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청산] 실패한 홍준표의 채무제로···1,000일간 목표치 16%만

2022년 7월 임기 시작과 함께 선언된 채무제로
연간 5,000억 원씩 빚 갚겠다고 했지만,
허리띠만 졸라매고 성과는 15.8% 수준에 그쳐
그 사이 시 행정도 난맥상···경직된 예산, 보류되는 사업들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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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00일 가량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100+1 대구 혁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가 말하는 성과라는 게 과장되었고, 오히려 재임 기간 동안 시정이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은 후임 시장이 당선되어 새로운 대구 시정이 열리기 전까지, 홍준표 재임 1,000일이 대구에 무엇을 남겼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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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것은 대구시가 그동안 재정이 너무 안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우리가 사실 지출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많이 힘들어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만약에 정부 추경을 하면 매칭 추경도 해야 되고, 그다음에 내년도 예산을 편성해야 되는데 위원님들이 계속 지적해 주신 지방채 발행 문제, 이제 전향적으로 검토를 할 생각이다.”

지난 4월 30일 대구시의회 316회 임시회 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황순조 당시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전향적인 지방채 발행을 선언했다.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던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3년 연속 지방채 발행 없는 예산 편성을 강조했던 황 실장은 홍준표 시장이 전직이 되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손바닥 뒤집듯 기존 입장을 바꿨다. 홍준표의 채무제로가 미력하나마 구호로도 발붙일 자리가 없다는 걸 명확히 한 순간이다.

▲올해 3월 16일 홍 전 대구시장은 본인 SNS에서 임기 내 성과 중 하나로 ‘3년간 지방채 발행 없이 예산 편성하고 채무 2,400억 변제하여 재정건전화’를 언급했다. (사진=홍준표 전 시장 페이스북)

2022년 7월 임기 시작과 함께 선언된 채무제로
연간 5,000억 원씩 빚 갚겠다고 했지만,
허리띠만 졸라매고 성과는 15.8% 수준에 그쳐
그 사이 시 행정도 난맥상···경직된 예산, 보류되는 사업들

홍 전 시장은 2022년 7월 시장에 취임하면서 임기 내에 1조 5,000억 원의 대구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했다. 연간 5,000억 원 씩 빚을 갚겠다는 고강도 채무 계획은 발표 당시부터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홍 전 시장은 임기 내내 ‘빚내지 않고 허리를 졸라맨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퇴임을 앞둔 지난 3월 16일엔 취임 1,000일을 맞아 성과를 자랑하면서 “3년간 지방채 발행없이 예산 편성하고 채무 2,400억 원을 변제하여 재정건전화”를 추진중이라고 했다.

2022년 7월 14일 대구시가 재정혁신 정책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채무상환 계획은 ▲기금·특별회계 폐지 ▲유휴·미활용 공유재산 매각 ▲지출 구조조정 ▲순세계잉여금 의무 채무상환 전출금 확대 대구시가 보유한 여유 자금을 최대한 동원해 빚을 갚겠다는 것으로 집중됐다. 이를 통해 당시 2조 3,704억 원 규모의 채무를 2026년까지 약 8,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유재산 매각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전반적인 세수 여건도 좋지 않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첫해 기금 통폐합,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순채무 1,948억 원을 조기상환한 이후 2년간 겨우 425억 원을 순상환한 데 그쳤다. 합계 2,373억 원, 애초 목표의 15.8% 수준이다. 경남에서 성공했다던 채무제로는 대구에서 완벽하게 실패한 셈이다.

대구시도 일찍이 홍 전 시장이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의 남은 임기에 목표치를 맞추는 식으로 매년 5개년 단위의 채무관리 계획을 수정해 왔다. 대구시가 2023년 수립한 ‘2024~2028년 채무관리 계획’에는 2025년, 2026년 매년 8,000억 원 이상씩 상환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어디에서 어떻게 상환할지 구체적인 방법 없는 ‘보여주기식 목표’였던 셈이다.

대신 신규 지방채는 발행하지 않겠다는 고집은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겨우 15.8% 달성하기 위해 대구시가 지방채 발행을 금지하고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대구 곳곳은 신음했고, 시 행정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황 전 실장이 지방채 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그날, 같은 회의에서 박기환 대구시 경제국장은 2023년 11월 발표한 농업기술센터 이전이 지방채 없는 재정 영향 등으로 보류됐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전 발표했을 땐 국비를 받을 수 있을 걸로 생각했는데 국비가 실제론 말만 국비지 우리 시 부담이 있고, 이전하면 기존 땅을 팔아야 되는데 팔고 난 후 그 돈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또 저희가 지방채 없는 지방재정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단 보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식으로 알게 모르게 지방채 없는 재정의 영향으로 보류된 사업은 적지 않을 걸로 추정됐다. 대구 신청사 이전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초반부터 갈등을 빚었는데, 그 배경에도 ‘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지방채 발행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역시 홍 전 시장이 사라지고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26일에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에 지방채 발행을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2024년말 기준 채무 2조 3,385억 원
이자율 높은 채무 증가···건전성 하락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대구시 채무는 2조 3,385억 원이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9.1%다. 홍 전 시장 임기 시작 직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9.8%였던 걸 고려하면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이자율별로 살펴보면 1% 미만이 1.5%, 1~2%미만이 58.2%이다. 60%가량이 이자율이 2%가 되지 않는 저금리 채무다. 이외 2~3%미만은 11%, 3~4%미만은 12.7%, 4~5%미만은 16.6%를 차지한다. 2022년 말 기준 2% 미만 채무가 80%가량이었던 걸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하락한 걸로 보인다. 대구시는 변동금리에 해당하는 채무의 이자율이 금리 변동으로 인해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우선 올해까진 신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환기간 만기가 도래한 지방채를 차환하기 위해 2,949억 원을 발행하고, 3,235억 원을 상환해 올해 말에는 2조 3,099억 원의 채무를 남길 목표를 세웠다. 이 경우 전년 대비 286억 원이 순감소하게 된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