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과 임차인, 대구 30대 청년 고깃집 사장의 하소연

30대 고깃집 사장, "가스 끊겨 영업도 못 하고···"
시행사 "임차인 일방적 주장"···지자체는 갈등 중재 소극적

15:16

30대 청년 A 씨는 2019년 11월 대구 봉산동에 고깃집을 열었다. 부산에서 일을 배우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고향에서 돌아와 내 이름으로 된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꿈만 같았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려 일대를 다녔을 때는 재개발 재건축 소문은 늘 있는 거라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대구 전체를 흔들었다. 처음 몇 달 고전을 하다가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코로나 시국에도 가게 종업원은 7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30일 가게 오픈 준비를 하는데, 가스가 안 나왔다. 예약자 손님에 전화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오늘 가게에 사정이 생겨 문을 못 엽니다.”

며칠 전 건물주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가스가 보관된 창고 문을 막았다. A 씨는 이를 CCTV를 통해 확인했다. 보통 4일에 한 번은 가스를 교체해줘야 한다. A 씨는 “얼마 전에도 가스통을 보관한 공간에 무단적치물이라는 이유로 자물쇠를 걸려고 해서 실랑이를 벌였다”며 “가게 문을 열 때부터 전 주인과 가스를 저기 두고 사용해도 된다고 이야기가 됐는데, 장사를 못 하게 해서 저를 나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 A 씨는 지난달 30일부터 가스가 끊겨 영업을 못하고 있다. 건물주인 B회사가 가스가 있는 창고 공간을 이렇게 막아뒀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세 조회 어플을 참고하면, A 씨와 계약했던 건물주는 지난 3월 B 회사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건물을 팔았다. 얼마 전에는 가게 뒤편에 있던 건물도 다 허물어졌다. 4월부터 A 씨는 “수시로 찾아오는 B 회사 대리인이라는 사람들에게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를 내놓고 다른 데 가라고 살벌하게 이야기를 했죠. 무서워서 경찰도 몇 차례 불렀는데 개인 간 일로 치부하더라고요. 중구청도 마찬가지고요. 회사에선 오히려 자기들 영업을 방해한다고 저를 영업 방해로 고소했더라고요.”

지난 8월 B 회사는 자신들의 주택개발 사업을 A 씨가 막는다며 고소했다. A 씨는 지난달 22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스 이용을 못해 며칠 전부터 영업을 못하자 이번엔 A 씨가 B 회사를 영업 방해로 고소했다. 다음 주부터는 명도 소송도 진행된다.

A 씨는 손님을 맞는 대신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며 법적 공방을 하게 된 처지가 고달프다고 했다. 그는 “장사를 안 해도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월에 500만 원 정도다. 가게 창고에는 200만 원 어치 고기가 쌓여 있다”며 “직원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A 씨는 “B회사 대리인이 와서 폭언 등을 하고 실랑이가 벌어져 여러 차례 경찰도 다녀갔다”고 했다. 가게 앞 CCTV 화면.

A 씨는 “재개발 재건축이 이렇게 진행될 줄 알았으면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내고, 많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도 안 했을 것”이라며 “그저 영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B 회사는 오히려 A 씨가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B 회사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임차 목적물 외에 무단적치물(가스)이 있어서 수차례 철거해 달라고 했는데 이행을 안 했다”며 “저희도 원활하게 대화로 풀고 싶다. 장사를 계속하고 싶다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건 임차인이다”고 밝혔다.

해당 건축 사업은 지난 1일자로 대구시 건축 승인이 났다. 대구시는 임차인과 시행사의 갈등 중재에 소극적이다. 대구시 도시재창조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봉산동 사례가 드문 사례가 아니라 안 나가려는 임차인과 내보내려는 시행사 간의 문제는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민원이 들어와서 우리도 현장 확인도 직접 가보고, 시행사에게 이야기도 해봤지만,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회사는 시에서 왜 민원인 편만 드냐고 자신들은 소유권을 행사할 뿐이라고 따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