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을 앞두고 교육·사회단체들이 고등교육 재정 대폭 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방대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복합적 위기 때문에 연쇄적인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지역대학 붕괴는 지역 소멸로 이어지고, 이는 곧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치명적 위협이 될 거라 경고했다.

최근 몇 년간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만 18세 학령인구는 44만 명 수준이며, 앞으로 20년 내에 22만 명대로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대학은 상대적으로 충원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있으나, 비수도권 대학은 입학생 감소로 인한 직격탄을 맞으면서 구조적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지방의 일부 대학은 강의 축소, 교직원 구조조정, 연구기반·학생 복지 축소로 연명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 재정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학들의 정부 재정지원 의존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신,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학들에 사업비 교부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해 왔다.
특히 사립대학교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사립대학들은 재정 결손분의 보충을 정부의 재정지원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나마도 교육부 예산 15조 5천억 중 국립대 운영비와 국가장학금 예산 10조 6천억을 제외하고 나머지 약 3조 원의 사업비 예산에서 290개 사립대학에 재정이 배분되는 상황이다.
대학 구성원 노동조합인 전국교수노조, 전국대학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와 사회단체인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OECD 38개국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GDP 대비 0.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대의 폐교, 수도권 집중의 대학 서열화 원인은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데 있다”며 “고등교육 없는 국가의 미래가 과연 가능한가, 지방대학이 무너진 대한민국에서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지식과 연구 그리고 새로운 꿈을 키우는 대학이 없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대선을 앞둔 지금, 여전히 어느 대통령 후보도 고등교육과 지역대학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는 고등교육재정의 뒷받침을 기초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대선 후보들에 ▲고등교육재정 대폭 확충 ▲비수도권 대학에 수도권과 동일 수준의 균형 지원 ▲대학 무상교육 ▲대학 서열과 교육 불평등 구조 해소 ▲국립대 공공성 강화 ▲살비대의 공영화 추진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임효진 전국대학노동조합 위원장(전 안동대지부 지부장)은 “이젠 고등교육, 대학교육이 일반화됐으니 무상교육까지 실현할 수 있는 큰 틀의 정책이 필요하다. 고작 한다는 게 국립대마저 사립대화 시키는 글로컬대학, 라이즈 사업이었다. 대학 재정 확충에 대한 고민 없이 나온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나머지 대학을 다 죽이는 길”이라며 “지방정부라도 이 사실을 직시하고 중앙정부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학과 청년이 지역에 남아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두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분회장은 대학 구성원들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권 분회장은 “2019년 8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 소위 강사법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대학 강사의 처우는 개정되지 못했고,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사립대 강사는 강사법 시행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며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80% 이상을 사립대학이 감당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직 교원의 삶과 노동 역시 이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