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알바신고센터에 관한 단상

일하는 청소년 인권은 어디로 ④

20:13

안심알바신고센터는 학교와 알바를 병행하는 청소년이 고용노동부를 방문하는 게 쉽지 않아 생겨났다. 학교에서 상담하고, 사건 처리는 근로감독관이 찾아와 맡는 식이다.

정부가 알바신고센터를 추진한 배경은 퀵서비스 오토바이 사고 등 청소년노동이 사회적인 문제로 파장이 일어난 때문이지만, 청소년노동인권 활동가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던 덕분이기도 하다.

알바신고센터는 2010년 시범사업으로 운영된 이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2011~2년 수백 개가 설치됐다. 대구도 특성화고 6곳에 설치됐다.

대구의 알바신고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해봤다. 2014년, 2015년 2년 동안 실적이 0건이었다. 사실상 간판 하나만 붙여놓고, 업무담당자 한 명도 없었다. 또, 설치된 학교의 학생과 교사도 알바신고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안심알바신고센터를 고민하고 설계했던 청소년노동인권활동가의 이야기를 빌리면, 교육과 일을 병행하는 청소년이 노동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상담소를 학교 내에 만든 것이고, 사건을 진정, 고소할 때 근로감독관이 학교로 찾아오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상담교사를 통해 대리접수도 가능하고, 전화조사도 가능하게 해 학생편의를 많이 생각한 제도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해결에만 방점이 찍혔던 것은 아니다.

안심알바신고센터는 노동상담을 통해 노동인권교육을 병행하고, 노동법 공부와 상담안내, 진정, 고소 처리 등 학생 스스로 안심알바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동아리 활동 등 살아있는 노동인권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와 만난 어느 날, 우리는 안심알바신고센터의 취지와 의미를 살려서 교내 운영을 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대구지역 특성화고등학교 모든 곳에 안심알바신고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도 강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배제할 의도는 전혀 아니다. 탈학교 청소년 정책은 또 다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어이없는 답변을 늘어놓았다. 마치 우리의 혈압이 어디까지 올라가서 폭발하는지 관찰이라도 하듯이.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실컷 듣고 조사해봤더니 부실운영이 맞더란다. 마치 우리말을 엄청 충실히 따랐다는 듯이 말이다. 자랑스럽게 부실한 알바신고센터는 폐쇄하기로 결정했단다. 우리가 폐쇄를 요구했는데 다 받아들였다는 듯이 떳떳하게 떠들어댄다.

부실하니까 문 닫으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그들은 환각에 빠져있었다. 천진난만하고 경쾌한 “폐쇄 조치”라는 답변은 기가 막힌다. 대구교육청 관계자의 답변에 항의하는 행동을 하기로 하고, 언론사에 긴급논평을 냈다. 생각보다 언론사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자 맑고 경쾌한 목소리를 냈던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무척 당황한 듯했다.

대구교육청은 급작스럽게 안심알바신고센터 폐쇄는 없는 일로 하고, 앞으로 노동부를 비롯해 정부부처 합동으로 안심알바신고센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한다. 폐쇄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교육당국이 과연 얼마나 기운을 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탁상행정 관료들만 득실거리는 부패한 정부는 무능한 공무원까지 두루두루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안심알바신고센터가 비효율적이고 비경쟁적인 구조인 것은 당연하다. 노동상담소 기능을 담보한 노동인권교육이다.

청노넷상담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데, 학교는 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할 것을 원하고, 일하는 것을 문제시하는 풍토가 강하다 보니 학내 안심알바신고센터의 취지와 의도를 잘 살려 교육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특성화고등학교는 2+1년이라는 정책이 아직도 유효하다. 3학년이면 현장실습을 비롯해 오로지 취업률 올리는 것이 최고 관심사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회진출을 앞두고 갖춰야 할 교육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활동이 비일비재 이뤄지는 것도 현실이다.

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알바를 했거나 하는 중이라는 조사결과만 봐도 학업에 충실하라는 학교의 묵시적인 압력은 학생들에게 아무 감흥이 없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정책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교훈을 얻어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일하는 청소년이 학생 신분에 있고, 그 수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일하는 청소년이 노동 문제에 노출됐다는 것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은 이 문제를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 시스템에 안심알바신고센터가 자리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안심알바신고센터는 단순히 노동상담 기구를 학교에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인권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면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과 탈학교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 배제되고 소외되는 것은 노동인권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때를 생각해보면 어느 집 아이가 밥때가 되어도 밥을 못 먹고 있으면 기꺼이 아이를 데리고 가서 함께 밥을 먹던 이웃 주민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른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밥 먹이는 것이고, 그것이 또한 생존의 중요한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는 그렇게 밥만 먹고 자란 것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이타심을 먹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으며 자란다. 지금 청소년 특히, 일하는 청소년에게 이 사회는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일하고 돈 버는 것에 대해 개인의 사적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라 비난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청소년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일하고 존중받으며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회는 노동이 고통스럽고 비참한 것이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고 인간화로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