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호떡공천, 경주 시민 바보취급···언젠가 바뀐다”

경주 4·15총선 미래통합당 김석기 공천에 실망 여론

21:27

“경주시민 무시하지 마라”, 7일 오전 경주중앙시장(아랫시장)네거리에서 김재원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의 김석기 후보 지지 연설을 듣던 송탁윤(67) 씨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거친 숨을 내쉬는 송 씨에게 기자가 이유를 묻자 송 씨는 더욱 흥분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는요, 저번 선거에서 용산참사 유가족들 왔을 때 그 사람들이랑 싸웠어요. 경주시민 투표하는 자리에 용산서 왜 왔느냐고. 분명히 당에서 심사해서 다 뽑아 놨었잖아요. 뽑아놨는데 2등도 아니고 여론조사에서 3등하던 사람으로 다시 바꿨어요. 바꿔놓고는 (당이) 경주시민한테 한 마디도 못하는 거예요. (김석기 의원이) 협박을 한 건지 돈으로 틀어막은 건지 나는 그게 궁금하다는 얘기에요. 그래놓고 지금 와서는 이렇게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면 도와주기나 하든지. 이건 국회의원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7일 중앙시장 네거리 유세에 참여한 김석기 후보가 네거리 교통섬 위에 있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3월 김석기 의원 컷오프, 김원길·박병훈 예비후보 경선 실시 결정을 발표했다. 송 씨가 언급한 ‘김석기 의원 3등 여론조사’란, 여론조사 결과를 참조해 결정한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을 말한다.

경주는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를 두고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 <영남일보> 등 지역 언론에선 ‘호떡 공천’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공천 과정이 김석기 컷오프→박병훈·김원길 경선→박병훈 승리→최고위원회 미상정→김원길 단수 공천→김석기·김원길 경선→김석기 공천 확정으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뉴스민>은 5일 경주 시민 4명(박모 씨·57·상인·충효동/김모 씨·44·노동자·황성동/A 씨·76·무직·황성동/B 씨·50대 중반·공무원·황성동)을 만나,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를 포함한 총선 여론을 들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호떡 공천’이 경주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천 문제로 미래통합당을 찍지 않겠다는 시민(김 씨)도 있었지만, 결국 미래통합당을 지지할 것(A 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무소속 정종복 후보도 결국 통합당으로 복귀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당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박 씨)도 있었고, 정치에 실증이 난다는 부정적 입장(B 씨)도 있었다.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 못마땅

상인 박 씨는 미래통합당을 지지하지만, 김석기 후보에게는 비판적이다. 공천이 취소된 박병훈 후보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중앙 정치에서 경주의 목소리를 내려면 재선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고민도 있다. 지역 목소리를 힘있게 내는 것이 중요하며, 설령 용산참사 같은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미래통합당 외 다른 정당은 지역에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정종복 후보는 평가가 안 좋았다. 당 달고 나와서 떨어지기 어려운데 떨어졌다. 그런데 요즘에는 정신을 차린 것 같다. 김석기 후보는 너무 으스대는 느낌이다. 모임에도 직접 안 나오고 비서를 보낸다. 선거 후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국회에서 일만 잘하면 되는데, 김석기 후보는 회의적이다. 신라왕경특별법도 자기가 한 게 아니고 백상승(전 경주시장)이 다 닦아 놓은 거다. 하지만 사람은 미워도 당을 보게 된다. 권영국 후보가 두 번째 나왔는데 취지는 좋고 그런 경쟁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당 뽑는다고 경주에 득이 되진 않을 거다.”(박 씨)

박 씨와 달리 노동자 김 씨는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에 실망해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지역 토박이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것 외에는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해 본 일이 없다.

“지금 공천 결과를 보면 여당보다 통합당이 더 못하는 거 같다. 홍준표 때는 목소리라도 있었는데, 황교안이 문제다. 경선해놓고 뒤집는 게 어디 있나. 경주에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생각하니 그렇다. 나는 1번(더불어민주당 정다은)과 2번(미래통합당 김석기)은 안 찍을 거다. 민주당은 지역 활동을 볼 수가 없고, 후보가 전과도 있다. 여성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우리 공장에서는 권영국 변호사를 찍자고 설득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김 씨)

공무원 B 씨는 공천 결과를 보며 정치에 싫증을 느꼈다. 다선 의원이 꼭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어떤 후보가 돼도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진보정당 후보로 가능성이 없는 선거에 도전하는 권영국 후보에게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미래통합당이 경주 사람을 바보 취급한 거다. 미우나 고우나 통합당 찍어줬는데 이런 식이면 언젠가는 바뀌게 될 것이다. 누가 돼도 실제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느낌이 없다. 정치에 점점 싫증을 느낀다. 꼭 다선의원이 잘할 거란 보장도 없다. 정당정치에서 무소속 당선은 어렵지만, 되지말란 법도 없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당을 떠나 권영국 후보가 괜찮은 사람이란 건 알겠다.”(B 씨)

이외에도 A 씨는 “공천은 정말 문제다. 경주 시민을 어떻게 보는 건가. 하지만 지역 발전에는 재선 의원이 낫다. 다른 당은 모른다. 70년 살면서 지역에 미래통합당 말고는 본 게 없다”라고 말했다.

김석기 후보 부정적 평가 이유, 용산참사·지역 무시

김석기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는 ‘용산참사 책임’, ‘지역 홀대’가 꼽혔다.

▲경주 황성동 황성시장에 걸린 현수막

상인 박 씨는 “용산참사 책임 문제로 평이 좋지 않다. 만약 경주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선은 절대 꿈도 못 꿀 것”이라며 “사람은 못하지만 김석기는 현역이니까 인맥이 있고, 서울에서 파워게임을 하기에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B 씨는 “김석기 후보가 시장(주낙영)과 친하니까 시장으로선 좋겠지만, 또 정당에 가서 장기 말처럼 움직일 거다”라고 말했고, 노동자 김 씨는 “김석기 후보는 지역은 돌보지 않고 당에만 충성했다. 그건 과거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라벌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월 8일부터 9일까지 경주시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한 경주 지역 총선 여론조사에서, 김석기 의원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 결과 ‘잘 못한다’라는 평가는 44.9%(잘 못하는 편 19.1%, 매우 잘못함 25.8%), ‘잘 한다’라는 평가는 37.1%(매우 잘함 11.6%, 잘하는 편 25.5%)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