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언론이 기록한 교계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

'뉴스앤조이', 퀴어문화축제 방해 나선 개신교 10년 추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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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부 문제 때문에 받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성소수자를 적으로 만든다면, 이게 계속 악순환이 되면서 교회는 점점 더 쪼그라들 거예요. 저같이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거고요.···언젠가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교회가 자기를 성찰할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 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 활동가

“저와 하느님을 이어 주던 찬송가들, 복음성가들이 반대편에서 혐오의 노래로 불리고 있는 거죠.···동시에 아, 이런 건가. 성소수자들은 이보다 더한 아픔을 받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중략)” / 민김종훈 사제

개신교인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방해에 나선 기간이 올해로 10년이다. 퀴어축제마다 교인과 퀴어축제 참가자 사이에 충돌이 빚어진 탓에, 퀴어축제는 언론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언론에 비친 축제를 방해하는 개신교인의 모습은 결코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다. 정상 신고된 집회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거나, 경찰과 충돌하거나, 심지어는 교회 장로가 축제 참가자들에게 인분을 투척하는 극단적인 행위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관련기사=검찰, 대구퀴어축제 인분투척 장로 징역 6개월 구형(‘15.12.15.))

퀴어축제와 개신교계의 충돌이 해를 거듭하면서, 개신교계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나오고 있다. 개신교 언론 <뉴스앤조이>가 9월, 사랑이 혐오를 이겨온 10년에 대해 쓴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한티재 출판)를 발간했다.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

이 책에서 <뉴스앤조이>는 2014년부터 교계가 축제를 어떻게 방해했는지에 대해 취재한 기록을 담담히 펼친다. 책 전반부에는 ▲2014년 소수 종교단체의 ‘반동성애’를 코드로 한 축제 방해 시도 ▲2015년부터 대형 교회 기관의 합세 ▲2017년부터 전국에 극단적 방식으로 확장한 퀴어축제 방해 ▲2020년부터 직접적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소송, 행정기관 민원 등을 통한 방해로 이어지는 사례를 통해, 축제 변천사를 조망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혐오 목소리를 방조하는 행정기관과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에 대해서도 기록됐다.

후반부에서는 서울, 인천, 춘천, 광주, 부산, 경남, 제주, 대구 퀴어축제의 풍경과 사건에 대해서도 기록된다. 첫장부터 마지막장으로 이르는 동안, 축제를 막으려 나온 개신교인들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진다. 독자가 마주하는 그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특히 개신교 언론이 기록한 개신교의 모습이란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취재 동안 십수건의 소송을 당하고, 교계가 교인들에게 후원 중단을 선동하기도 하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인 <뉴스앤조이> 구권효, 나수진 기자는 “1차 독자로 개신교인을 상정하고 썼다”며 “이 책이 이 땅에서 차별받는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 특히 개신교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다. ‘퀴어 대 개신교’라는 구도는 잘못된 것이며, 참된 그리스도의 길은 주류 교회가 아닌 퀴어한 사람들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라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 방해 잔혹사>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