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의회, ‘구청 주요업무 공유 조례’ 심사 보류...왜?

주요 업무 계획 결정되면, 알려달라는 조례
새누리 과반 넘는 서구의회, 새누리 구청장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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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5 17:56 | 최종 업데이트 2016-09-05 17:56

5일 대구 서구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서구청이 주요 업무 내용을 공유하도록 해 의회 본연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례안(대구광역시 서구 주요구정업무의 의회 통보에 관한 조례) 심사를 보류했다.

의회가 안건 심사를 보류하는 일은 드물다. 7대 서구의회가 들어선 2014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심사한 안건 152건 중 심사 보류된 안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조례안이 까다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의회가 심사숙고하는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

주요 업무 계획 결정되면, 알려달라는 조례
“조례 없이도 하고 있어” vs “제도화, 명문화하자”

▲장태수 서구의원이 조례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장태수 서구의원이 조례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장태수 서구의원(정의당)이 대표 발의하고 김경호, 조영순 의원(이상 새누리당)이 공동 발의한 이 조례는 ▲사업비 2억 이상 공사 ▲1억 이상 물품구매 및 용역발주 ▲3천만 원 이상 또는 천 명 이상 주민 참여 행사 ▲그 밖에 주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의회가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 구청이 계획을 수립하면 그 계획을 의회에 알리도록 하는 전체 5개 조항의 간략한 조례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서구의회는 서구청이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비용이 많이 들거나 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 견제가 임무인 의회로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조례다.

하지만 조례 심사에 나선 기획위원들은 조례 통과에 흔쾌한 입장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회의에서는 “구청-의회 간담회를 통해 주요 사업에 대한 정보 공유가 지금도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며 조례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김종록 의원(새누리당, 부의장)은 회의에서 “집행부를 견제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모두 치른 이후에 통보한 것도 있지만, 사전에 통보하는 것도 많이 있다”며 “사업 성립 전 예산에 대해서 서면으로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받을 순 없겠느냐”고 조례와 상관없이 구청과 의회 간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장태수 의원은 “사람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가 이뤄지듯이 집행부(구청)에 대한 협력이나 견제도 제도화돼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이뤄지는 행정 행위를 제도화한다는 것이 조례의 취지고 미진한 부분은 환기하자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조례 없이도 이미 잘하고 있는데 왜 조례가 필요하냐는 입장과 공식적으로 제도화, 명문화하자는 입장이 부딪힌 것이다. 의원들은 약 한 시간 동안 비슷한 질의와 응답을 쏟아낸 후 정회했고, 조례안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서구의회

서구의회 기획위, “심사숙고 필요한 조례”
기획위, 새누리당 4명, 더불어민주당 1명
새누리 출신 구청장 눈치 보나?

심사 보류 결정 이후 기획위원 전원은 보류 이유에 대한 질문에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세광 기획행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의원들 간 입장 차가 있었다. 반대하는 분도 있고 보류하자는 분들도 있어서 일단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진출 의원(새누리당) 역시 “의원 간 입장 차이가 있어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고, 김종록 의원은 “지금까지 의회와 집행부가 사전에 잘 해왔는데 굳이 조례가 필요할까 하는 부분과 전국에서 처음 실시하게 된다는 부담도 있어서 심사숙고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준범 의원(새누리당)은 “행정감사나 예산 심사 과정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다시 중간에 통보를 받는 건 행정을 번거롭게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행정 절차가 중복되면 주민들에게 혜택 돌아가는 데 불편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동발의자인 김경호 의원(새누리당)은 “여러 방향으로 의견을 청취를 했고, 자료도 많이 찾아봤다”며 “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면 뒷발질한다는 말도 있는데, 현재까지 의회와 집행부가 잘해온 것들이 있어서 이번 심사로 경각심을 일으켰다는 의미도 충분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주장처럼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면 제도화한다고 해서 추가로 행정력이나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어서 해명이 흔쾌하지 않다. 오히려 같은 당 소속인 류한국 서구청장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동중 서구청 기획예산실장은 조례안 반대를 분명히 밝혔다. 이동중 실장은 “특정 정보가 누출되어 단체장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침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선 새로운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주요 구정 업무의 계획 수립은 집행 과정의 일부로 그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장태수 의원은 “단체장이 의지가 있다면 공정한 집행은 방해받지 않는다”며 “통보된 내용에 대해서 의회의 의견 수렴 행위가 없기 때문에 소극적 개입에 불과하다. 의회와 집행부 간 공감대를 높이자는 조례 취지와 맞지 않는 의견으로 집행부가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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