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 기업 ‘징벌적 배상’ 판정, 대구에서 처음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상여금, 성과금에 대해 1.3배 배상하라"
정규직과 동일 업무에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하는 기업 문화에 경종

11:43

대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배상 판정이 나왔다. 지난 2014년 9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에 대한 ‘징벌적 금전배상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구에서 적용된 첫 사례로 전국에서는 두 번째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2월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 대우(상여금 정규직의 50%, 성과급 및 하계휴가비 정규직의 70~80% 지급)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소재 절삭공구업체 (주)한국OSG를 상대로 한 차별시정 신청에 대해 “상여금, 성과금에 대해 1.3배 배상하는 판정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판정 이후 30일 이내에 판정서를 보낸다. 판정서를 받은 후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한국OSG는 비정규직 노동자 63명에게 상여금, 성과금 미지급분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구체적인 배상금은 판정서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1인당 약 1천만 원, 총액 약 7억8천만 원으로 추정된다.

한국OSG에 대한 이번 판정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에 저임금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차별시정 신청 대표인으로 나선 박지연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한국OSG분회 여성부장은 2011년 1월부터 현재까지 7년 째 한국OSG에서 일했지만 아직 비정규직이다. 2015년까지는 인력파견업체 소속이었다. 2015년 한국OSG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 결과 불법파견 시정 지시를 받아 2016년 1월 1일부터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이 됐다.

▲2017.4.12 금속노조는 한국OSG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차별 문제와 관련해 대구지방노동청에 행정지도를 촉구했다.

박지연 여성부장은 “노조 결성(올해 2월) 이후부터는 차별이 시정되고 있다. 같은 라인에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차별시정 판정이 나온 것 같다”며 “올해 12월 31일이면 계약이 끝나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회사는 관례에 따라 해준다는 이야기뿐인데, 12년 동안 여성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 사례가 없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회사 태도가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의미가 있다”며 “차별도 억울하지만, 불법파견 시정 명령 이후 직접고용하면서도 정규직화하지 않는 기업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판정이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18일 오전 한국OSG 본사 앞에서 이번 판정을 환영하고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국OSG는 418명(2016년 12월 30일 기준)이 근무하고 순이익 200억이 넘는 중견기업이다. 2016년 7월 대구시 선정 스타기업에도 꼽혔고, 23개 고용친화기업으로도 꼽혔다. 2009년 노동부 선정 노사문화우수기업에도 꼽혔다. 그러나 생산직 노동자 212명 가운데 63명은 ‘준사원’이라 이름 붙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여성은 지난 10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