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12월 3일 최종(38R) 아듀! 이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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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구FC 페이스북]

대구FC는 12월 3일(일)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를 불렀다.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인천은 ACL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적인 목적이 분명했다면 대구는 휴머니즘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대구로 오는 버스 안에서 편치 않았다. 유사한 전술적 전형은 차치하고라도 곳곳에 도사린 암초를 예견했다. 스플릿 부진 만회를 노리는 홈팀을 상대하는 것은 바닷가 여름 모기보다 더 성가시다. 더구나 레전드의 은퇴 경기라면 불문가지다.

경기 시작 전 100경기를 출장한 장성원과 김강산, 200경기를 달성한 김진혁이 가족과 팬들의 축하를 받았다. 선발 명단에서 최원권 감독의 고심 흔적이 역력했다. 골키퍼 장갑은 최영은이 꼈다. 쓰리백은 김강산, 조진우, 김진혁의 몫이었다. 좌우 윙백에 홍철과 장성원을 배치했고 공수 조율은 벨툴라, 황재원이 맡았다. 전방에서 이근호, 고재현, 에드가가 골을 노렸다.

2시 정각, 대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5분경 대구 경기에서 보기 드문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서너 명의 선수가 감각적인 패스로 쉽사리 상대 진영을 돌파한 후 슛까지 연결했다. 순조로운 출발을 예견했다. 6분에는 이근호가 특유의 개인기로 연결한 볼이 골문을 통과했지만 오프사이드로 판결났다.

좌측을 돌파한 홍철이 수차례 크로스를 올렸지만 한 뼘씩 부족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경기 템포는 평소와 달랐다. 볼을 끌지 않고 한 박자 빠른 패스를 시도했다. 대구의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에 조성환 감독은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감독의 독려를 받은 인천이 반격했다. 27분 장성원이 인천의 속공을 경고로 차단했다. 이어진 찬스에서 박승호가 최영은과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정면이었다. 반격에 나선 이근호도 가위차기로 골을 노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40분 홍철의 크로스가 골문을 향했다. 몇 번의 조준을 거친 후라 정확하게 에드가 머리로 전달됐다. 높이에서 지존인 에드가가 놓칠 리 없었다. 선제골을 넣었다. 양 팀은 잔여시간 5분을 다툼보다 후반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전반 주도권을 넘겨줬던 인천은 후반 시작하면서 변화를 모색했다. 민경헌, 박승호를 빼고 홍시후와 에르난데스를 투입했다. 리드한 최원권 감독은 전반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었다. 최감독의 예측이 적중했다. 후반 11분경 홍철과 에드가가 데자뷔 골을 만들었다. 전반과 비슷한 상황에서 추가골을 만들었다. 절박한 인천팬들의 “할 수 있다 인천” 연호가 이어졌다.

15분 최원권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60분 동안 제 몫을 다한 이근호를 불렀다. 양 팀 선수들은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배에게 포옹과 악수로 예우를 다했다. 지고 있는 조성환 감독도 경기 진행을 책임진 송민석 주심도 채근하지 않았다. 홈팬들은 기립 박수로 레전드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박세진이 빈자리에 들어왔다.

인천도 김준엽과 박현빈을 투입했다. 천성훈과 음포쿠가 아웃됐다. 세 명의 센터백을 둔 비슷한 전형이라 경기는 시소게임 마냥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인천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29분 에르난데스가 추격골을 만들었다. 인천의 공세가 거세졌다. 33분 최원권 감독은 이용래 카드를 꺼냈다. 중원의 볼 흐름을 지배하고 싶었다. 장성원을 불러냈다.

동점골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었던 조성환 감독은 가용 자원을 총 동원했다. 40분경 김연수 대신 김건희를 기용했다. 최원권 감독도 멍군을 불렀다. 케이타와 김영준을 투입하고 벨툴라와 고재현을 쉬게 했다. 인저리 타임을 포함한 10분 동안 교체 선수들이 득점을 위해 각축을 벌였지만 서로를 겨눈 창이 상대의 방패를 뚫을 만큼 예리하지 못했다. 경기 막판 김건희의 발목 태클을 당한 조진우가 몸싸움으로 항변했지만 주심과 동료 선수들의 만류로 진정됐다.

대구는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동안 아쉬웠던 경기력을 단숨에 반전시켰다. 이근호에게 졸업선물을 주고 싶었던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은 덕분이었다. 두 자릿수 득점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겼지만 아시안 게임 후 부쩍 성장한 황재원의 50m 드리블 질주는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경기 종료 후 이근호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경기를 진 인천응원단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자신의 선수들을 격려하고 레전드의 은퇴식을 빛내주었다. 대표, 감독, 선수, 팬과 가족들에게 골고루 소회를 전한 이근호가 뜨거운 작별의 눈물을 흘렸다. 단일 시즌 최다 매진 11회에 동참한 12,334명의 팬들은 “대구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는 걸개로 그의 퇴장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