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환경운동연합, “죽곡산, 도로 대신 역사유적공원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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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죽곡리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공사 재개를 두고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다. 환경단체는 이곳에서 발굴된 유적들에 근거해 도로 공사를 멈추고 역사유적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달성군은 도로 공사 재개가 문제 없으며 선사시대 유적공원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8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 수성구 생명평화나눔의집 강연장에서 ‘죽곡산 두물머리 메소포타미아 선사유적공원 조성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생태학자, 이하 박사)가 발제를 맡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전 국가유산청 문화재 전문위원), 조광현 대구경제실천연합 사무처장,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달성군은 다사읍 죽곡리 850번지 일원에 길이 488m 2차선 도로 및 인도(12m)를 건설하는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 도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지표조사 누락 등 절차상 문제를 지적받아 개선에 나서 도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달 21일 재개됐다. 도로는 2026년 초 완공이 예상된다. [관련기사=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문화재 지표조사 누락···환경단체 반발(‘24.1.23)]

▲ 8일 ‘죽곡산 두물머리 메소포타미아 선사유적공원 조성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김종원 박사

‘죽곡산 관통 도로 건설의 득과 실’이라는 발제를 통해 김종원 박사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고령군이 만나는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지점은 한국의 최대 메소포타미아 땅”이라며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똑바로 조망하는 죽곡산의 위치와 형상은 절묘하다”고 지적했다.

지형의 영향으로 선사시대부터 정착을 하고, 지속가능한 물 이용을 위한 기우제를 지낸 것으로 추정한다. 대표적으로 윷판형 암각화와 바위구멍(성혈)이 근거다. 김 박사는 “죽곡산 산책길에 만나는 너럭바위에는 ‘둥근 윳판형 암각화’가 여기저기 발견되고, 바위에 구멍을 판 ‘성혈’은 부지기수”라며 “이는 죽곡산과 낙동강, 금호강 두물머리의 관계가 예사롭지않음을 설명한다. 고대 달구벌 문명의 대통을 말하는 증거 유적”이라고 했다.

▲ ‘죽곡산 관통 도로 건설의 득과 실’이라는 발제를 통해 김종원 박사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고령군이 만나는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지점은 한국의 최대 메소포타미아 땅”이라며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똑바로 조망하는 죽곡산의 위치와 형상은 절묘하다”고 지적했다. 2번이 죽곡산. (사진=김종원)

김 박사는 “바위에 구멍을 판 성혈은 선사시대 특히 신석기시대부터 나타났고, 땅의 신과 교신을 뜻한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개로 된 바위 구멍 군집을 이루고 점점 더 복잡한 문양으로 변천하는데, 시나브로 하늘 별자리와 교섭하며 나타난 것이 윷판형 암각화다. 적어도 청동기 이전 선사 유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둥근 윷판형 암각화는 선사시대의 최첨단 시계이고 달력이다. 달구벌 농경 선사인의 우주관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며 “그런데 이런 존재가치를 도로 지표조사와 관련 보고서에서는 가볍게 여기고 있다. 현지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도 박물관 등에 이전하는 것을 제안하는 전문가 의견을 싣고 있다”고 유감스러워 했다.

김 박사는 “고대 선사 유적의 생생한 맥락은 박물관 앞마당에 옮겨지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며 “매장문화재를 발굴하는 관습적인 태도를 벗어나 죽곡산 일대에 대한 정교하고 차분한 현장 발굴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국가유산청과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 죽곡산에서 확인되는 바위구멍(성혈)이 뚜렷한 너럭바위 조각 (사진=김종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문화재 조사가 소홀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박물관 조성 등을 언급했다. 황 소장은 “죽곡산은 이미 암각화, 성혈 등이 다수 알려져 20여 년전부터 문화재청(국가유산청)의 문화재 분포지역조사에 기록됐다”며 “이번 도로공사가 아니더라도 선사시대부터 신라, 고려, 조선까지 역사 전 과정의 유적이 존재함을 알면서도 학술조사 한 번 없다는 점에서 문화적 소양이 매우 저급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암각화 유적은 제사유적일 가능성도 큰데, 유적과 관련한 공동체의 집단의식이나 의례, 나아가 실력있는 부족국가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거가 제시되어야 하지만 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 단순히 어떤 유적이 있다 정도의 미흡한 조사만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죽곡산의 유적과 유물은 야외 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해서 현장 박물관으로 두고두고 역사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달성군의 기원, 대구의 근원이 될 유적”이라고 짚었다.

한편, 달성군은 국가유산청 협의를 통해 문화재 발굴을 마쳤고, 도로 공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구간에 직접적인 선사시대 유물도 없어 역사유적공원을 만들 이유도 없다고 했다. 발굴된 유물은 조사를 담당했던 대경문화재연구원에서 보관 중이고, 정밀 보고서 작성이 진행될 계획이다. 발굴된 유물은 총 12점으로 확인된다.

달성군 건설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암각화와 성혈 등은 직접적인 공사구간이 아니고, 발굴된 유적들 가운데선 선사시대 유물은 없다. 암각화는 시대 미상으로 보인다”며 “도로는 마을 주민들의 도로 개설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