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7月호] 대구시 보육 공백, 아이 많이 낳으면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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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근 3,4년 전부터는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거든요.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가요. 공급은 있는데 수요는 없다시피 하니까…” 대구 달성군 소재 어린이집인 효성어린이집의 배민정 원장이 말했다.

최근 대구시의 보육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보육공백은 보육기관에 대한 수요 감소로 기관의 수가 대폭 감소하고, 보육 서비스가 그를 필요로 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현재 저출생이 보육공백의 주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2년 2만 1천472명이었던 대구의 연간 출생아 수는 2022년 1만 100명으로 53%(1만 1천372명)
줄었다. 이에 대구시의 어린이집 수 또한 지난 2012년 1,580곳에서 2022년 말 기준 1,139곳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의 모든 어린이집 수가 비슷하게 감소한 것은 아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민간어린이집은 대개 만 5세 원생까지의 영유아 21명 이상부터 최대 300명까지 보육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며, 가정어린이집은 아파트 1층 등 거주 공간을 빌려 만 3세까지의 영유아 5인에서 20인 이하를 보육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다. 이들 어린이집의 감소 폭인 총 642곳은 10년간 대구 전체 어린이집 감소 폭인 441곳을 웃돈다.

대구의 보육기관 증감 양상이 국공립·직장어린이집 등의 소폭 증가, 민간·가정어린이집이 대폭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보육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 북구의 가정어린이집인 리틀자연어린이집 박종은 원장은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아이의 수가 적어 교사와 조리사를 쓸 여건이 되지 않으면 원장이 해당 일들을 맡게 되는데, 아무래도 원장으로서의 행정 업무와 병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기관 내 인력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임을 언급했다. 현재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가정어린이집의 회장단으로 기능하며 각종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릴 내고 있지만, 이러한 활동 역시 원장이 어린이집을 잠시 비우며 하는 것이라 원장의 업무를 분산시켜 줄 추가 인력 없이는 어린이집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달성군의 민간어린이집인 효성어린이집 배민정 원장은 “같은 민간어린이집끼리도 서울과 대구의 지역 차가 있다. 서울의 경우 급식비와 간식비를 별도로 지원하는 반면, 대구의 경우 급식비 자체에 대한 지원조차 미비한 편이다”며 보육비 지원의 지역 격차를 지적했다. 또한 보육기관 종류 및 위치에 따른 학생 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에도 ‘근거리 배정’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초등학교, 중학교처럼 집과 가까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배정한다면 원아 수가 적어 폐원하는 어린이집의 수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앞선 두 어린이집은 보육공백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저출생 대응 정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껏 대구시의 저출생 대응은 출산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대구 청년 여성들의 불안과 어려움을 반영한 정책보단 결혼 특구 지정, 맞선보기 행사 등 단순한 결혼 유도에 치중된 정책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출산 당사자 이전에 지역에서 생계를 꾸리고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구 청년 여성들은 일과 육아의 병행을 막는 대구 소재 직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꼬집으며, 이를 보완할 정책이 필요함을 촉구했다. 북구에서 아이를 키우는 정모(32) 씨는 “둘째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지만 첫째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 있어 잦은 야근, 출산·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 등 문제가 많았다.”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업무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한 한국여성노동자회 대구지역 여성 노동자 실태조사 토론회(2021)에서 여성 노동자 A씨는 “대구 지역이 타지역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고, 비정규직이 더 많고, 25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비율도 더 높고, 조직 문화가 성평등하지 않으며, 여성은 거의 뽑지 않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낮은 출생률을 이유로 청년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의 우선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글_표출지대_조희수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