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턴 실습 중 사망한 대구대 학생, 두 달 만에 ‘근로자 지위’ 인정

근로계약서, 4대 보험도 없는 대학생 인턴
구미노동청, 근로자로 인정..."실제 근로"
대학생 인턴 법적 안전망 필요성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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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20:52 | 최종 업데이트 2017-11-28 12:56

산업인턴제도 실습 중 사망한 대구대학교 학생이 최근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교육을 목적으로 일하는 대학생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등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하는 산업인턴제도는 우수인력 확보와 실무습득을 목적으로 추진 중이다. [사진=산업인턴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9월 1일 경북 구미시 전자부품제조업체 L사 공장 굴뚝 대기 환경을 측정하던 대구대학교 환경공학과 학생 이 모(26) 씨가 굴뚝에서 내려오다 떨어져 숨졌다.

L사 위탁을 받아 대기 환경을 측정하는 전문업체 A사 산업인턴생으로 일한 이 씨는 A사 멘토와 함께 현장에 나갔다. 10m 가량 높이 굴뚝에서 측정을 하고 내려오던 이 씨는 아래에 있는 멘토에게 측정기를 건네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현재 고용노동부 구미고용노동지청은 이 씨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A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L사 시설에 대해서는 안전수칙 위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후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하려던 이 씨의 아버지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뒤늦게 산재보험에 가입했지만, 산업인턴제로 실습 나온 대학생이 근로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묻는데 2개월이 걸렸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는 숨진 이 씨가 근로자라고 판정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뒤에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4대 보험도 없었다는 걸 알았다. 부랴부랴 산재보험을 들고, 근로자 지위를 따지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며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인턴 실습을 나간 대학생들이 사고를 당해도 산재 보상을 못 받는 건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지난 7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는 ‘중소중견기업 R&D 산업인턴 지원사업’에 선발돼 경북 경산시 소재 환경 측정 전문업체인 A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산업인턴 사업은 현장에서 실무를 습득하고 학점을 인정받는 인턴제도로 지난 2015년 첫 시행됐다.

이 씨는 A사에서 하루 8시간 일하며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월 130만 원을 받았다. 이 씨 멘토를 맡은 A사도 월 30만 원 지원금을 받는다. 업체와 이 씨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산업인턴 협약서를 쓴다. 인턴사업으로 현장 실습을 나가는 대학생들은 산재보험이 아닌 상해 보험으로 재해를 보상 받는다. 근로자가 아닌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역 중소·중견기업 R&D 산업인턴 지원사업. [사진=산업인턴 홈페이지]

윤재웅 대구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이 사업이 교육과정 중 일부이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근로계약서를 쓰면 학생 신분이 아니라 회사 소속이 된다”며 “부모님 입장에서 아들의 죽음이 근로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당연히 산재 보상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4대 보험이 없다고 하니, 아버님 입장은 충분히 이해는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미노동청 수사 결과 숨진 이 씨는 산업인턴제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A사는 대기 환경 측정 자격증이 없는 이 씨를 직접 굴뚝에 올라가게 했다.

구미노동청 산재예방과 관계자는 “현장 실습생은 제도 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다. 통상 현장 실습계획에 따라 교육을 받았다면 근로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실제 조사를 해보니 (이 씨가) 현장 실습을 나가서 다른 일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를 제공했다. 그래서 노동청에서는 근로자로 인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육이나 훈련을 목적으로 일하는 실습생, 견습생, 인턴 등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와 구별한다. 하지만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로 본다고 명시했다.

최유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인턴 실습을 나가는 대학생들이 실제로 노동을 하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근로자와 구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교육인지 노동인지 구별하기도 애매하다”며 “결국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망은 없고, 이를 편법으로 악용하는 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윤재웅 단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누구의 과실인지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항이다. L사 시설에 대한 검토, 업체에서 학생에게 적절한 업무를 줬느냐, 우리 대학에서 관리를 잘 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지도 교수님 밑에 여러 명의 학생이 배정된다. 현장방문 일정이 맞지 않아 전화 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학교에서는 부모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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