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경정비 비정규직 노동자 인원감축 논란

노동자 "자연감소인원 충원 없어 노동강도 증가"
한전KPS "인원감축 아닌 용역 업무량에 따라 매년 조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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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15:55 | 최종 업데이트 2016-06-30 00:24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정비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전KPS(주)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인원을 줄이고 있다. 노동강도가 늘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은 물론, 원전 안전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자연감소인원 충원 없는 월성원전 경정비 업무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업무량 늘어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 업무 가운데 정비 분야는 한전KPS에 맡기고 있다. 월성원전(경북 경주시 양북면)에서 운영하는 6개의 발전기 정비 업무도 한전KPS가 맡고 있다. 또, 한전KPS 전기설비 및 경정비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긴다. 다단계 하청 구조다. 최근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수리공 사망 사건을 겪으며 다단계 하청 구조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났지만, 국민 안전이 직결된 원전도 예외는 아니다.

월성원전 경정비 업무에는 발전기 2기당 35명의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이 배정됐다. 그런데 1호기, 2호기에는 33명만 배정됐다. 한전KPS가 정년이 돼서 나가는 자연감소인원에 대해서는 신규로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발생하는 자연감소인원에 대해서도 신규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현장에 퍼져나갔다.

“당장 2명이 줄어들면서 노동강도가 늘어났어요. 보통 업무를 한전KPS 소속 직원과 저희(하청업체 비정규직)가 한 조를 이루어서 하거든요. 이전에 담당하던 업무가 아니었지만, 인원이 줄어들다 보니 여기서 부르고, 저기서 부르고. 혼자서 작업을 한 적도 있었어요.”

발전기의 주유(오일 등) 상태와 진동, 금속 비파괴 검사 업무를 하는 A 씨 이야기다. 사실, 월성원전에서 경정비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의 지시를 직접 받아서 일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노동청이 한전KPS에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렸고, 당시 노조가 고용안정 보장을 조건으로 협의하면서 민감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속된 하청업체 관리자가 한전KPS로부터 업무지시서를 받아서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일한다.

하지만 A 씨를 포함한 노동자들은 인원이 줄어들면서,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작업하다가 원청 직원들끼리 인원을 좀 넘겨달라고 주고받는다. 그러면 우리는 가야 한다. 아직 업무를 덜 마쳤지만, 소장(하청업체 관리자)은 마친 걸로 하고 새 업무지시서를 발행한다. 원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군데 업무를 마치고 잠시 쉴 틈조차 없어졌다. 업무를 마치고 쉬고 있으면, 바로 다음 업무에 투입시키기 때문이다.”

노후 원전 정비에 인원 감축?
원청 한전KPS 업무변동에 따라 불안해지는 구조

월성원전

김창호 공공운수노조 경주월성원자력지회장은 “당시(2014년) 노동조건과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더 제기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자연감소 인원 충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올해 2명, 내년(2017년)에 5명 정년 도래자가 있다. 이 인원이 줄어들어도 새롭게 인력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한다”고 말했다.

김창호 지회장은 도장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터빈실 외부, 원자로 경정비 담당이 있고, 세부 업무는 또 나뉜다. 경정비 업무가 세분화돼 있다는 건 그만큼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마다 인원이 줄어들면, 남아 있는 이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업무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각각 1983년과 1997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원전 1, 2호기는 가장 오래된 원전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탈핵운동단체도 비정규직 인원 감축 논란에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 6월 24일 월성원전 앞에서 민주노총 경북본부 주최로 열린 ‘한수원, 한전KPS 규탄 집회’에서 이보나 대구경북탈핵연대 집행위원장은 “장기적으로 핵발전소는 폐쇄해야 한다. 그런데 원전은 짓는 것보다 폐쇄하는 데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노후 원전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노후 원전 안전 관리 업무를 민영화하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뒤로 미루는 데는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전KPS는 왜 인력감축 논란을 일으킨 것일까.

한전KPS 월성1사업처 총무팀 관계자는 “매년 업무량에 따라서 하청 계약 인원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우리 일감이 줄어들면 자연히 하청업체 계약 인원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내년 업무량과 필요 인원은 나오지 않아, 인권 감축 계획이 확정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 경정비 업무는 예방정비 차원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시 인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업무량이 줄어들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도 한수원에 하도급을 받는다. 또, 우리(한전KPS)도 화력발전을 민간에 많이 넘기면서 잉여인원이 남는다. 협력업체 정원 유지를 위해서 우리 직원을 줄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원전 정비 업무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지만, 협력업체로 주는 업무량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계속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이곳 소속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도 한수원으로부터 용역 받는 것이라, 한수원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용역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하도록 하는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보호지침도 원전 경정비 업무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호지침이 적용대상을 일반용역 중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에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 보면 원전 경정비 업무 노동은 사실상 용역보다는 ‘불법파견’에 가깝다.

한수원-한전KPS를 거쳐 제일 아래 위치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든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용불안은 떠넘길 수 있지만, 안전은 떠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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