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정지창, ‘문학의 위안’ 출간···“문학의 소임, 왜곡된 진실 드러내는 일”

상식적이되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비평 지향
누구나 "나는 이렇게 읽었다"고 말할 자격 있어

10:21

정지창 문학평론가의 새 책 <문학의 위안>이 지난해 10월 도서출판 한티재에서 출간됐다. 2012년 영남대 독문과 교수로 정년퇴임한 저자가 지난해까지 써온 글 가운데 한국 근현대 민중의 삶, 감춰졌던 역사적 진실을 다룬 작품과 서구 유토피아 소설 등에 대한 독서일기를 엮어 에세이로 펴냈다.

정지창 평론가 지난 20일 <뉴스민>과 만나 “문학의 소임 가운데 하나는 현실에서 무시되거나 왜곡된 진실을 찾아 드러내는 일”이라며 “그런 수행의 결과인 작품은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완화시키고 살아갈 힘을 주는 미학적 구조물”이라고 문학이 우리에게 위안일 수 있는 까닭을 설명했다.

▲정지창은 추천작으로 ‘화산도’를 들면서 “김석범의 화산도는 한국현대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언젠가는 독자들이 좀 읽어야 된다. 러시아 사람들이 전쟁과 평화, 토스토예프스키를 자랑하잖아요. (화산도) 충분히 그럴 작품”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으로 10월 항쟁을 다룬 시집을 낸 이중기 시인과 고희림 시인이 빠진 것을 들었다. (사진=정용태 기자)

그는 추천작으로 <화산도>를 들면서 “김석범의 <화산도>는 한국현대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언젠가는 독자들이 좀 읽어야 된다. 러시아 사람들이 전쟁과 평화, 토스토예프스키를 자랑하잖아요. (화산도도) 충분히 그럴 작품”이라고 말했다.

반면 10월 항쟁을 다룬 시집을 낸 이중기 시인과 고희림 시인을 다룬 글이 빠진 것을 아쉬운 점으로 들었다. 그는 “팔리지 않을 책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텐데···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이 같아서인지 한티재에서 ‘한티재 하늘’ 편을 제일 앞에 뒀다. (웃음) ‘문학의 위안’이 또 다른 독서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책은 전체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권정생의 소설 <한티재 하늘>에서 시작해 이호철, 최인훈, 김승옥, 김원일의 소설과 고은의 일기, 백무산, 배창환의 시를 분석했다. 마지막장 ‘<녹색평론>과 생태시​’는 지난해 작고한 벗이자 스승 김종철을 기리는 추도사다. 책머리에 “김종철 발행인이 생전에 일구어놓은 녹색담론의 풍성함에 미치지 못하는 생태시의 빈곤을 안타까워하며 쓴 글”이라고 적었다.​

저자는 권정생을 평하면서는 “이처럼 여성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미묘한 마음의 변화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작가는 흔치 않다. 도시의 자폐적인 지식인과 룸펜의 심리만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분석하는 작가들이 권정생보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 더 전문가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현학적이고 복잡미묘한 문장이 그런 느낌을 줄 뿐”이라고 썼다.

2부는 역사적 진실을 다룬 작품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10월 항쟁과 민간인 학살 사건을 이하석의 시집 <천둥의 뿌리>와 ‘10월 문학회’ 회원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제주 4·3항쟁을 다룬 김석범의 소설 <화산도>,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 유태인 학살 사건 등을 다룬 작품들을 읽으면서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는 표현기법, 재현과 리얼리즘의 문제를 짚었다.

김문주 문학평론가(영남대 국문과 교수)는 발문에서 “해방공간에서 한국전쟁기에 이르는 동안 한반도에서 진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 성과를 살피는 일련의 작업은 대구의 ‘10월 문학회’와 오랜 동행의 시간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라고 적었다.

​3부는 서구 유토피아 사상의 계보와 유토피아 소설 및 반유토피아(디스토피아) 소설의 기원, 한만수의 농민소설 <금강>과 중국 작가 모옌(莫言)의 농민소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박태원과 최인훈이 같은 제목으로 쓴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시차를 두고 같은 마을을 작품 배경으로 삼은 서정인의 소설 <강>과 김사인의 시 ‘겨울 군하리’ 등의 작품을 살폈다. 브레히트의 드라마를 분석한 글에서는 작가의 정치적·도덕적 결함과 포용 문제,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말했다.

염무웅 문학평론가(국립한국문학관장)는 추천사에서 “정 교수는 최인훈 선생의 소설과 희곡을 함께 읽어 분단 역사의 심층을 짚어내고, 이호철·권정생·김원일·이하석·조갑상·백무산·배창환 등의 시와 소설이 어떻게 바로 우리 현대사의 진실과 연관되는지 설명한다”고 말했다.

▲”팔리지 않을 책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텐데···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이 같아서인지 한티재에서 ‘한티재 하늘’ 편을 제일 앞에 뒀다. (웃음) ‘문학의 위안’이 또 다른 독서로 이어지면 좋겠다” (사진=정용태 기자)

저자는 194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대 독어과 및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합동통신 외신부·사회부 기자를 거쳐, <실천문학> 편집위원, 민예총 대구지회장, 예술마당 ‘솔’ 대표, 문예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영남대 독문과 교수로 2012년까지 재직하다가 정년퇴임했다. 박근혜 씨 영남대 재단 복귀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명예교수 추대를 거부당하고 영남대 재단정상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서사극·마당극·민족극>, <호르바트의 민중극>, 편저서로 <영남의 민족극>, <민중문화론>, 역서로 <상어가 사람이라면>(브레히트 단편선), <유럽문화사>(페이터 리트베르헨), <악어클럽>(막스 폰 데어 그륀), 산문집 <오늘도 걷는다마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