구에서 일어난 사건이 전국적인 사안이 되는 게 드물다. 사회적 혐오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전국적으로 알려지다 보니까 (북구청과 경찰이) 압박을 느낀 듯하다. 그래서 공사 방해를 더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등 개입하기 시작했지만, 초기의 대응은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이 일이 한국인 사이의 일이었으면 저럴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정부 기관들이 형평성 있고 객관적인 시선을 갖고 문제를 접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하는 지점이다.”

– 최근 노조 시위를 불법집회라며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불법적인 공사방해 행위를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신기하다.

“흥미롭지 않나. 어떤 것에 어떠한 방식으로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거기에서 이미 해당 문제에 대해 국가, 제도, 지배적인 체제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노조는 노동권에 기초한 정당한 시위를 해도 ‘때려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되는 거고, 무슬림 학생들에게도 법이 인정해 준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방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권력이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데’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슬람사원 건축주 중 귀화한 한국인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역시 국민이 아닌가.”

– 지난 5월 경북대학교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한 거리 행진은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를 좀 더 많은 사람한테 알리는 좋은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당 행진은 어떻게 진행하게 된 것인지, 주위에서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슬람사원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었던 대책위가 2021년부터 쭉 이어져 오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활동들을 했다. 이 문제를 알리는 기자회견부터 시작해서 여러 집회나 행사도 있었고 북구청이나 관련 기관에 항의하는 등 다양한 방향에서 노력이 있었다. 또한 학생들과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 아닌가. 2021년 가을 민교협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의 하나로 한국 학생들과 무슬림 학생들, 그 가족들이 모여 희망 캠프를 연 적이 있다.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참여했던 한국 학생들이 자기도 모르게 형성된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얘도 나랑 비슷한 대학생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이번 5월 행진은 대책위가 기획한 행사가 아니라 학내에서 해당 사안에 관심 있는 교수, 학생 등이 대화방에 모여 자발적으로 의견을 나누다가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하게 된 것이다. 점심시간을 틈타 행진을 진행했기 때문에 아주 많은 수가 함께 하긴 어려웠지만,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공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에타(에브리타임) 같은 플랫폼에서 주로 혐오 발언을 많이 접할 텐데, 그와는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세상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글_표출지대_최령은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