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소싸움 재개에 동물권단체 경기장서 “동물학대 중단”

전국 유일의 소싸움 상설 경기장 있는 청도
구제역 여파로 중단됐던 경기, 3일부터 재개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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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여파로 중단됐던 청도 소싸움 경기가 이달 3일 재개되자 동물권 단체와 진보정당이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소싸움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소싸움이 동물 학대이며, 소싸움을 위해 소를 훈련시키는 과정도 가혹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십수년간 적자를 내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4일 오전 11시 30분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기본소득당 대구시당, 녹색당 경북도당·대구시당, 정의당 대구시당 주최로 열린 집회에는 30여 명이 참석해 소싸움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 30여 명도 집회 현장 인근에 배치됐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온순한 기질의 초식동물을 싸움소로 육성하기 위해 미꾸라지·뱀이 들어간 보양식을 먹이고, 비탈길 달리기와 타이어 끌기 훈련을 시킨다. 자극적인 소음으로 소를 흥분시키고, 뿔을 들이받도록 유도해 몸에 생채기를 낸다”며 “소에게 싸움을 시키는 행위는 자랑하거나 축제가 아니다. 전통 계승 또는 민속경기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것도 시대와 맞지 않다. 서양에서도 ‘전통’으로 지속되던 투우를 금지하는 도시(나라)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싸움 경기를 관장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지난 11년간 경영 적자를 냈고, 지난해 77억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며 “소싸움 경기장을 폐쇄하고 청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평화로운 축제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청도는 유일하게 소싸움 전용 경기장까지 개장해서 주도적으로 대회를 열고 있다. 청도공영사업공사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 싸움소가 859개체, 한때 소싸움으로 이용되던 1013 개체가 있다”며 “소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람들의 유흥을 위해서 더 이상 소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주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민지 녹색당 경북도당 운영위원장은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달리 소에 대한 동물 학대 인식이 ‘가축’에 머물러서 동물 학대로 덜 인식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또한 동물 학대가 분명하고, 이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간의 욕심에서 경제적 도구로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싸움 재개에 반대하는 동물권단체 및 정당 관계자들이 싸움소 학대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청도군은 소싸움이 동물 학대가 아닌 전통이자 ‘민속경기’에 해당해 문제가 없으며, 부수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어 소싸움 경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동물보호법은 도박,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명시하고 이를 금지하지만, 민속경기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청도군은 유일하게 소싸움 상설 경기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로, 소싸움 경기 운영을 위해 청도공영사업공사도 설립했다. 2011년 개장한 청도소싸움경기장은 매주 주말 24경기, 연간 1,250경기(2022년 기준)가 개최되고 경기 관람은 무료다. 청도군이 공사에 지원하는 연간 운영 예산은 63억 원이다.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우권을 구매해 1인 1회 최대 10만원 까지 배팅 할 수 있다.

현재 소싸움 경기가 개최되는 지역은 청도군과 대구 달성군을 포함해 11곳이다. 경남 6곳(창원시·김해시·진주시·함안군·창녕군·의령군), 전북 2곳(정읍시·완주군), 충북 1곳(보은군) 등이다. 정읍시·완주군은 동물 학대 논란으로 올해 관련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다.

앞서 동물권 단체는 동물보호법에서 소싸움 예외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국회 앞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4월 달성군에서 소싸움 경기대회 반대 피켓팅도 진행했다. (관련기사=소싸움은 동물학대? 달성군 다음달 대회 예정···“법 개정” 요구도(‘23.02.14),[현장] “‘소 힘겨루기’로 이름 바꾼다고 ‘소싸움’이 아닌가요?”(‘23.04.02))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