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나라에서 우리들의 나라로 / 대구 청소년 박하모임

16:50

당신들의 나라에서 우리들의 나라로 

최소한의 믿음마저 무너졌다. 이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 배우고 생각했던 우리의 상식은 산산히 부서졌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의 권력이 소위 비선실세라는 자들의 손에서 마음껏 휘둘리고 있었다. 사소하게는 대통령의 의상부터 연설문, 외교, 안보, 노동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영향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넓고 막대했다.

그렇게 휘두른 권력으로 그들이 얻어낸 이익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몇십 조가 되는 돈을 그들의 재산으로 축적하고 각종 특혜를 통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엘리트의 길을 밟았다. 문화?체육계를 마음대로 주물렀고 자신들을 두둔한 자를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재벌에게 돈을 걷고 그 대가로 각종 특혜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보다 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그 이후 국가의 태도였다. 국가는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른 ‘비선실세’를 엄정히 조사하는 대신 각종 배려와 편의를 베풀었다. 검찰은 피의자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현장 체포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계좌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수많은 언론 등을 통해 잇달아 밝혀진 그들의 비리가 무색하게,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물은 빈 박스뿐이었다. 재벌들에게는 또 어땠나. 비선실세와 결탁해 각종 이익을 챙겼던 또다른 비선실세인 그들을 국가는 조사하기는커녕 피해자로 보고 보듬기에 급급했다.

이는 우리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을 때, 해고당한 노동자가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굴뚝 위로 올라갔을 때, 자기 삶의 터전을 다수의 행복이라는 미명 하에 빼앗겨 버린 농민이 분신했을 때, 끝없는 입시경쟁에 고통받던 청소년이 저항했을 때 국가는 이런 관용을 베푼 적이 없었다. 우리가 익히 알던, 절규에 벌금으로, 구속으로, 물대포로 답하던 국가의 모습을 이 사건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이 나라는 결코 우리를 위한 나라가 아니었다. 이 나라는 강자들에게만 관용을, 아량을, 배려를 베푸는 곳이었다. 이 나라는 강자들의 이야기만을 듣고 고민하며 이해하는 곳이었다. 우리의 절규가 직사하는 물대포에 부딪혀 죽어가는 동안, 국가는 강자들의 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이 나라를 믿지 않는다. 강자의 곁에만 머무는 이 나라를 우리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약자를 배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짓밟는 이 나라를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거리에 설 것이다. 강자들의 나라, 당신들의 나라를 무너뜨리고자 거리에 우리는 설 것이다. 우리는 외칠 것이다. 박근혜의 나라, 최순실의 나라는 끝났다고 외칠 것이다.

그 자리에 우리의 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의 말, 우리의 언어가 기억되는 국가를 짓고자 한다. 노동자의, 장애인의, 여성의, 성소수자의, 청소년의 삶이 지워지지 않는 나라를 선언하고자 한다. 당신들의 국가가 있던 그 자리 위에, 우리의 삶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 나라를 새로이 세우고자 한다.

2016.11.05
대구청소년 박하모임(박근혜의 하야를 촉구하는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