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 박정희 동상에 ‘역사의 죄인’ 팻말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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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관광역사공원에 세워진 박정희·박근혜 동상에 계구를 형상화한 팻말이 붙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는 ‘역사의 죄인’,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에는 ‘국정농단 주범’이라는 글귀가 쓰였다. 이들의 잘못에 대한 언급은 없이 우상화한다는 비판이다.

16일 경주평화연대 등 지역 시민운동단체 등이 결성한 가칭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경주 범시민운동본부’는 경북문화관광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광역사공원으로 옮겨 박 전 대통령 계구 착용 퍼포먼스를 벌였다.

▲16일 보문단지 내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 입식 동상에 계구를 형상화한 팻말이 걸렸다.
▲16일 보문단지 내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 입식 동상에 계구를 형상화한 팻말이 걸렸다.

뫼비우스 띠 모양으로 조성된 관광역사공원은 진입로부터 박 전 대통령 관련 조형물로 가득하다. 박 전 대통령 친필 휘호, 대형 그래픽 조형물, 박정희·박지만·박근혜 좌식 동상, 박정희·박근혜·수행원 입식 동상이 공원 곳곳에 설치돼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에 따르면 동상은 총 8개며, 동상 건립에만 5억 원이 들었다.

주최 측은 박정희·박근혜 입식 동상에 계구를 설치하고, 동상이 있는 ‘역사의 다리’ 진입로와 좌식 동상 둘레에도 경고 테이프를 둘렀다.

이들은 세금으로 총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박정희 우상화’에 나섰다고 규탄하며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이들은 “2022년 기공식이 있었는데 당시 구체적 내용이 없어 박정희 우상화 공원이 되리라 생각 못 했다.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며 “군부독재자 박정희가 보문단지를 만든 장본인이었다는 이유로 칭송하고 미화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 파탄이 이어지는데 혈세를 50억이나 들여 우상화 공원을 만들 일인가. 그보다 주변 소상공인 생존권에 대해 살피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서수미 경주학부모연대 대표는 “역사 왜곡 행위이자 시민 기만, 헌법 위반이다. 군사 쿠데타로 독재하고 장기 집권해 국민 주권을 빼앗은 사람을 공공장소에 민생 파탄 시기 50억을 들여 우상화 사업을 진행한 것이 있을 수나 있나”라며 “공과, 지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공공장소에 정치적 선전을 목적으로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라고 꼬집었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대구에서도 홍준표 시장이 막가파식으로 박정희 공원 조성, 동상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시민들이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비단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동상을 만들었다는데, 이건 과거로 회귀다. 친일 독재의 망령을 막아내도록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문단지를 3번 정도 오셨고, 개발 방식도 지시했다. 동상은 이를 재현한 것이다. 보문단지는 박 전 대통령을 빼고 설명할 수 없는 곳”이라며 “우상화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2022년 경북도·경북문화관광공사는 보문단지 개발 50년 기념으로 총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보문관광단지 내 사랑공원 부지 5,343㎡를 리모델링하는 관광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공원에는 뫼비우스 띠 모양의 ‘도약의 링’, 입식 동상이 있는 ‘역사의 샘’과 ‘역사의 다리’, 히스토리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식 동상 중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은 다른 동상 건립 이후 들어섰다. 공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생존한 인물인 만큼 옷 모양, 자세 등 동상 보완 작업에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공사는 사업비 18억 원 규모로 관광역사공원 진입을 위해 ‘사랑교’ 설치도 추진했으나, 예산, 호수 경관 문제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

▲16일 보문단지 내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 좌식 동상 둘레에 위험 경고 테이프가 둘러졌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