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인형탈 알바의 생존법, “속옷만 입기”

[인터뷰] 인형탈 알바노동자 백야옹 씨

20:35

탈알바

6일 오후, 대구의?최고기온은 37°C.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대프리카의 폭염 속에서도 훈훈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여름 극한 알바 3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인형탈 알바 노동자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다. 해당 사진이 공개된 SNS에는 이들을 응원하거나 걱정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가득 달렸다.

이 날씨에 인형탈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가능할까. <뉴스민>은 대구시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앞에서 고양이 탈을 쓰고 일하던 백야옹(가명, 24) 씨를 만났다.

▲백야옹 씨와 참소주의 만남(사진-페이스북)
▲백야옹 씨와 참소주의 만남(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실시간 대구’)

야옹 씨는 일주일 단기 알바로 이 일을 시작했다. 야옹 씨의 임금은 최저임금, 시간당 5,580원이다. 누리꾼들의 예상과는 달리 생명수당은 없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동성로 무대 앞을 활보하면서 고양이 카페를 홍보한다. 전단지도 나눠주고,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기도 한다. 가끔은 더위에 지쳐 벤치에 널브러지기도 한다. 그러면 지나가는 시민들은 야옹 씨가 안쓰러운지 마실 것을 주섬주섬 챙겨주기도 한다.

털이 북실한 탈을 쓰고 있으면 야옹 씨는 금세 온몸에 땀이 흐른다. 바람이 드는 곳은 눈구멍과 손목, 발목 뿐이다. 45분을 밖에서 일하고 15분을 쉬는 것을 반복한다. 15분 동안 머리탈이나마 벗고 땀을 식히지만, 퇴근시간이 되면 온몸에 땀냄새가 진동한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야옹 씨에게 음료수를 나눠줬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야옹 씨에게 음료수를 나눠줬다.

“고양이 옷이 땀이 배출되는 곳이 없어요. 냄새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너무 더우니까 일 할 때는 속옷 하나만 입고 들어가거든요.?쉬는 시간에도 머리는 벗고 있는데, 옷은 입고 벗기 불편해서 그냥 입고 있어요.”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야옹 씨는 일주일 사이 피부가 좋아지는 걸 느꼈다. 야옹 씨는 “땀으로 노폐물이 다 배출돼서 그런가 봐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야옹 씨는 대프리카의 더위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짓궃게 장난치는 이들이다. 그런 장난을 무시하기 힘들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일한다.

“옆에 와서 반말하면서 짓궃게 하는 애들이 있어요. 솔직히 기분 나쁘죠.?사실 이게 광대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서 저는 이어폰 끼고 일하거든요. 노래 완전 크게 틀어 놓고. 사람들 말 듣기 싫어서요.”

야옹 씨의 고양이 탈 아르바이트는 이번 주면 마무리된다. 야옹 씨는 두 달 전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고향인 포항을 벗어나 대구로 왔다. 내년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난 뒤 세계 일주하는 것이 목표다.

“다들 미친 소리라고 할지도 몰라요. 취직해야 할 시긴데, 특히 대한민국 남자들한테는 지금이 중요하잖아요. 대구 오기 전에는 유럽 배낭여행 다녀왔어요. 이제 세계 일주도 한 번 해보려구요.?진짜 꿈은 연극배우예요. 그걸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꿈은 그래요. 😉 “

인형탈 알바가 끝나는 날까지 야옹 씨가 무사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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