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이완영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 쟁점은?

불법정치자금 사용 공모한 ‘6인 회의’ 실증 쟁점될 듯
이완영 측, “메모나 약정서 없이 말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 죄 안 돼”
김명석 측, 혐의 일체 인정···‘6인 회의’ 참석자 3명, “회의 있었다”
‘6인 회의’는 언제? 김명석, B 씨 “기억 안 나”···A 씨, ‘12년 3월 27일 추정

20:46

19일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완영(61)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북 고령·성주·칠곡)에게 징역 6개월, 추징금 약 794만 원을 구형했다. (관련기사=검찰, 정치자금법 위반 이완영 의원에 징역 6개월, 추징금 794만 원 구형(‘18.2.19))

이완영 의원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김명석(56) 성주군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대구지방법원 형사5단독(부장판사 이창열)은 지난해 4월 17일 첫 공판을 시작해 19일 결심 공판까지 약 1년간 재판을 이어왔다.

1년의 재판 동안 김명석 군의원은 혐의 일체를 인정했지만, 이완영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지난 12일까지 12차례 공판을 열고, 증인 36명을 신문하면서 이 의원의 혐의를 다뤘다. 재판부는 내달 22일 1심 판결을 내린다.

▲지난해 4월 첫 공판에 출석하는 이완영 의원.

이완영, 공소 사실 전면 부정
“인정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 아냐”
“공소시효 완성된 선거법 문제···면소해야”

이 의원 측은 재판 내내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9일 결심 공판에서도 “지금까지 변론 과정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소사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면소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 측은 김 군의원과 이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집행을 공모했다거나, 김 군의원이 이 의원에게 관련 보고를 했다는 공소 사실을 전혀 근거가 없는 김 군의원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 의원 측은 검찰 공소를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일 순 없고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해 면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는 “공소사실을 보면 전형적인 선거법 257조 기부행위제한 위반 또는 230조 매수죄에 해당한다”며 “김명석이 이완영과 공모해 차 모 씨를 통해 2억 4,800만 원을 집행했다면 그걸로 이미 선거법상 매수죄, 기부행위제한위반죄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황 변호사는 “그것을 대차 약정이라고 한 건 선거법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만들어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2012년 4월 선거 이후 공소가 완성된 사건을 다시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기소한 건 기소 편의성에 따른 결과일 뿐 누가 봐도 선거법 위반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 군의원이 혐의를 인정하고 증인 중 다수도 불법정치자금을 사용했다고 증언하면서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불법정치자금이 사용됐다는 사실은 다툴 여지가 크게 없다. 따라서 재판부가 변호인 측 주장대로 이를 공직선거법 사건으로 보고 면소 판결하지 않는다면, 이 의원 혐의 입증은 2012년 3월 당시 이 의원과 김 군의원 등을 포함한 6명이 참석한 이른바 ‘6인 회의’ 실증 문제로 좁혀진다.

2012년 3월 하순, 이완영-김명석 참석 ‘6인 회의’ 실증 쟁점
이완영 측, “메모나 약정서 없이 말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 죄 안 돼”
김명석 측, 혐의 일체 인정···‘6인 회의’ 참석자 3명, “회의 있었다”

검찰은 2012년 3월 하순 이 의원의 칠곡 왜관읍 선거사무소에서 ‘6인 회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에 따르면 ‘6인 회의’에는 이완영 의원과 김명석 군의원 그리고 추가로 4명이 참석했다.

이들 4명은 재판 초반에 모두 증인으로 출석해 ‘6인 회의’ 여부에 대해 상반된 증언을 했다. 지난해 6월 3차 공판에 출석한 A(61) 씨와 7월 4차 공판에 출석한 B(56) 씨는 ‘6인 회의’를 인정했지만, B 씨와 같은 날 출석한 C(57), D(61) 씨는 ‘6인 회의’를 부인했다.

김 군의원과 A, B 씨에 따르면 ‘6인 회의’는 우연히 한자리에 모인 6명이 선거 이야길 나누다가 D 씨가 김 군의원에게 선거자금 집행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6인 회의’를 인정하는 3명의 법정 진술을 종합하면 당시 6명은 선거 관련 이야길 나누다가 D 씨가 “시골 선거는 도시와 다르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불거졌다.

D 씨는 이완영 의원과 초·중·고 동기고, 대학교까지 같은 영남대를 졸업해 매우 친밀한 사이였다. D 씨 역시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특별한 관계”라고 인정했다. D 씨는 1991년부터 대구 소재 사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두 차례 총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었다.

D 씨는 6명이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길 나누는 중에 선거 자금 이야길 하면서 “시골 정치는 도시와 다르다. 기름값도 안 주면 여긴 안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깨끗한 정치 하라고 했다”며 불법정치자금 사용에 부정적인 내색을 보였다. 하지만 D 씨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재차 권하고, D 씨가 김 군의원에게 “김 의원이 사업을 하니까 먼저 좀 쓰고 선거 끝나면 갚아주라”고 말하면서 일사천리로 불법정치자금 사용이 결정됐다.

김 군의원은 ‘6인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의원이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 썼다고) 속이겠냐”고 말하며 자신의 어깨를 쳤다고 주장했다. 김 군의원은 ‘6인 회의’ 이후 2억 4,800만 원 상당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집행했고, 선거가 끝난 후 이 의원에게 보고도 마쳤다고 설명한다. D 씨는 지난해 7월 3일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지만 해당 사실은 모두 부인했다. (관련기사=“이완영,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을 썼다고)속이겠냐’고 했다”(‘17.5.15))

이완영 초·중·고·대학 동기, “시골 정치는 도시와 다르다”
김명석, “이완영이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 썼다고) 속이겠냐’고 말해”
이완영과 30년 지기, “김명석 자금 사용 내역 보고할 때 자연스레 동석”

A, B 씨의 증언은 김 군의원 주장을 뒷받침한다. A 씨도 이 의원과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친구다. A 씨와 이 의원은 1984년, 이 의원이 대구시에서 사무관 연수를 할 때 서로 알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성주가 고향이고, 나이도 같은 데다 서로 같은 친구를 알아서 친하게 지내게 됐다. (관련기사=“이완영, ‘2012년 대선 끝나고 돈 갚겠다’ 직접 들었다” (‘17.6.13))

A 씨는 지난해 6월 12일 재판에 출석해 6명이 모여 이야길 나눈 적이 있다는 건 인정하면서 정치자금 관련 이야길 나눈 게 ‘6인 회의’였는지 다른 회의였는지 헷갈린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D 씨가 김 군의원에게 자금 집행을 제안하고 자신이 맞장구를 쳤다거나, 정치자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에는 C 씨를 배제해야 한다고 이 의원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또 ‘6인 회의’ 며칠 뒤 김 군의원과 이 의원이 자금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길 나누는 자리나 김 군의원이 자금 집행 내용을 이 의원에게 보고하는 자리에도 동석했다고 인정했다. A 씨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김 군의원, 이 의원이 만나 전체 자금 집행액을 확인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성주군청으로 들어가는 이완영 의원과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 2016.7.26)

2012년 선거 이완영 조직담당자, 불법 정치자금 집행 인정
이완영, “여러 사람이 모여 논의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재구성주향우회 전 간부 C 씨, 수사 과정 이완영 보좌관과 공유 정황
D 씨, “완영이한테 이야기했다. 완영이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 중재

B 씨 역시 지난해 7월 3일 재판에 출석해 일관되게 당시 ‘6인 회의’가 있었고 이 의원과 김 군의원을 포함한 6명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이완영, 지역 지도자감 아니라 생각”(‘17.7.4)) B 씨는 본인이 전화 통화를 하는 등 회의 전 과정에 집중하여 참여 못 해서 대화 내용 전체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D 씨가 김 군의원에게 자금 집행을 부탁하는 취지로 말하는 건 들었다고 밝혔다.

B 씨는 특히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이 의원 선거 캠프에 조직 담당으로 참여해 불법정치자금을 집행했다고 인정했다. B 씨는 김 군의원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으로 모두 1억 1천만 원을 받아 집행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경북 고령, 성주 선거구에서 15, 16대 국회의원(경북 고령·성주)을 지낼 때 지역 사무소 일을 시작하면서 자유한국당계(신한국당-한나라당) 정당 일을 해왔다. 성주가 고향이고 김 군의원과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김 군의원을 포함해 이들 3명의 법정 증언이 일관되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재판부가 이를 근거로 ‘6인 회의’가 실제 있었다고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6인 회의’ 입증 방법이 이들의 증언 외에는 없고, 참석자로 지목된 나머지 3명은 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완영 의원은 19일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검찰과 김명석은 6인 회의에서 불법정치자금을 모의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라면 사전에 치밀히 극비리에 모의를 갖고 있었어야 한다”며 “비밀리에 당사자끼리 공모하기 마련인데, 1대 1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모여 논의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 함께 ‘6인 회의’ 참석자로 지목된 C, D 씨도 ‘6인 회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고 2012년 당시 선거사무소를 1~2차례 찾은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해당 문제가 불거진 후 이완영 의원 보좌관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거나(C 씨), 김 군의원과 이 의원 사이에 사건 중재를 하려 한 정황(D 씨)이 확인되면서 의혹을 낳았다.

C 씨는 김 군의원이 이 의원을 사기 혐의로 경찰 고소한(2016년 3월 2일) 후 이 의원 측 보좌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C 씨와 이 의원 측 보좌관 E 씨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에는 C 씨가 검찰 조사 과정을 E 씨와 공유한 정황이 드러난다.

검찰에 따르면 E 씨는 2016년 3월 12일 지인에게 C 씨의 연락처를 수소문한 후 3월 13일 C 씨에게 통화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다. C 씨는 이에 대해 “성주 선후배들 모임이나 단체에서 자연스럽게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E 씨를 알게 됐다”며 “제가 지인에게 일부러 E 씨 연락처를 물어본 것처럼 유도 신문 하는 것이냐”고 반박하다가 재판부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 C 씨는 2016년 7월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도 E 씨에게 소식을 전했다. 조사를 받는 중에도 ‘아직 조사를 받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고, 조사가 끝난 후에는 E 씨와 대구 지하철 두류역 17번 출구 인근에서 만나기도 했다. C 씨는 E 씨와 만나 무슨 이야길 나눴냐는 검찰 물음에 “조사받을 당시의 심정, 기분이 별로 안 좋다는 일반적인 이야길 했다”고 말했다. C 씨는 김 군의원, B 씨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재(대)구성주향우회 일을 하면서 이 의원, 김 군의원 등과 관계를 맺어왔다.

D 씨는 김 군의원과 전화 통화에서 “내가 완영이한테 이야기했다. 완영이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고 사건 중재에 나선 녹취록이 공개됐다. 2016년 3월 2일 밤 C 씨와 D 씨가 함께 술을 먹던 중 C 씨가 김 군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C 씨는 김 군의원과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D 씨에게 넘겼고, 이때 D 씨가 해당 발언을 한 거로 확인된다. D 씨는 이에 대해 “당시 술을 먹어 정확하게 어떤 이야길 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친구가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걱정이 돼 사건을 무마하려고 지어낸 말”이라고 해명했다.

‘6인 회의’는 언제 열렸나?
김명석, B 씨 “기억 안나”
A 씨, ‘12년 3월 27일 추정

김 군의원과 A, B 씨의 증언에 미루어 ‘6인 회의’가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회의가 있었던 날이 특정되지 않는 문제가 남는다. 김 군의원과 A, B 씨는 ‘6인 회의’가 있었던 날을 추정해내지 못하고 서로 말이 엇갈렸다. 지난해 7월 3일 재판에선 김 군의원과 A, B 씨가 재정 증인으로 증언에 나섰다. 이날 변호인과 재판부는 ‘6인 회의’가 있었던 날짜를 특정해보려고 했지만, 특정하지 못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6년 3월 21일 칠곡군 왜관읍 중앙로에 위치한 사무소에 입주하고 3월 26일에 사무소 개소식이 있었다. 김 군의원은 27일 1억 원을 사업상 알게 된 지인에게 송금하고 이를 불법정치자금 집행담당자 차 모 씨 부인과 내연녀 명의 통장으로 송금하도록 지시했다. (관련기사=불법자금 세탁 중간책, “김명석, 이완영 선거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했다”(‘17.11.28))

김 군의원과 A, B 씨의 증언과 통장 내역 등이 사실이라면 ‘6인 회의’가 열린 날은 22일, 23일, 24일, 25일 중 하루다. 하지만 김 군의원과 B 씨는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A 씨는 27일로 추정해 말했다. 김 군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증언 과정에서 “개소식 전”이라고 말했다가 “개소식 후일 수도 있다”고 말을 번복해 이 의원 측 변호인에 빌미를 제공했다.

김 군의원이 개소식 후일 수 있다고 증언하자 검찰은 1억 원 송금 일자(3월 27일)를 김 군의원에게 상기시켰다. 김 군의원은 검찰이 송금 일자를 상기시키자, 다시 개소식 전이라고 말을 바꿨다.