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기 시인, 신작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 출간

시집 '시월'과 '영천아리랑'을 잇는 영천 근현대 민중사 완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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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4 19:56 | 최종 업데이트 2018-02-04 20:15

경북 영천에서 농민시인으로 활동하는 이중기(61) 시인의 신작 시집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도서출판 한티재)가 나왔다. 이번 시집은 2014년에 낸 시집 『시월』과 2016년에 펴낸 『영천아리랑』을 잇는 시집으로 시 67편에 민초들의 삶을 담았다.

이중기 시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월’과 같은 무렵에 썼으나 거기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들이다”라고 고 설명하면서 '시월’은 "그 어떤 영웅이나 호걸도 없는 대하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이중기 시인. 영천시 농민회 주최 백신애기념사업회 주관 시집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 출판기념회(영천문화원 2017년 1월 20일) [사진=정용태 기자]

눈 철벽 귀 철벽 입 철벽 기밀보관소가 있다
먼지 켜켜이 쌓은 입 철벽에 봉인된 죽음이 있다
그들이 죽음으로 쌓은 성채 앞에서
능멸을 참은 고스란히 칠십 년 풍상 홀로 높아 제문조차
숨어 그리 핍진하게 써야 했던 벼랑의 날들
치명의 죄 지독하게 뒤집어쓴 시월은 고유명사다
가시면류관을 벗어도 좋은 근사한 시절이 왔다고 구름에게 말하지 마라
하늘 벼랑 달리던 새들이 남긴 발자국 봐라
마지막 한 오라기 남루조차 벗어던지고 시월은 절대고유명사다
(선언 전문)

시인이자 소설가인 유용주는 발문을 통해 “무엇보다 애증이 서린 영천을 사랑하는 시인 이중기”라며 “삶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중기 시인을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정지창은 시집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를 “정사(正史)에서 누락된 무지렁이 민초들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애옥살이를 한 땀 한 땀 공들여 수놓은 열두 폭 병풍이다”라며 “시집 ‘시월’(2014, 삶창), ‘영천아리랑’(2016, 만인사)을 잇는 영천 근현대 민중사의 마지막 완결판”으로 평했다.

박성근은 퇴각하는 영천전투에서 탈영해
북으로 간 보도연맹 쌍둥이 형 박장근으로 살았다

갈대 발목 부여잡고 우는 물소리가 수척해지는 늦가을
갈 데 없는 홀몸 스무 살 형수가 가만히
몸, 받아주었다

재와 재가 만나서 불이 되었다

휘영청 산 넘어 죽장
두마,
골 깊은 화전민 초막에 솥단지 걸자
기우는 추녀 끝을 산꿩이 팽팽하게 당겨주었다

그 가시버시 아들 다섯 낳아
맏이에게 형님 제삿날 물려주었다

이 산전수전에 돌 떨어진다면 세상이 아프다
(재와 재가 만나서 불이 되었다 전문)

195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이중기 시인은 영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식민지 농민',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오래된 책', '시월', '영천아리랑'이 있다. 또, 일제강점기 작가 백신애의 작품과 생애를 추적한 '방랑자 백신애 추적보고서'와 '원본 백신애 전집'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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