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정훈, ‘박근혜 대리인’에 맞장뜨다

[새누리 브레이커s] (7) 조정훈 무소속 대구 달성군 후보

16:30

6년 전, 대구 달성공단에서 일하던 한 청년은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애타게 찾았다. 2010년 상신브레이크는 직장을 폐쇄하고 노조 와해 작업에 나섰다. 회사가 고용한 용역의 폭력도 난무했다. 청년은 여러 번 박근혜 의원에게 중재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구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불린다. 박 대통령은 1998년부터 달성군에서 내리 4선을 지냈다. 여야를 떠나 누구보다 달성군에 애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의원마저도 외면했던 그, 바로 이번 총선에 대구 달성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정훈(41) 후보다.

왜 출마했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쉬운해고, 평생 비정규직법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신브레이크에서 해고된 뒤, 6년이 지났다. 노동자에게 해고가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는 후보가 달성군에 무혈입성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민주노총 이름으로 당당히 출마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임원에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자체보다 이번 출마로 노동개악을 저지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민주노총 정치 방침 역시 이번 총선에서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후보를 배출하고, 노동개악을 저지하자는 것이다. 특별히 민주노총 사업과 분리된 것이 아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민주노총 방침에 따라 이번 총선 후보로 나섰다.

조정훈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다른 지역구보다 승률이 낮을 텐데 이곳에서 출마한 이유가 있나?
사실 그렇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을 보면 거의 간택 수준이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공천되니, 예비후보로 등록해 활동하던 곽상도 전 민정수석도 박경호 전 달성군수도 모두 달아났다. 박 대통령 말 잘 듣는 사람을 내리꽂은 거다. 달성군민도 분노하고 있다. 군민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2000년 달성공단 상신브레이크에 입사해 일을 시작했다. 2010년 사측이 창조컨설팅과 공모해서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 수차례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아무 답변이 없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건 등에서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 분노스러웠고, 달성군 출마를 결심했다.

당시 이야기를 자세히 해 달라.
2010년 8월, 사측이 직장 폐쇄하고, 컨텍터스라는 용역 깡패가 들어왔다. 조합원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회사로 복귀시켜서 강제로 합숙시키고, 정문을 막고 노조가 회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회사 안에서는 사측이 선별적으로 복귀시킨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총회가 열렸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기도 했다.

당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용역 깡패의 폭력이 난무했다. 박근혜 국회의원 보좌진을 통해서 수십 차례 중재 요청을 했지만, 현장에 한 번 와 보지도 않았다. 국회의원이 지역민을 무시한 결과, 현재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는 파괴됐다. 당시 파업으로 저를 포함해 해고된 5명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상신조정훈출마

페이스북 소개란에 ‘상신브레이크 복직예정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확정판결도 받았는데, 판결에 대해 어떻게 보나?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는 파괴됐고, 5명이 해고됐다. 사측이 1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서 해고자 5명은 6년 동안 고통받고 있는데, 회사 벌금은 고작 200만 원이다. 노동자의 생명과도 다름없는 일자리를 빼앗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이 무참히 훼손됐는데도 말이다. 이건 제도적으로 사측이 노조를 파괴해도 되는구나, 대한민국 법이 노조파괴를 방조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는 직장폐쇄 기간 못 받은 체불임금을 받아야 한다, 사측이 사과해야 한다, 해고자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오랜 기간 현장을 장악하다 보니 아직 공론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해고 후 6년 동안 생활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떻게 지냈나?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고 복직하기 위해 계속 싸웠다. 부당노동행위 판결 1심부터 3심까지 5년이 걸렸다. 그동안 일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화원장에서 닭 잡는 일을 8개월 동안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닭을 손질하고 있는데 상신브레이크 총무부장이 지나가더라. 내 손에는 엄청 큰 칼이 들려있었다. 참았던 기억이 난다.(웃음)

장날 오는 주민들 만나고, 장사를 같이하면서 정말 노동자, 서민의 주머니가 채워져야 동네 소상공인도 먹고살 수 있겠구나 절실하게 느꼈다. 대형마트가 들어선 것도 힘들고, 다들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또, 주머니에 돈 있는 부자들은 이런 장에 안 온다. 1% 부자에게 몰려 있는 부를 노동자, 서민에게 나누어서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당선되면 1호 법안으로 어떤 법을 발의하고 싶나?
고용안정법을 가장 먼저 만들고 싶다. 쉬운해고, 정리해고, 파견법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법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과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 현행법만으로도 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해고할 수 있고, 저와 같이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도 사측이 지목하면 부당해고 당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쉬운해고법은 사측에게 노동자의 목숨 줄을 쥐여 주는 것이다. 경영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법도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절반만 받고 노조 설립의 자유도 박탈당하는 파견법도 없어져야 한다.

아무래도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될 것 같다. 끝으로 새누리당에 빼앗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음, 박근혜 대통령을 빼앗고 싶다. 새누리당은 정당 기능을 상실하고 박 대통령 말만 집행하는 행정기관으로 전락했다.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박근혜 대통령만 없으면 새누리당도 정당의 기능을 그나마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련 기사 😕‘상신브레이크’ 해고자 조정훈 달성군 출마, ‘진박’ 추경호에 맞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