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제3부지’ 시나리오의 전말…감독 국방부, 주연 이완영·김관용, 조연 김항곤

“성산포대 제외” 요청했지만, 국방부 “성산포대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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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성주군 내 사드 배치 제3부지 실사에 나섰다. 이르면 다음 주 국방부가 실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부지를 검토해달라고 한지 이제 막 열흘이 지났는데 말이다. 도대체 성주 내 다른 곳 사드 배치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뉴스민>은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이 흐름을 짚어봤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이완영 국회의원이었고, 불을 지핀 것은 김관용 경북도지사, 결정타는 김항곤 성주군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받아든 것은 국방부였다.

사드 배치 ‘성주 3부지필요한 사람은 누구?
국방부, 성주군수 기자회견 직후 제3부지 검토 발표

사드 배치 제3부지를 찾는 국방부의 행동은 어느 때보다 신속했다. 지난 8월 22일 오전 10시, 김항곤 성주군수는 성주군 내 사드 배치 제3부지를 찾아달라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 3시께 국방부는 성주군 요청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제3부지를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주군수 기자회견 후 5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날 김항곤 군수는 “군민 간담회를 시작으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군민이 꼭 배치해야 한다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며 “국방부에서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해 달라”고 발표했다.

김 군수가 기자회견을 연 성주군청 1층 대강당은 70여 명의 공무원, 30여 명의 안보단체 회원들과 이완영 국회의원,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등이 있었다. 그리고 대강당에서 쫓겨나거나 들어가지 못한 주민 200여 명이 대강당과 군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취소해달라고 울부짖었다.

성산포대가 아닌 성주군 내 다른 곳에 사드 배치 장소를 찾아달라는 요청은 새누리당 이완영(고령, 성주, 칠곡) 국회의원이 시작했다. 지난 7월 19일, 사드 관련 국회 대정부질의 현장을 찾은 성주군민 40여 명이 국회 본회의장을 뛰쳐나오게 한 발언이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성주군민들과 쫓아나온 이완영,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사진=워커스 김용욱 기자]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성주군민들과 쫓아 나온 이완영,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사진=워커스 김용욱 기자]

이완영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향해 “성주군이 최적지라고는 했지만, 성산포대라고 적시하지는 않았다. 인구가 적은 다른 지역일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당시 한민구 장관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언론은 일제히 ‘제3부지’를 찾기 시작했다. 성주군 금수면 염속산, 수륜면 까치산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매일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군민들은 “염속산, 까치산도 성주”라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외쳤다.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던 국방부는 8월 4일부터 흔들렸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경북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사드 배치 지역을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성주군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3시간 뒤, 성산포대가 최적 장소라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번복했다.

이날 김세환 부군수는 “우리는 민심대로 갈 뿐”이라고 <뉴스민>에 밝혔다. 김항곤 군수도 촛불문화제에 나와 “국방부가 사드 최적지는 성산포대라고 말해왔다. (오늘 국방부는) 자기 스스로 모순을 인정한 꼴”이라며 “이런 사드 배치는 앞으로도 성주군에서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에도 안 된다. 저 군수는 정확하게 수렴된 오만 군민의 뜻을 따라서 앞장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이날 이후 15일 동안 촛불 문화제에 나오지 않았다.

8월 9일, 성주 보수단체 회원들은 제3부지를 찾으라는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는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성주군청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13개 단체에서 100여 명이 모였다. “국가 유공자들 모이라고 해서” 참석했다는 일부 회원은 발표 내용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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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0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회의장을 갑자기 찾았다. 김 도지사가 투쟁위원들을 격려하고 돌아간 뒤, 경상북도는 사드 배치지역 재검토 촉구 등 ‘새로운 국면’의 해법이 주목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시 배은하 성주투쟁위 대변인은 “제3부지 등 어떤 다른 방법에 대해서 입장을 내놓은 거로는 보기 힘들었다”고 밝혀, 경상북도 특정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주군민들은 매일 촛불문화제에서 “제3부지는 군민 분열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8월 15일 대규모 삭발 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대규모 삭발 후, 김관용 도지사 3부지 수용공식화
도지사 호소문 발표하자 3부지 우세여론몰이
투쟁위 3부지발표 전, 성주군은 청사 방호 요청
성주부군수국방부 기조실장 3부지 검토개입

김항곤 군수가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이야기한 이후 처음으로 군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8월 15일 ‘사드배치 철회 성주군민 8.15 삭발식’에서였다. 1만여 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는 908명이 삭발했다.

이 대회로 ‘제3부지 검토’ 여론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오로지 언론만 떠들고 있었다. 그런 언론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8월 16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정부는 더 이상 성산포대만을 고집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성주군민들도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성을 충분히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상북도는 “김 도지사의 발언은 그동안 수면 아래서만 거론돼 왔던 제3후보지 검토 여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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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17일은 국방부와 성주투쟁위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언론은 앞다투어 간담회 주요 쟁점이 제3부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쟁위는 사드 철회 원칙을 세우고 제3부지는 다룰 안건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완영 국회의원은 이 간담회 자리에서 제3부지 검토 이야기를 꺼냈다. 투쟁위는 이 의원의 발언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발언이지 투쟁위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언론은 성주군-국방부 간담회에서 제3부지가 언급됐다며 속보를 쏟아 냈다.

8월 18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방부와 간담회를 보고하기 위해 투쟁위는 군민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군민간담회는 예상과 다르게 제3부지 찬반 논쟁으로 번졌다. 발언한 군민 44명 중 15명이 제3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주군 내 제3부지라고 한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간담회 결과는 왜곡돼 보도됐다. 한 매체는 성주군이 성주군민 60%가 제3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8월 19일 열린 성주투쟁위-군민 간담회
▲8월 18일 열린 성주투쟁위-군민 간담회

19일, 투쟁위 회의에서는 군민 간담회 결과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당연히 제3부지 이야기가 나왔다. 19~20일 이틀 사이 투쟁위가 제3부지 검토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쏟아졌고, 군민들은 급기야 투쟁위 회의장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이날 김항곤 군수는 15일 만에 촛불 문화제를 찾았다. 김 군수는 “제3의 장소 문제가 나왔으면, 그것 또한 투쟁위에서 검토하고 있다. 군민의 뜻을 투쟁위에서 잘 담아서 표출을 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20일 성주경찰서에 군민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군청사 질서유지 협조 공문을 보낸다. 이날 성주군 내에는 지역 언론사의 설문조사가 한창이었다. 제3부지를 어디로 하면 좋을까 물었다.

투쟁위가 제3부지 관련해 의결한 것은 21일이었다. 이날 투쟁위는 “국방부는 성산포대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치라”는 내용의 문안 수정이 한창이었다.

성주군은 하루 전 투쟁위와 군민들의 마찰을 예견했을까. 이날 오후 노광희 투쟁위 홍보단장은 독단적으로 국방부에 제3부지 검토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뉴스민>은 황희종 기조실장이 통화로 제3부지 검토 문안을 보고하는 내용을 확인했다. 황희종 기조실장은 “부군수와 약속이 있다”며 부군수실로 들어갔다.

김 도지사 호소문 발표 이후 22일 김항곤 군수의 기자회견까지 ‘제3부지 우세’ 여론은 매일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졌다.

한반도 사드 철회요구하는 주민 압박 시작돼
성산포대 제외요청했지만, 국방부는 성산포대와 비교

▲성주군청 공무원들이 군수실에 방문하려는 주민을 막고 있다.
▲성주군청 공무원들이 군수실에 방문하려는 주민을 막고 있다.

김항곤 군수 기자회견 이후, 성주군청 2층 군수실 앞에는 10여 명의 공무원이 돌아가며 경비(?)를 섰다. 성주군 총무과 관계자는 “혹시나 해서”라며 이유를 얼버무렸지만, 제3부지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김세환 성주부군수는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김세환 부군수는 23일 초전면을 방문해 촛불 문화제가 군수를 비방하는 등 원래 목적을 잃었다고 불평해 면민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초전면은 사드 배치 제3부지로 주목받는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롯데CC)이 있는 곳이다.

제3부지 사드 배치 검토가 아닌 한반도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군민들에 대한 압박도 시작됐다. 경상북도지방경찰청은 주민 3명을 부군수실 무단 침입 혐의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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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요구서를 받은 한 주민은 “노광희 단장이 혼자서 기자회견 한 날이었다. 주민들이 노광희 단장 찾아 군청을 다녔다. 군수실, 부군수실 사이에 문이 하나 있었는데 한 주민이 문을 열었다. 컴컴하게 불이 다 꺼져있어서 아무도 없나 보다 하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3층으로 올라가는데 부군수가 나오더니 얼굴에다 대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컴컴한데 부군수가 있었던가보다”며 “우리를 무단침입 죄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 컴컴한 걸 보고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문을 부수고, 소파를 뛰어 넘어, 화분도 깼다고 진술했다더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은 “부군수는 도에서 발령받아서 오는 사람이니까 도지사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봐야 안 되겠냐”며 “도지사 입에서 3부지 수용이 공식적으로 나왔으니까 부군수의 행동은 경상북도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압박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29일 염속산, 까치산, 롯데CC 세 곳 후보지 실사를 시작했다. 마치 성주군의 요청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롯데CC가 가장 유력한 사드 배치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부가 성산포대를 눈으로 보니 사드를 놓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스스로 오판을 인정하기 싫어 제3부지 검토 요청을 부추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성산포대 배치 결정을 철회하라는 가장 중요한 요청은 무시했다. 그 사이 성주군민은 새로운 갈등과 상처를 겪고 있다.

한 주민은 우려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군수님이 왜 자기를 믿지 못하느냐고 하시더라고. 저희는 군수님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정부와 국방부를 못믿겠다고 말씀드렸다. 군수님이 군민들이랑 등 돌려가면서 이렇게 까지 하는데, 다시 성산포대로 오면 어떡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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