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신호위반] ➃-1. 포스코 퇴직노동자 이일한 씨,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길”

뉴스민 10주년 기획취재 [신호, 등] 2.중대재해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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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퇴직노동자 이일한 씨는 작업 중 쏟아져내린 산화철을 환원하는 공정에서 나온 분철 광석이 쏟아지면서 발목인대를 다치고, 두 다리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그는 치료와 이식수술까지 마쳤지만, 여전히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되길 바란다며, 일을 시작한 70, 80년대를 회상하며 자신의 아찔했던 사고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때만 해도 자유롭게 치료받는 거는 그저 의료실에 가서 데이면 약이나 갈아 매고 오는 거지, 뭐. 용선 빼는 사람들이야 다쳐봐야 불에 데이는 것 뿐이잖아요, 용선에 맞아가지고 살갗 타고…그저 의료실에 가서 치료하고, 붕대감고 일하고 산재라는 것은 생각도 안해봤고, 많이 다쳐도 걸어만 다니면 나와서 (일하고) 뒤에서 일해주면서 (참으면서) 지나갔지, 산재라고는 생각도 안했지요.

어떤 때에는 옷에 불이 붙은 것도 모르고 (일을) 하다보면 뜨거워서 옷을 벗는데 등허리도 데이기도 하고 이런 게 많이 있었죠. 몇 번이냐고 이야기는 못하죠. “불에 맞은 게 몇 번이냐?”고 얘기한다면..손등에 맞고 발등에 맞는 거를 횟수를 셀 수 있겠습니까?

용선에 맞을 때는 (크기가) 작아도 나중에 보면 벌게지면서 화상크기가 커지잖아요. 용선 맞으면 타버려요. 그걸 우리가 지금 생각하니 그렇잖아요. 요새는 안전장구를 해주고 안전벨트를 주고 고소작업대에 난간(설치), 뭐 이런 걸 해주잖아요. 그러나 그 때 시절에는 그저 나와 있는 그대로만 해주지. (일)하다가 넘어지거나 걸려서 넘어진다 이런거는 “등신같은..”소리를 듣지요. 분위기 자체가 그렇지 않으니 (산업재해신청)못하는 거죠.

많이 아쉽지요, 많이 아쉬우니까 (이야기)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젊은이들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만약에 다치면, 다치는 즉시 병원에 가서 자기가 왜 다쳤는가도 반성하고, 권익을 찾아서 치료도 받고 그렇게 해야 되지. 우리같이, 등신같이 그렇게 지나가는게 아니다.

이 생각으로 지금 이야기하는 겁니다. 다른 거는 전혀 기대가 없습니다. 내가 지금 이게 무슨 돈을 받겠다, 누구를 위해 하겠다, 이거를 떠나서 노동하시고 근로하시는 분들이 자기 권익을 찾아서 (산재처리 등) 다 해줬으면 그것으로 나는 끝난다, 이거죠.

기사보기=[중대재해, 신호위반] ④ 퇴직까지 산재 숨긴 포스코 노동자의 후회

촬영=박중엽 기자
편집=여종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