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부담’ 불러온 대구 개발시행사의 수상한 ‘대출’

금융권-시행사가 결탁한 부동산 개발사업의 민낯 (1)

18:09

[편집자 주=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으로 부동산 개발시행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개발이익을 많이 가져갈수록 주택을 분양받는 시민 부담은 늘어난다. 대구 중구 일대에서 개발 사업을 벌이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의 수상한 대출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민>은 이 사례를 통해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돈이 세어나가는지 연속 보도할 예정이다.]

▲A사는 대구 도원동 일대에 민간 부동산 개발시행사업을 맡았다. 이후 중구 곳곳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개발시행사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민>이 확보한 자료와 취재에 따르면 대구 동산동과 태평로에서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A, B사는 개발 예정지 토지 중 일부에 수십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분양가에도 부담을 준 것으로 확인된다. A사가 금융권에 제출한 동산동 주상복합 개발사업 기대이익은 세전 1,297억 원이다.

A사는 동산동 개발 사업을 위해 토지 매입을 하는 과정에서 개발 예정지의 1필지를 2020년 11월 2일에 매매했다. A사 취득 전에 이 토지는 A사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설립한 개발시행사 B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B사는 A사와 별도로 태평로에서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B사는 해당 토지를 같은 해 4월 16일에 매입했는데, A사로 넘기기 다섯 달 전부터 4명의 개인에게 33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A사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토지를 B사에게 2억 5,000만 원을 주고 샀고, 은행 브릿지대출(건물 건축 과정에서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대출)을 신청하면서 근저당권도 개발사업 비용에 포함시켰다. A사와 동일한 인물이 100% 지분을 가진 B사가 진 빚을 A사가 시행하는 개발 비용으로 처리한 모양이 된 것이다.

A, B사 대표 ㄱ 씨는 속칭 자갈마당이라고 불리던 대구 중구 도원동 집창촌 재개발 시행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C사 회장 ㄴ 씨의 아들이다. 도원동 개발은 분양까지 마무리되고 현재 주상복합 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C사는 이 사업 성공을 계기로 A, B사도 설립했고, ㄴ 씨 대신 ㄱ 씨를 대표 또는 대주주로 세웠다. ㄴ 씨가 3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 횡령 혐의(업무상횡령)로 기소돼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심 재판부는 징역 8개월형을 선고했다.

ㄴ 씨는 A사가 최초 설립되던 2019년에는 대표를 맡았지만, 아들에게 대표를 넘겼다가 문제의 토지 매매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다시 A사 대표를 맡았다. B사도 비슷한 시기까지 아들 ㄱ 씨가 대표로 있었지만 그해 12월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C사의 한 관계자는 해당 근저당권이 사실 ㄴ 씨의 개인 채무라고 설명하기도 해서 근저당권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동산동 토지 근저당은 회장 ㄴ 씨가 개인적으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회사 소유 토지에 근저당권을 잡아 처리한 것”이라며 “은행 대출금에 포함되면 개발사업비에 다 들어간다. 개인적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사업비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A사 측은 ㄴ 씨 개인 대출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A사 측은 “개인적 대출이 아니다. 법적으로 독립적인 회사이나, A, B사 운영을 하면서 서로 필요한 돈을 당겨쓴 것이 있다. 회사 운영을 위해 개인에게 빌렸던 돈에 이자를 얹어서 근저당 금액을 설정했다. 회사 운영을 위해 빌린 돈을 갚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근저당금액이 토지 매매대금보다 훨씬 큰 것과 관련해 A사는 “빌린 돈보다 보상금 규모가 큰 것은 개발 사업 시행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근저당권을 그만큼 잡은 것이다. 대부분 개발사업 예정지에서는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A사 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A, B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이고,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지역도 다르다. A사는 동산동에서, B사는 태평로에서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B사가 구입한 토지 금액보다 10배가 넘는 돈을 A사가 지불했다면, 태평로 개발사업에 들어간 비용을 동산동 개발사업으로 메꾼 것이 된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동산동 주택 분양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