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10月호] 표출지대도 블랙리스트에 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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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유인촌이 돌아왔다. 유인촌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가 지난 7일 임명식을 거쳐 공식적으로 장관이 되었다. 청문회 공방과 예술가와 시민들의 여러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했다.

유인촌 장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되어 이른바 ‘문화계 인사 좌파 찍어내기’를 수행한 인물로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다 끝내 해임했다. 이러한 부당성을 제기하기 위해 문체부를 대상으로 소송했고, 두 사람 모두 억울한 해임 처분을 인정받아 계약 해지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유인촌 장관은 2008년부터 주도했다고 추측되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권까지 8년 동안 수천 명에 달하는 영화, 음악, 미술, 문학, 문화예술인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이에 따른 피해를 보았다. 김정헌 전 위원장과 같이 이전 정부가 뽑은 사람이라면 교체하고 보는 ‘코드인사’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바뀌고, 그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과 각지 시립 미술관의 관장이 바뀐다. 또한 전시 성향도 달라졌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주로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인물들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에서는 2017년 대구시 주최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의 작품을 검열하는 일이 일어났고, 이 사건을 비판하는 전시 《갑질박멸예술난장:이것은 예술이 아니다》가 열었다.

검열당한 작업으로는 사드 배치 시위 현장을 촬영한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란 나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박정희 정부의 국가폭력 피해자의 문제를 다룬 윤동희 작가의 <망령>이 있었다. 이에 대구광역시미술협회 (이하 미협) 소속 운영위원회는 ‘국비나 시비를 받고 하는 전시가 직접적인 현실 정치를 반영했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일반인들이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시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을 위원회가 검토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은 아니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시는 <내 침대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적 예술을 다루는 전시였다.

윤동희 작가는 이에 부당함을 느껴 페이스북에 김이삭 총감독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글을 작성하였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이후 이 사태의 불합리함에 공감한 몇몇 작가들이 함께 행동해 공연, 설치, 퍼포먼스, 토론 등의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안적이고 다원적인 전시를 열게 되었다.

예술이 순수하고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신화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만이 미술은 아니다. 일부 미술가들은 1960년대부터 미술 제도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현실 제도에 대한 비판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동시대의 문제를 다루고, 형식적으로는 미술관 안에 들어가는 미술품에서 상황이나 지형을 이용하는 등의 매체로 확장했다.

이때부터 근대성과 서구중심주의를 탈피해 여러 사회적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투시한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이 발전해왔다. 현대미술가들이 집중해서 다루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
되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로는 전쟁과 분쟁, 젠더 이슈, 인간 소외 및 착취, 기후 위기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예술가는 권력에 의해 영향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현대미술가는 관객에게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주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이 작품의 주제가 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알아차리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관중이 이에 대해 무조건적인 수용을 할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와 종결되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는 것은 위험하니 검열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정부가 자신의 무능함과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유인촌을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예술계를 탄압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현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우는 작품은 검열되거나 해당 단체나 개인에 예산 삭감 등의 부당한 조처를 내리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섣부른 판단이 아닌 것이 이미 작년 10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윤석열차’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24년 보조금으로 올해 배정된 116억에서 48% 삭감된 60억을 배당받았다.

대구시는 검열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비판적인 전시가 진행된 적이 있기 때문에 현 정부가 예의주시할 것이다.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사회를 비판하는 예술을 탄압하고 검열하는 것은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를 망치는 일이기도 하다. 대구시에서 40여 년 동안 활동한 한 예술가에 따르면 ‘언젠가부터 나를 불러주지 않는’다며, 전시나 강연 등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대구나 지역을 비판하는 작업물에 대해 오히려 서울이나 해외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라면 대구 문화예술계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대구시의 발전, 그리고 나아가 한국 미술을 포함한 문화예술을 발전을 위해서라면 그들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대로라면 현대미술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진행되는 ‘표출지대’도 블랙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두렵지 않다. 예술은 오늘날 사회의 여러 층위에서 일어나는 억압과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_박소현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