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에 ‘결혼퇴직’ 사과한 금복주, “여직원 필요성 별로 없다”

150명 중 10명만 여성...여성단체, "잘못이 뭔지 모르는 사과"

16:27

결혼 여직원 퇴직 강요로 논란을 빚은 주류회사 금복주가 지역 여성단체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면담자리에서 금복주 측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어 여직원?비율이 높지 않다”는 등 성차별 발언을 일삼아 비판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금복주는 여직원 퇴직 강요 논란과 관련해 항의방문한 대구지역 여성단체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홍구 금복주 대표이사(부사장)는 “여직원에 대해 퇴사 압박을 하였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하여 대구여성회 및 대구경북여성단체 회원님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박홍구 대표이사는 “결혼을 이유로 여직원에게 퇴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므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며 “여성근로자의 근무여건 등 노무 관련 사항을 개선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 발표 후, 박홍구 대표이사 등 금복주 관계자 5명은 여성단체 대표 10여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여직원 고용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박 대표이사는 “(여직원이) 크게 필요성이 없어서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여성 인력은 10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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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구 금복주 대표이사(가운데)

업무나 직종에 남녀 역할을 구분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제2장?”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 위반이다. 실제로 금복주에서 일하는 정규직(사무직) 150여 명 중 여성은 단 10명으로 대부분 경리 업무를 담당한다. 모두 2~30대 전후이며 결혼을 하지 않았다.

이에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직장 내 성차별적 문화는 여성들의 직장 생활을 불리하게 했다. 그런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 운동이 있어 왔는데, 금복주는 현재까지도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여성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사과문도 그렇고 금복주는 그 잘못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면담에서 ▲금복주 홈페이지, 언론을 통한 대구시민에 대한 한 공식 사과문 게시?▲퇴직한 모든 여직원 퇴직 여부 제3기관에 맡겨 조사?▲여직원 채용 구체 계획 공식 발표?▲이번 사건과 관련 여성비하 발언한 모든 직원 징계?▲전 직원에 대한 직장 내 성평등 교육 실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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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구 대표이사는 “검토를 약속드린다”며 “고용노동부 조사를 봐가면서 하겠다”고 답했다.

금복주의 이러한 태도에 여성단체는 제3자 고발조치, 대구 시내 1인 시위, 시민 불매운동 등 더 강한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오는 22일, 대구청년유니온 역시 금복주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서 오전 10시 30분, 대구여성회 등 29개 단체는 대구시 달서구 성서로 금복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복주는 여직원들과 대구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성평등한 직장문화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금복주의 관행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자행되고 이는 성차별과 유리천장을 생생히 보여준다”며 “이미 시민들은 SNS에서 참소주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와 성차별 관행 시정 요구에 제대로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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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20년 전 결혼퇴직제도 폐지를 위해 여성계가 반대 운동을 열심히 했었다. 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후, 감히 결혼이라는 이유로 여성노동자에게 퇴직을 강요하지 못할 것이로 생각했다”며 “지역의 향토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는 이미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여성들이?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안 낳으면 이 사회의 미래는 누가 담당하느냐”며 “대구시는 역시 일?가정양립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가정을 꾸리지 못하게 하는 기업에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한편,?지난 2011년 금복주 홍보팀 디자이너로 입사한 A 씨는 결혼 소식을 회사에 알리자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지난 1월 말?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 씨는 지난 10일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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