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부인 자갈마당 보내라?”…합성 사진 논란

자갈마당폐지시민연대, "민족 이름으로 여성 폭력 정당화 발상"

15:29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합의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베 일본 총리 부인을 대구 자갈마당에 보내라고 합성한 사진이 SNS에서 유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지난 2014년 발족한 ‘대구 성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시민연대) 발족식 기자회견 사진을 합성했다. 사진에는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이라는 문구만 남기고 “아베는 듣거라! 백억줄께 니 마누라 보내라”는 문구가 합성돼있다.

▲사진=해당 SNS 갈무리
▲사진=해당 SNS 갈무리

이 사진은 구국실천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회원이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사진을 공유한 A 씨는 게시물에 “아베는 듣거라. 대구 시민들이 백억 줄테니 니 마누라 성매매 집결지로 보내라고 한다”며 “박근혜와 아베는 101억에 아베 마누라 보내라고 재협상하라. 대구 시민의 명령이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에 한 누리꾼들은 “플랜카드 잘못 썼다. 아베 딸래미를 보내라고 해야지”, “이런 구호는 일어로” 등 호응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A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공유했다”며 “아마 대구 사람이 만든 것 같다. 대구에서 이런 게 올라오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자갈마당2
▲2014년 9월 22일 열린 기자회견

해당 사진을 본 시민연대는 바로 항의문을 내고 “여성을 단지 성적 종속물로 여기면서 민족적 자존심의 한낱 부속물로 만든 합성사진으로 우리의 초상권과 명예를 훼손한 것에 강력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입합의에 대한?분노를 다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으로 갚아주겠다는 발상은 민족의 이름으로 여성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가장 비겁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민족의 자존심 아래 여성의 인권은 우스개거리가 돼도 된다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인권은 무얼위한, 누굴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신박진영 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폭력이 일어날 때 여성은 가장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역사가 반복돼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국주의 폭력에 의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상하게도 그 사과를 요구하면서 자신들도 동일한 어법으로 동일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제국주의가 우리에게 심어준 여성에 대한 성매매, 성폭력을 그대로 복습하고 있다”며 “그건 제대로 된 일제 청산과 일본의 사과를 묻는 자세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해당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면서 추후 법적 대응과 사회적 문제제기도 고민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여성단체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며 “내가 올린 건 삭제할 수 있지만 이미 여기저기 공유돼서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