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돌 한티재, “어려운 여건이지만 더 나은 공동체에 보탬 되길”

책, 공동체, 음악 어울어진 한티재 13주년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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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인문·사회 분야 책을 꾸준히 만든 출판사 한티재가 창립 13주년 기념 북콘서트를 마쳤다. 오은지 한티재 대표는 “변화하는 출판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한티재를 처음 만들었을 때 마음을 잃지 않는 편집자로 살고 싶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티재가 더 나은 공동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에 보탬이 되는 책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4시 대백프라자에서 한티재 13주년 북+콘서트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이 열렸다. 행사는 한티재와 인연이 깊은 뮤지션, 저자들이 함께 기획하고 출연·진행에도 나섰다. 사회는 오은지 대표와 <청(소)년 정치 참여 길라잡이> 저자 김범일 이후연구소 부소장이 맡았다.

▲왼쪽부터 김범일, 희음, 이하석 저자와 오은지 대표
▲어뮤즈 앙상블

예술그룹 ‘아뮤즈 앙상블’이 맡은 주 공연은 책과 독서가 소재로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과 함께 영화 삽입곡을 연주하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아뮤즈 앙상블은 ‘오만과 편견’,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러브레터’ 삽입곡 등 8곡과 앵콜곡까지 호응 속에서 연주를 마쳤다.

한티재 전속가수라고 소개한 가수 박강수 씨의 초대 공연도 열렸다. 박강수 씨는 한티재에서 데뷔 20년 맞이 포토에세이 <나의 노래는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를 출판한 저자이기도 하다. 박 씨는 “한티재 전속가수라는 소속감이 있어 출연을 자처했다. 한티재에 이름 올린 작가로서 책과 음악회의 만남이 14주년, 15주년, 20, 30주년까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도 듣는 시대가 됐지만 새 책을 받았을 때 종이 냄새, 잉크 냄새, 책을 넘기는 아날로그 감성이 멈추는 시대가 돼가는 거 같아 아쉽다. 그래서 더욱 책을 많이 보면 좋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 삶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만날 기회를 제공한 한티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연 중 무대에서 한티재의 최신 출판물인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해월 길노래>의 저자 희음 작가, 이하석 시인이 저서 소개와 함께 한티재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

희음 작가는 “기후운동을 하면서 한티재를 알게 됐다. 한재각 선생이 쓴 <기후위기>가 참 좋았고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이란 모임을 만들면서 그 책을 함께 읽었다. 멤버들 모두 기후 문제와 불평등, 억압과 연결을 보여준 책이라는 데 공감했고 한티재에 더 관심 갖게 됐다”며 “우리 멤버들이 9월 24일 기후정의 행진에서도 퍼포먼스하고 시를 낭독했는데 그 시와 다른 목소리들도 책으로 나왔고, 역시 한티재에서 나왔더라. 수익금은 기후정의행진에 기부한다고 해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티재란 높고 험한 고개들이지만 사실 지순한 아름다움도 있는 고개다. 험한 고개를 넘듯 150권의 책을 냈고 13년 아름답게 버텨왔다. 그 험한 고개를 넘듯 한티재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뻗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하석 시인은 “출판사가 큰마음 먹고 내야 만들 수 있는 좋은 책이 한티재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대구를 보수의 도시라고 하니 앞서 나가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참 힘들구나하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한티재는 가장 대구적인 하나의 시각을 갖고 13년 세월 애쓴 것 같다”며 “이제는 돈이 되는 책도 내서, 빌딩도 한 채 짓는 그런 출판사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이어 “갓 출판한 책 <해월 길노래>는 최장기 지명수배자 해월 최시영 선생을 따라 근대사와 근대성을 살펴보는 책이다. 한티재에서 내서 고맙고 잘한 일이다. 한티재가 우리 사회 속의 삶과 변두리를 예민하게 바라보면서 거기서 이야기를 꺼내고 확산하는 작업을 했다. 이러한 시각이 이어져 온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은지 대표는 “출판을 둘러싼 여건이 굉장히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도, 편집자가 되려고 꿈꾸고 한티재를 만들려고 했던 첫 마음을 잃지 않는 편집자로 살고 싶다”며 “우리가 함께한 것이 오랫동안 자랑거리로 기억되는 출판사가 되고 싶다. 책은 단지 종이에 인쇄된 물건이 아닌 우리의 관계고 문화이고 역사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티재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에, 같이 더불어 사는 데 보탬이 되는 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강수 가수가 한티재 북콘서트에서 공연 중이다.
▲오은지 대표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