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조 현황보고 강화’···민주노총, “산별노조 탄압”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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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노동조합 회계 공시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산하 지부와 지회 조합원 수 등 이전보다 상세한 내용을 신고하도록 노조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정부는 개정 이유를 노동조합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거라고 설명하지만, 노동계는 산별(초기업)노조를 탄압하고 기업별 노조 체계를 고착화하려 하는 수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노조가 정부·지자체에 조합원 수 같은 조직현황을 통보할 때 노조의 하부조직인 지부·지회·분회 단위의 조합원 수까지 밝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노조 정기현황 통보에 관한 노조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에는 산별노조의 이름을 기재하고 조합원 수만 통보했다면, 올해부턴 산별노조와 산하 지부, 지회 등을 더 구체적으로 기재한 뒤 조합원 수를 신고하도록 변경됐다.

지난해 12월 11일 민주노총은 개정안 입법예고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으나, 올해부터 개정된 노조법 시행규칙이 적용됐다. 민주노총은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통해 “산업이나 업종별 노조 운동을 부정하고 기업별 노조로 분할하는 정책은 노조 운동을 혐오하고 약화하려는 정부의 고유한 통제 전략”이라고 반발했다.

▲6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는 ‘산별노조 단결권 침해, 기업별 노조체계 유도, 사업장별 노조 통제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6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는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노조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폐기, ILO 핵심협약 위반인 산별노조 내부통제권 침해 규약시정명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조법은 기업, 지역, 산업별 단체교섭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산별 단체교섭의 주체인 산별노조의 단결력과 교섭력을 약화하는 정책을 펼쳐왔다”며 “민주노총에 가입된 노동조합은 이미 대부분 산별노조이며, 산별이 아니고선 단결할 수 없는 비정규직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의 30%를 넘어선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박경순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정부는 산별노조의 조합원 수를 각 기업별 단위까지 파악하려 한다. 추측건대 그 목적은 산별노조를 기업별 노조와 같이 관리감독하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사업장 내 노사관계에서 산별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자본이 우월한 관계에 놓이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국회에서 바꿀 엄두가 나지 않으니, 법의 위임 범위를 초월하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명백히 법치주의, 행정의 합법률성의 원칙 등에 반하는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