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갈마당 개발시행사 ‘선물 명단’ 공무원도 포함

금융, 건설, 정관계에 선물하거나 정치자금 후원하기도

15:59

여러 회사를 설립해 대구 자갈마당(도원동), 동산동, 태평로 일대에서 민간주택개발을 추진하는 ㄱ, ㄴ 씨는 금융권 뿐 아니라 대구시 관계나 정치권에도 선물이나 정치후원금을 하며 유대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확인된다. 직무 관련성이 높은 대구시 도시건축 관련 부서 직원들이 선물을 받았다면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있다.

ㄴ 씨는 속칭 자갈마당 개발을 위해 도원개발을 설립했고, 이후 아들 ㄱ 씨를 내세워 동산동, 태평로 일대 개발시행사도 설립했다. 도원개발은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2019년 하나금융투자로부터 대출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구시와 도원개발, 하나금융투자 등이 함께 체결한 협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된다. (관련기사=부실한 ‘자갈마당’ 대출 서류, 대구시와 MOU체결 후 일사천리(‘21.11.10))

2019년 2월에 체결한 협약서 내용을 보면 대구시는 관계법령에 따른 사업승인 등 업무 협조, 기타 이에 부수하는 업무지원을 하기로 했고, 도원개발은 사업 관련 토지 매입, 인허가 등 시행사로서 전반적 사항 총괄, 기타 이에 부수하는 업무 수행을 하기로 했다. 이후 3월 도원개발의 브릿지 대출 신청이 실행됐고, 5월에는 대구시로부터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승인됐다.

ㄴ 씨는 개발 전후로 개발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이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곤 했다. <뉴스민>이 확보한 지난해 추석 명절 선물 명단에는 약 200명의 명단이 확인된다. 여기에는 도원개발의 직원이나 관련된 시행사의 임원, 금융계, 건설업계 관계자나 개발 지역 지주 뿐 아니라 전·현직 공무원 5명도 확인된다. 이들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대구시 도시재창조국 소속으로 함께 근무했다.

공무원은 국장부터 실무 직원까지 망라되는데 명단에는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뿐 아니라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알기 쉽지 않은 거주지 주소도 확인된다. 이때 지급된 명절 선물은 5만 원 이상의 물품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약 200명에게 1,000만 원 가량의 선물을 보낸 것이다.

공무원 5명 중 3명은 여전히 대구시나 기초지자체로 옮겨 일하고 있다. 퇴직한 전직 직원 중 1명은 대구시의회 의정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현직 직원 중 2명은 대구시가 도원개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할 2019년 당시 주무팀장과 주무관으로 일했다.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문서를 보면 이들의 이름이 확인된다.

주무팀장이었던 A 씨는 이후 다른 기초지자체로 옮겨가서도 도시개발 부서 고위직에서 일하고 있다. A 씨는 최근에도 도원개발 관계자에게 관내 주요투자사업 현황 같은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보내기도 했다.

이들이 선물을 받았다면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있어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위반 소지도 있다. 김영란법 8조 2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서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

8조 3항에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경조사비, 선물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가액 범위 안에서 예외를 두곤 있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선물은 5만 원까지 가능하고, 농수산물이라면 10만 원까지도 가능하다.

A 씨는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 제가 주소를 가르쳐주거나 한 적은 없고 선물을 받은 것도 없다. 명단은 누가 어떻게 작성했는지 모르지만, 듣는게 처음”이라며 부인했다. A 씨는 이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선 “참고자료라고 하면서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는 메일을 한 번 확인해보면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한 국장급 직원 B 씨 역시 “선물 받은 게 없다. (명단은) 그쪽에서 어떻게 처리한 건지 알 수 없고 선물은 받은 게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ㄱ, ㄴ 씨 이름은 홍석준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달서구갑)에게 고액 후원을 한 이들 명단에서도 확인된다. ㄴ 씨는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기간이던 4월 1일에 홍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고, 아들 ㄱ 씨는 같은 해 12월 18일에 500만 원을 후원했다. 홍 의원은 2020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까지 대구시에서 고위 공무원을 지냈다.

이들은 코로나19 극복 등을 명목으로 대구시나 중구에도 지정 기탁 후원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11일에는 하나금융투자, 하나자산신탁, 현대건설과 함께 도원개발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억 원을 기부했다. 5억 원은 각 대구시에 2억 원, 중구에 2억 원, 동산의료원에 1억 원씩 전달됐다. 지난 1월 28일에는 중구 장애인복지사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중구에 3억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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