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총선, ‘나만 살자’ vs ‘함께 살자’

[새누리 브레이커s] (4) 권영국 경북 경주 무소속 예비후보

14:37

[편집자 주] 콘크리트.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곳이라고도 한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대구경북은 타 지역 진보개혁 진영의 ‘공공의 적’이 된다. 대구경북에도 새누리당을 ‘타도’하겠다고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건 아니다. 4.13 총선 대구경북 출마자 131명 중 34명, 무소속을 빼면 17명이 그 사람들이다(3월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 기준). 가뭄에 단비처럼 대구경북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내어준 ‘새누리 브레이커’들을 매일 만날 예정이다.

‘민주주의’는 아마도 공허한 말이 됐다. 이제 누구도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저마다 말하는 ‘민주주의’가 다를 뿐이다.

2009년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용산참사다. 당시 진압 책임자는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 그는 당시 진압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한다. 시민안전과 공공질서라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진압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에게 철거민은 민주주의를 위협한 자다. 과연 그런가.

다른 민주주의도 있다. 철거민의 편에 섰던 권영국 변호사다. 권영국(52) 변호사에게 민주주의는 “생존권”이다. 철거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 노동자의 노동삼권이 보장받는 일. 세월호 유가족이 참사의 진실을 알게 되는 일. 지난 14년간 그가 변호사로 활동하며 추구한 민주주의다.

김석기 전 청장과 권영국 변호사는 경주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출마했다. 용산참사 후 7년,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을까? 오는 4월, 경주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뉴스민>은 권영국 무소속 예비후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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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왜 출마했나.
경주에서 회사(풍산금속) 노조활동도 했다. 여러 시도를 통해 사회 변화를 모색했는데, 모두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정치권력이 법과 제도를 좌우했다.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의 충격이 컸다. 좌절했다. 해고노동자들이 통곡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정치권력이 잘못되면 제도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통절한 경험을 했다. 결국, 정치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권변, 정치하려고?”라고 묻더라.

‘정치’란 말에 때가 많이 묻어 있나 보다. 과거 행적의 진정성까지도 위협할 정도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다. 정치인 집단을 부패하고 부조리한 집단으로 인식한다.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도 똑같이 더럽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워한다. 정치를 혐오하기만 한다면 ‘올바른’ 정치를 실현할 수 없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서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

왜 경주인가. 여당 텃밭에서 준비한 ‘신의 한 수’가 있나.
험지라고들 한다. 깃발 꽂으면 당선되는 곳이라고. 그렇지만 시도하지 않고 결과를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물도 끓으려면 불을 때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정직하게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경주에서 시민과 소통할?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신의 한 수란 건 내 진정성을 유권자에게 정직하게 전하는 것이다. 다른 수는 없다. 경주가 고령화된 곳이라 우리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문제다. 하지만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젊은 층이 생각보다 변화를 많이 바란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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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금속산업이 발달했고 노조 조직률도 높은 편이다. 유권자 상당 비중이 노동자다. 그래도 이 지역 노동자는 대부분 보수 양당 출신 국회의원을 뽑는다. 왜 그렇다고 보나.
문제는 복잡하다. 선거 제도 문제 탓에 선거를 통해 계층이나 계급의 의사를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 1등 아니면 사표가 된다. 자기가 정말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도 당선이 어려울 것 같으면 표를 주지 않는다. 좌절해버린다. 특히, TK지역에서는 변화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에 대한 시민 의식 수준도 굉장히 낮다. 반노동적인 언론, 정부. 공안 당국에서 의도적으로 노동자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반공이데올로기도 접목된다. 유럽에서는 노동삼권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권리가 아니라 자본주의 지속을 위한 제도화된 권리로 자리 잡았는데, 한국에서는 좌파적 권리처럼 여긴다. 이런 상황이 결국 민주주의의 후퇴와 연결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노동삼권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요원한 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뤄진 것에 멈췄다.

문제는 보수 양당이 거기에 멈춰 선 데 있다. 보수 양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이 없다. 그저 선거만 잘 치르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다른 자유나 기본권 침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테러방지법도 보수양당이 통과시키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의지도 약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당선여부를 떠나 제대로 진보정당 운동, 혹은 보수 양당과 다른 정치를 보이는 것도 한국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다.
해방 이후 집권여당이 깃발 꽂으면 당선되는 상황이 계속되니 차라리 여당 안에서 괜찮은 인물을 고르려고 한다. 또, 경주 노년층이 두꺼운 것도 특수한 상황이다. 정보 접근이 어렵고 그래서 여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정당은 계급 갈등을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 그게 건강한 민주주의다. 그러려면 유권자의 의사를 비례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유권자 역시 힘들더라도 권리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권영국 예비후보]
[사진=권영국 예비후보]

스스로 평가하는 권영국은 어떤 사람인가.
성실한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힘들어한다. 남들보다 특별히 용감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언젠가부터 타율적으로 강요되는 것에 굉장히 문제의식을 느꼈다. 부당하다거나 부정의하다고 생각하면 따져야 한다. 대학생일 때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이었다. 당시 선배들이 자유와 정의를 이야기하다가 끌려갔다. 그런 점에서도 배운 점이 있다.

나는 노동자의 벗이라고 소개한다. 노조 활동 당시 ‘학출’이라는 지적도 들었지만 열심히 했다. 해고, 구속도 겪었다. 변호사 시절에도 변호해야 할 사람과 벽을 낮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위치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영역에서의 당사자다. 민주주의가 파괴되는데 시민과 변호사의 입장이 다른가. 아니다. 모두가 당사자다. 나는 ‘권영국 동지’라고 자주 소개된다. 영역은 다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만나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1호 법안으로 할 것인가.
딱히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불의한 권력을 응징하는 법을 만들 것이다.(미소)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국고를 탕진했고,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법을 비롯해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하는 위헌적 행위도 있었다. 권력을 이용해 헌법을 위반한다면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한 번도 잘못된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여러 가치 혼돈도 일어나고 있다. 권력을 잡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 현실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주 이야기도 해야 한다. 어떤 고민이 있나.
국회는 입법기관이지만, 지역 발전 이야기도 할 수밖에 없다. 경주는 가장 오래된 원전 인근에 있다. 원전 없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원전 문제로 송전탑 문제까지 여러 병폐를 앓고 있다. 또, 고교 평준화가 시급하다. 비평준화가 천연기념물처럼 남아있다. 좋은 학교에 못 가면 다른 평준화 지역으로 한 가족이 떠나버린다. 인구 감소, 고령화의 주된 원인이다. 노동 문제도 심각하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가 이 지역 발레오만도에서 시작했다. 지자체도 일방적으로 기업을 편들고,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권영국 예비후보가 지난 3월 12일 경주 월성원전 인근에서 열린 탈핵행동에 참석했다.
▲권영국 예비후보가 지난 3월 12일 경주 월성원전 인근에서 열린 탈핵행동에 참석했다. [사진=권영국 예비후보]

경주에서 계속 집권하는 여당의 능력은 무엇인가. 하나를 뺐고 싶다면.
조직을 장악하는 능력, 그리고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있다. 어떤 주장을 매력적으로 알리는 능력은 우리가 가져야 할 부분이다. 예를?들어 노조 밖의 노동자 등 민주주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데, 새누리당은 치밀한 조직망이 있어서 잘 선전할 수 있다.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 그들과 대척점에 서서 사람 냄새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말처럼 새누리당은 무기가 많다. 거기에 맞서는 권영국의 무기는.
참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언론도 장악됐다. 우리는 사람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또, 내가 어떤 입장에서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 하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저 경주 개발, 단지 조성 공약을 통상적으로 내건다. 물론 경주는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향이 중요하다. 우리는 사람의 가치, 안전, 정의, 행복을 말해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이긴 김석기 후보에 대해 할 말은.
용산 참사에 대한 적법한 공권력 집행이었고, 자기는 희생자라고 한다. 적어도 청장 직위에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진압이 있었으면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 오히려 대못 박는 발언을 했다. 그런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돼서 더 큰 권력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권력자로서 군림하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모한 도전이라고, 안 될거라고. 그런 말 많이 듣는다. 내가 듣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안타까운 점이다.?그럴수록 점점 지금 가진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되고, 자신에게 비수를 꽂는 사람들에게 자기 권한을 위임하는 현상이 계속된다. 과제다. 물을 끓이려면 불을 때야 한다. 반대로 불을 때지 않으면 물은 절대 안 끓는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나는 민주주의라는 물을 끓이는 밑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