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경의 인권 돋보기] 인격권과 알권리, 그리고 언론의 책임

10:35
Voiced by Amazon Polly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한 배우가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반듯하고 친절한 이미지의 그가 어느 날 ‘마약’을 한다는 제보로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이 그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 것 같았습니다. 경찰에 이른 수사는 마약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또 다른 검사와 검사로 이어졌습니다.

그가 경찰에 출석할 때마다 또 그 모든 언론은 보도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제는 그가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관련된 술집 사장과 어떤 부적절한 내용으로 통화를 하였는지, 자녀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까지 샅샅이 파헤쳐졌습니다.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인격권은 개인의 객관적, 외부적 가치에 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회적 평가는 여러 가지 정보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언론 보도나 국가기관의 수사 결과 같은 것은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에 대한 수사와 그 수사에 따른 보도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소극적이어야 합니다. 혹자는 시민의 알권리를 들어 그들의 범죄 상황을 속속들이 보도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그 보도로 인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피해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얻어갈 알권리의 형평에 관한 것입니다. 둘째는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범죄 관련 정보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죠. 앞서 말한 것처럼 범죄와 크게 상관 없는 사생활까지를 포함하는가 하는 것이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약 관련한 범죄였습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공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소명되지도 않고,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가 과연 공익적 목적에 얼마나 부합할까요? 만에 하나, 혹여나 예외적으로 공표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사건 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등 인권의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 국가와 언론의 책임입니다.

언론이 만들어내는 아찔하고 표독스럽게 자극적인 기사가 시민들의 호기심을 괴물로 키워냈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범죄가 소명되고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무례하고도 가혹한 인격권에 대한 침해는 이제 끝나야 하지 않을까요?

박민경 <사람이 사는 미술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