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물결, 소싸움 보고서 발간···”동물학대 멈춰야”

동물해방물결,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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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4개월간 전국 소싸움 경기를 현장 조사한 결과, 소들이 경기와 훈련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학대당하고, 출혈과 외상에도 적절한 조치 없이 경기가 강행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동물해방물결은 지방보조금이 투입되는 청도 상설경기장에서도 불법 도박, 운영 불투명 등 복합적인 문제가 확인됐다며, 소싸움대회 중단을 촉구했다.

26일 동물해방물결은 ‘이제는 멈춰야 할 소싸움, 청도 상설경기와 민속대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2월부터 4개월 간 청도군 싸움소 사육농가 3곳, 청도 상설 소싸움경기장, 대구 달성군, 경남 의령·창녕·창원 민속 소싸움대회 등을 대상으로, 현장 모니터링, 문헌 조사, 전문가 면담 및 자문, 여론조사 등으로 진행됐다.

▲ 코뚜레에 연결된 짧은 줄로 얼굴이 고정된 채 운송 트럭에 실려 있는 싸움소 (사진=동물해방물결)

동물해방물결은 사육소 육성과 생애 전반, 소싸움 경기에서 동물학대가 제도화되어 있다고 비판했고, 청도공영사업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재정의 낭비와 운영의 불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청도는 상설경기가 연중 주말마다 운영되고, 출전 소의 이송과 훈련, 경기 참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도공영공사는 청도군에게 위탁받아 소싸움경기장 시설 관리 및 보수, 소싸움경기 운영, 우권(베팅) 시스템 운영, 입장권 및 기념품 판매 등 수익 사업 운영, 상금 및 조교사 인건비 지급 등 소싸움경기 전반에 걸친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은 청도공영공사는 막대한 지방보조금으로 운영되지만 민간사업자와 불투명한 계약구조, 반복되는 재정적자, 사행성 문제까지 복합적인 사회적 논란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도공영공사가 2020년 57억, 2024년 96억 7,000만원 등 청도군으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재정의존도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은 “소싸움 경기는 보조금이 없다면 매년 수 십억 원의 적자를 보거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이라며 “수익금 상당 부분을 축산발전기금, 지역개발산업, 사업투자적립금 등으로 지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수익금 미발생으로 한 차례도 지출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장 사용료로 민간사업자인 (주)한국우사회에 매년 17억 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2024년 기준으로 등록된 싸움소 610마리 중 229마리는 청도에서 관리된다. 전국 싸움소 육성 농가는 경남에 173곳, 경북 114곳이다. 청도공영공사의 상설 소싸움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산하 11개 지역 단체가 주최하는 민속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거둔 싸움소만이 출전 신청 자격을 얻고, 청도공영공사가 자체적으로 기량 검증한 싸움소에게 출전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싸움소는 연간 8회 이상의 출전을 기본으로 하고, 경기 성적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고 출전 시에는 수당이 지급된다. 승리에 따른 추가 수당도 더해진다.

▲ 청도 상설경기장 내 계류장. 싸움소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류장에 묶여 24시간 이상 대기한다. (사진=동물해방물결)

특히 싸움소의 계류, 경기, 훈련, 이송 과정에서 ‘싸움소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동물해방물결에 따르면 청도 상설경기에 출전하는 싸움소가 대개 경기 하루 전인 금요일(민속대회는 경기 2~3일 전)에 계류장에 입소한다. 싸움소들은 제한된 크기의 계류장에서 24시간 이상, 코뚜레에 연결된 로프로 금속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으며,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바닥을 지속적으로 핥는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 과정에서 코뚜레에 연결된 로프가 뿔에 엉키거나 신체 일부에 걸려, 소가 편안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사례가 다수 목격됐다”며 “게다가 계류장 바닥은 얇은 고무 합판이나 소량의 깔짚이 깔린 콘크리트로, 안정적으로 앉거나 눕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몇 소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바닥을 지속적으로 핥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는데, 부적절한 사육환경과 사료관리,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다. 미네랄 결핍 가능성도 있다”며 “초지가 없는 폐쇄된 시설에서 사육소들은 자연스러운 먹이 탐색이나 보행이 제한돼 좌절을 경험하고, 정형행동도 나타날 수 있다. 소의 정형행동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 청도 상설경기장. 조교사가 살코줄을 강하게 당겨 싸움소의 머리끼리 부딪히도록 강제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사진=동물해방물결)

동물해방물결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싸움 경기와 훈련 과정에서 다양한 동물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싸움소의 코에 끼우는 ‘살코'(코링)로 소를 강제로 통제하며, 조교사나 우주가 살코줄을 거칠게 당겨 소의 머리를 맞대게 하거나 이동을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콧속 출혈이 발생해도 소독이나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 중에도 이마와 뿔의 출혈, 피부 찢김 등 외상이 빈번했지만 판정 전까지 치료 없이 경기가 계속됐다.

실제 131경기 중 54경기(41.2%)에서 소가 싸움을 거부했으며, 정상 진행된 77경기 중 62.3%에서 출혈이 확인됐다. 조교사들의 고함과 반복적 자극, 줄 당김 등으로 소들이 침을 흘리거나 거칠게 호흡하는 스트레스 반응도 관찰됐다.

훈련과 이동 과정에서 싸움소의 스트레스 유발 및 학대 정황도 나왔다. 폐타이어를 끄는 훈련 중 반복적으로 채찍질을 당하거나, 트럭에 실려 이동할 때 코뚜레에 짧은 로프가 연결된 상태로 운송되는 등 동물보호법상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현장에서는 불법 도박 정황도 포착됐다. 청도 상설경기장을 제외한 민속대회 4곳에서 현금이 오가는 등 불법 사행행위가 확인됐으며, 합법적 베팅이 허용된 청도 상설경기장에서도 개인 간 현금 거래가 이뤄졌다. 경기장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다양한 연령대가 쉽게 출입할 수 있어, 폭력과 동물학대를 정당화하는 교육적 왜곡 우려도 지적됐다.

▲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개최했다.

한편,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보신각 앞에서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행동’도 개최했다. 집회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인간의 유희와 오락을 위해 싸움을 강요당하는 소들의 고통을 알리며, 소싸움의 즉각적인 폐지와 전환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소 얼굴 가면을 쓰고, 소싸움 출전 소들의 이름이 적힌 조끼 입고 소싸움 경기장을 재현한 무대에서 소싸움대회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마당극 퍼포먼스도 펼쳤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