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촛불 체험 온 타지인들…“대통령 덕에 민주주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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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반대 촛불이 한 달이 넘어섰다. 성주군민들은 집회를 이어오는 동안 자유로운 토론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민주주의를 만들고 있다. 또, 이를 체험하고 성주군민에게 힘이 되고자 성주를 방문하는 이들이 있다. ‘사드 철회 평화 촉구’ 결의대회가 열린 15일에도 많은 이들이 성주를 찾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좋은 배움을 얻는다고 입을 모았다.

성주

영천에서 복숭아·마늘 농사를 짓는 최상은 씨는 이날 쟁기 대신 촛불을 들고 무대 좌측 구석에 앉았다. 절박한 농민의 심정을 최 씨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농민이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떠나갈 수도 있다는 그 심정을 생각하면…아찔하죠. 전에 농작물도 다 갈아엎었잖아요. 피눈물 나는 기분이에요. 그만큼 절박한 거죠…남북 관계는 대화로 평화롭게 풀어야 해요. 사드는 남북 뿐만아니라 동아시아의 전쟁 위기를 유발하고 있어요”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정의당)도 “사드 때문에 위축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왔다”며 촛불 집회장을 찾았다. 그는 “힘든 사람에게 어쩌지요? 이제 우짭니까. 이렇게 묻는 건 측은지심이에요. 사람의 본성입니다. 저같이 이 난리통에 ‘우짭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들한테 외부세력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돼요”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 비친 성주군청과 의회의 모습에 우려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의 ‘제3부지’ 언급 이후 김항곤 군수는 집회 참여와 언론 노출이 부쩍 줄었다. 군의회와 관련해, <경북일보>는 지난 10일 “군의회 의원들은 집행부와의 업무협의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회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이며, 이는 군민대변 역할을 실기(失氣)하고 있다는데 대해 의원 모두가 공동의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의회 사무실에서 사드에 반대하는 군민들이 나가야한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이에 장 의원은 “지금이 성주군청과 의회가 주민을 위해 존재한 적이 없었다. 지금이 바로 공공기관이 공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순간이다. 끓어오르는 군민을 성주군청과 의회가 제대로 대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관공서가 존재하는 최고의 이유다. 군민의 민주주의 교육장으로서 중요한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 파이팅!”이라고 말을 마쳤다.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도 이날 성주를 찾았다. 군청 한쪽에 앉아 있는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에게 왜 왔는지 물었다. 차 지회장은 “성주에 와서 많이 배운다. 준비된 게 아닌데도 나이 많은 군민들이 엄청 잘 싸우고 있다 집회에서 자유발언하고 언론 브리핑도 하고. 스스로 열린 공간에서 토론 한다”며 “성주 사드 문제는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그리고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문제가 진행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는 만큼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타지 사람의 응원은 군민에게 큰 힘이 된다. 성주군민 배미영 씨는 고마운 마음에 더해 “학교 폭력 상황에도 방관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당하는 입장에서는 방관하는 사람들도 힘들게 하지요. 서운하기도 하고. 성주도 그렇지요. 저도 대구 치맥 페스티벌 갔을 때 힘들었어요. 인접도시인데도 많이 무관심했어요…”

34차 성주

촛불 집회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투쟁가 속에서 배 씨는 또렷한 말로 말을 맺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드 이전에 제 모습도 그랬죠. 반성 정말 많이 했어요. 세월호 참사나,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다 방관했지요. 그래서 여기에 오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감사해요.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까지 와 주셨으니까요. 희망이 보여요. 조금 더 바라자면 여기서 보시는 걸 지역에 가서도 조금이라도 알려준다면 좋겠어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가 어렵고 무섭지만, 사드가 들어와서 제 눈이 뜨이고 또 여러 분들을 알게 된 것은 오히려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