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촬영 후 서문시장 떠난 박근혜...“불 난거 구경왔나?”

상인들 “서문시장 욕보이는 것”
일부 시민들 “박근혜 화이팅”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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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5:51 | 최종 업데이트 2016-12-02 00:52

서문시장 욕보이는 겁니다!
분합니다. 진짜.
지X하네, 개 풀 뜯어 묵는다.
불 난 거 구경하러 왔나.

10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둘러본 시간이다. 1일 오후 1시 30분께 박 대통령이 탄 차량은 서문시장 4지구 남1문 출입구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의 안내를 받아 화재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과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과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 대통령 방문 소식에 시장 상인과 시민들이 오후 1시부터 몰려들었지만, 박 대통령이 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흔한 박수 소리 한 번 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역시 별다른 인사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화재현장으로 진입했다. 박 대통령은 대신119안전센터와 4지구 상가 건물 사잇길을 이용해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남2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약 200m를 둘러보는데 8분 가량이 걸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박 대통령은 김영오 회장을 제외한 상인들과는 전혀 만나지 않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에게 인사말 한 번 건네지 않았다. 조용히 박 대통령을 지켜보던 시민 중 한 남성이 “박근혜 화이팅!”을 외치자 그제야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시민들에게 목례를 한 후 차량에 올랐다. 이 남성이 “박근혜 화이팅”을 외친 순간부터 일부 시민들이 박수를 치거나 “화이팅”, “힘내세요”를 연호했다.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떠날 무렵에서야 일부 시민들이 "박근혜 화이팅" "힘내세요"를 외쳤다. 그제야 대통령이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도기섭(63) 씨는 박 대통령이 10분 만에 화재현장만 둘러보고 빠져나가자 취재진 앞에서 박 대통령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도 씨는 “뭘 어떻게 도와주시겠다. 이야기는 하고 가셔야 할 것 아니냐”며 “우리는 하루 아침에 전 재산을 날렸다.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제정신도 아니다. 대통령이란 분이 오셔서 상인들과 대화 한번 안 하시고, 이게 뭐하는 겁니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이날 박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방문 전부터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서 시장 상인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40년째 포목점을 운영 중인 정성분(68) 씨는 “오후가 다 되어서야 온다는 걸 알게 됐다”며 “당연히 우리 이야긴 듣고 갈 줄 알았다”고 밝혔다.

애초 오후 3시 방문으로 알려진 일정은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다시 방문하는 걸로 확정됐다. 방문 확정 후에는 시각이 오락가락 했다. 오후 3시로 예정됐다가 오전 11시께, 오후 1시 30분으로 바꼈다. 도착 직전까지도 오후 2시에 온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박 대통령의 짧은 시장 방문을 성토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박 대통령의 짧은 시장 방문을 성토했다.

도 씨가 성토를 시작하자 시장 상인들도 합세해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4지구 상인이라는 40대 남성은 “대구 시민들 반성해야 한다. 저렇게 하시고 가면 안 된다. 안 오는 게 낫다. 꼴도 보기 싫다”고 말했고, 그 옆에 선 한 상인도 “뭐 할라고 왔냐”거나, “불 난 거 구경 온 거냐”고 보탰다.

정성분 씨도 “대통령 도리가 아니다. 상인들한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이야기를 해야지 아무 이야기를 안 하고 가는 건 도리가 아니다. 사진만 딱 찍고 가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역시 포목점을 운영하는 최유연(75) 씨는 대통령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역정을 냈다. 최 씨는 “그래도 경상도 대통령이라고 눈이 빠지라 기다렸는데 얼굴도 못 봤다”며 “얼굴이라도 봤으면 왜 이러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순남(70) 씨 역시 “왔다 가면 뭐합니까. 우리는 얼굴도 못 보고, 만나지도 않고, 대통령 서문시장 왔다 갔다 이런 거만 뉴스에 나올 거 아니예요? 아무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소속 50여 명은 동산네거리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소속 50여 명은 동산네거리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박 대통령 차량이 지나가는 동산네거리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서승엽 대구시민행동 대변인은 “탄핵 요구를 받던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정치적 꼼수”라며 “그동안 상인들이 요구하던 숙원사업은 외면해놓고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서문시장을 방문한 거다. 상을 당한 것과 같은 상인들의 심정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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