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나쁜 가성비···집에서도 혹서·혹한 노출되는 대구 쪽방 거주민

대구쪽방상담소, 2023년 대구 쪽방건물 주거환경 진단조사 결과 발표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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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가성비가 나쁘다. 이 말은 쪽방 주민에게도 현실로 드러났다. 대구쪽방상담소 실태조사 결과, 같은 주거 면적 기준으로 비교하면 가난한 쪽방 주민들이 효율적이지 못한 주거 공간에 거주한 탓에 오히려 단위 면적당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걸로 분석됐다.

15일 오후 3시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대구쪽방상담소, 행복나눔의집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서 ‘대구쪽방 주거환경 진단 및 에너지 실태조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15일 오후 3시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대구쪽방상담소, 행복나눔의집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서 ‘대구쪽방 주거환경 진단 및 에너지 실태조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류지혜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연구교수, 김성경 박사후연구원이 2023년 대구지역 쪽방 건물 온열환경 실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종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전 사례를 통해 바라본 대구쪽방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제언을 설명했고,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가 에너지진단사가 바라본 대구쪽방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보고대회에 앞서 대구쪽방상담소와 다울건설협동조합이 2023년 5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36개 쪽방 62개 호실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쪽방 건물 주거 환경 진단조사’를 통해 방의 크기, 실내 온도, 실외 온도, 벽체 온도 진단했으며, ‘거주자 대상 에너지 사용 실태 조사’를 통해 응답자 특성, 거주 건물 특성, 계절별 냉난방 경험, 응답자 주거환경 만족도, 응답자 주거비를 조사했다.

쪽방 건물 주거환경 진단조사 결과, 여인숙 15개 동(25실)은 평균적으로 면적이 1.84평에 월 17만 원을 냈다. 여관 21개 동 (37실)의 경우 평균 3.32평이었고, 평당 10만 원꼴로 조사됐다. 둘 모두 최저 주거 기준(4.2평)에 미달한 셈이다.

단열 효과 조사에서도 쪽방은 목구조, 조적조구조, 콘크리트 등 건물 자재와 무관하게 내부온도와 외부온도 차이가 나지 않아 단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자 대상 에너지 사용 실태 조사 결과, 화장실 없는 쪽방은 62곳 중 35곳(56.5%)에 달했으며, 겨울 난방으로 전기 장판만 사용하는 경우는 33건(53.2%), 견딜 수 없는 추위를 경험한 비율은 39건(62.9%), 견딜 수 없는 더위를 경험한 비율은 49건(79%) 등으로 나타났다.

조기현 대표는 “환기와 통풍도 부실해 실내공기 오염과 이로 인한 건강악화 가능성이 있다”며 “좁은 주거공간을 고려하면 주거비용이 싼 것도 아니다. 면적당 비용은 오히려 일반 아파트 월 임대료보다 비싸다. 가난할수록 비싼 주거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그에 비해 여건은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주거기본권을 지키는 건 국가와 사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유경진 행복나눔의집 간사는 주거환경 분석 결과에 대해 “최저주거기준에 미흡한 건물 거주가 지속되고 있으며, 입주민의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취약한 냉난방 설비가 지속되고 있으며, 취약거처임에도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류지혜 연구교수, 김성경 연구원은 2023년 대구 쪽방건물 온열환경 실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하절기 온열환경과 건강영향을 중심으로 연구했다. 연구진은 2023년 7월부터 1년간 대구지역 쪽방 40개 가구, 15분 간격으로 1년 동안 데이터를 측정 중이며, 여름철 조사된 데이터 분석 결과 쪽방의 평균온도 32.3도, 최대 온도는 40.1도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실내가 바깥보다 더 덥다는 결과”라며 “거주민들은 냉난방기 가동에 소극적이다. 기회가 충분해야 하고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 환경을 개선할 수 없으니 떠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온열질환은 느린 폭력으로 서서히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쪽방 거주민들의 재실 시간이 17시간인 데에 비해 수면시간은 4시간 정도로 조사됐다”며 “주거취약계층, 노인이 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쪽방은 법적 주거형태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열악한 공간이다. 하절기 실내 온도가 최고이고, 동절기는 최저인 기후격차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종원 수석연구원은 향후 폭염, 혹한 피해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빈곤층이 자연재해에도 더 노출되고 피해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연구원은 “단열, 창호 공사 등 건물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하면 에너지 빈곤 해소에 상당히 도움된다”며 “대전은 연구원, 지역단체, 지자체와 협업 통해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에 성과가 있었다. 대구도 쪽방상담소, 건설연, 경북대 등 학계와 에너지 진단업체, 협동조합의 협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